다운계약서 아시죠?

조회수 2018. 2. 2. 10: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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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둔 한가람(가명, 29세) 씨는 지난해 예비신랑과 함께 신혼집을 알아보던 중 마음에 드는 곳에 짓고 있는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마침 입주까지 1년 반 정도 남아 있어 결혼 시기와도 딱 맞아 분양권을 사기로 했다. 그런데 막상 구입하려고 하니 파는 사람이 ‘다운계약서’를 요구했다. 여러모로 망설이고 있는데, 중개인도 ‘요즘 다운계약서를 안 쓰는 매물은 없다’며 부추겼고, 한 씨는 계약하고 잔금까지 치렀다. 몇 개월이 지난 후 한 씨는 관할 구청에서 보낸 소명 안내장을 받게 됐다. ‘다운계약서를 썼을 경우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니 다운계약서를 썼다면 사전에 신고하라’는 내용이었다. 한 씨는 가슴이 철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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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열된 부동산 경기에 대하여 정부가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이며 실행한 것이 대대적인 세무 조사다. 주택 가격 급등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와 분양권 거래자 등을 상대로 검증해 허위 계약이 의심되거나 취득 자금의 편법 증여가 나타날 경우 세금을 추징하고 있다. 실제 작년 하반기 국세청은 탈세 혐의자에 대하여 581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한다. 그 중의 주요 탈세 사례가 소위 ‘다운 계약서’라 불리는 허위 계약서 작성 유형이다.

왜 다운계약서를 쓰는가?

다운계약서란,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실제 거래 가격이 아닌 허위의 거래 가격으로 계약한 계약서를 일컫는다. 이 경우 매도인은 양도소득세를 줄일 수 있고 매수인은 취득세를 줄일 수 있다. 양도소득세는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과 필요경비를 뺀 차익에 세율을 적용해 계산하기 때문에 양도가액이 줄면 당연히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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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가액이 줄었다는 것은 반대로 매수인의 입장에선 취득가액이 줄어드는 것이므로 그에 따라 내야 하는 취득세 부담이 적어진다. 이렇다 보니 매도인과 매수인은 부동산 거래시 서로의 이익을 위해 실지거래가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허위 계약서 작성을 합의하게 된다. 이때 거래 금액이 클수록 이러한 탈세의 유혹은 더 커지게 된다.

허위 계약서는 어떻게 적발될까?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지역에서 양도소득세가 신고되면 해당 지역의 부동산 거래 동향을 파악하고 시세와 많은 차이가 있으면, 실제 매매 가격을 조사하게 된다. 또는 위 사례에서처럼 과열 조짐이 보인 지역에 대한 구청의 실지거래가액 일제 조사에서 적발되는 경우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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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당시에는 걸리지 않았더라도 시간이 지나 매수인이 취득가액을 제보(?)하는 경우도 있다. 매수인이 나중에 부동산을 매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신고하면서 본인의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다운계약서상의 낮은 취득가액 대신 실제 계약서상의 높은 취득가액으로 신고하게 되는 경우가 바로 그러하다. 이때 국세청은 그 전 소유자의 실제 양도가액을 알게 되는 셈이다.

다운계약서가 가져오는 불이익

일단 다운계약서라는 사실이 적발되면 그에 따른 불이익이 생각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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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째, 어마어마한 가산세다. 세법은 단순 실수가 아닌 부정한 방법에 의한 탈세는 엄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다운계약서에 의한 탈세는 원래 내야 하는 세금에 대략 1.5배 정도를 추징당한다고 보면 된다. ‘부당과소신고가산세’와 ‘납부불성실가산세’가 있기 때문. 예를 들어 분양권을 단기 매매하고 양도차익(프리미엄) 약 5,000만원 정도를 적게 계약서를 썼다고 하자. 원래대로라면 세율 50%를 적용해서 양도소득세 대략 2,500만원을 더 납부했을 것이지만 1~2년 정도 후에 적발되어 추징당하게 되면 거의 4,000만원 가까운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 둘째, 조세포탈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현행 조세범 처벌법상으로 사기나 부정한 행위로 세금을 포탈한 경우에 2년 이하의 징역이나 포탈세액의 2배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단순히 세금 폭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형사 처벌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 셋째, 증여세나 소득세로 추징이 확대될 수 있다. 부동산 거래를 조사할 때는 양도소득세 신고도 중요하지만, 취득자금의 출처도 중요하다. 실제 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 회사 수입을 누락시키고 그 돈으로 아파트 몇 채를 샀다가 거액의 법인세를 추징 당한 사례가 있다. 또, 부모님께 돈을 증여받고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식이 부동산을 취득했다가 수 억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한 사례도 있다.
  • 넷째, 매수인도 불이익이 있다. 신고된 계약서가 허위임이 드러나면 적게 낸 취득세와 그에 따른 가산세가 추징됨은 물론, 거액의 과태료까지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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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 중개업자에게도 불이익이 있는데, 관련 과태료가 부과되며, 업무 정지나 심하면 등록 취소도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업(UP)계약서와 1세대 1주택

다운(Down)계약서 대신 업(Up)계약서라는 말이 있다. 매수인이 우위인 시장에서 많이 이루어지는데, 말 그대로 매매 가액을 실제보다 높여 쓰는 일을 말한다. 이렇게 써놓으면 매수인이 나중에 팔 때 취득가액이 높아지므로 양도소득세가 실제보다 덜 나오게 된다. 자주 생기는 사례는 아닌데, 간혹 본인은 1세대1주택이어서 어차피 양도소득세가 없으니 매수인이 하자는 대로 해주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1세대 1주택이라 해도 나중에 허위 계약서가 적발되면 비과세 혜택이 배제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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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계약서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작성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꽤 오랜 시간 마음 졸이며 살아야 한다. 나중에 적발되면 부담해야 할 세금도 더 커진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줄이는 ‘탈세’보다는 전문가와의 사전 상담으로 최대한 ‘절세’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성우경 세무사

※ 머니플러스 2018년 2월호(www.fnkorea.com)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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