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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유혹 도박중독은 '질병'

조회수 2021. 4. 2. 10: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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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은 불법이기도 하고 합법이기도 하다. 세상에 태어나 복권을 단 한 장도 산 적이 없거나 내기 당구·바둑·장기·카드·골프·탁구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사람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한마디로 도박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아무런 반감 없이 자리 잡고 있는, 오랜 역사를 지닌 문화다. 도박은 흥분과 쾌감, 부와 패가망신을 함께 주는 치명적인 유혹을 지닌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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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는 도박산업, 즉 사행산업은 불황을 모른다. 대한민국에서 서민은 등골이 휘고 피눈물이 나고, 중소기업은 경영이 악화되고, 자영업자는 한숨만 내쉬고, 소득 양극화는 끝 모르고 내달리고 있지만 도박산업만큼은 불황을 모르고 날로 번창한다.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오히려 도박과 도박중독은 늘어만 간다.

“수십 억도 순식간에”… 강원랜드의 힘

현재 강원랜드 카지노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전국 2단계 조치로 임시휴장 중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강원랜드는 주말과 휴일만 되면 대박의 환상을 좇아 카지노로 달려가는 사람들로 붐빈다. 2019년 강원랜드 카지노 입장객은 289만5천명으로 하루 평균 7,932명에 달한다. 주 고객층은 30~50대다. 이들이 뿌리고 간 돈은 하루 평균 406억원에 이른다.

‘대박’을 쫓다 ‘쪽박’을 차고 카지노에서 전전하는 ‘카지노 노숙자’들도 많다. 돈을 모두 날린 이들은 ‘단 한 번만 배팅하면 잭폿’이라는 미련 때문에 카지노를 떠나지 못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수없이 되풀이하면서 자동차와 결혼반지까지 전당포에 잡힌 ‘저당인생’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이렇게 도박에 빠져있다 보면 카지노가 폐장할 때까지 밖으로 나갈 틈이 없다. 카지노가 무료로 주는 음료수로 끼니를 달래는 이들에게 허락된 유일한 휴식처는 아쉬움을 담배 연기에 날려 보낼 흡연실뿐이다. 처음에는 강원랜드 호텔을 찾았던 이들도 돈을 잃으면서 점차 모텔로, 찜질방으로 숙박을 옮겨간다. 새벽 6시부터 오전 10시, 강원랜드의 짧은 밤이 스쳐간다. 

청소년 유혹하는 ‘온라인 도박’

이제 도박은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환경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마음만 먹으면 도박을 접할 수 있어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가 급속하게 확산 중이다. 접근성이 높고 누구나 쉽게 소액을 걸 수 있다.

청소년 도박은 현금다발을 들고 골방에 모여 화투패를 돌리는 것과는 다르다. 별다른 인증 없이 스마트폰으로 도박 사이트에 들어가면 끝이다. 처음엔 ‘무료 서비스’라며 돈도 준다. 첫 베팅까지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쥐고 선 그곳이 도박장이다.

도박으로 짜릿한 ‘돈맛’을 배우며 위험한 한탕에 덤벼든다. 도박은 쾌락과 인정욕구를 채워주는 게임과 비슷해 더 빠져든다. 부모들은 아이가 게임하는 것처럼 보여 도박이란 걸 알아채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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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 3명 중 2명 ‘20·30대’

사행산업의 규모 확대는 자연스레 도박중독과 관련 범죄 등 사회적 문제를 낳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도별 도박관련 질병 진료현황’을 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병적도박’ 등으로 치료를 받은 사람은 총 5,853명, 연평균 1,171명에 달했다.

연도별로는 2015년 925명, 2016년 1,113명, 2017년 1,119명, 2018년 1,205명, 2019년 1,491명 등으로 매년 증가했다. 2015년과 견줘서 2019년 도박중독 진료환자는 61%나 늘었다. 2019년 전체 환자의 70%(1,043명)가 20~30대다. 즉, 도박중독 환자 3명 중 2명꼴로 20·30대란 얘기다.

도박중독은 의지부족 때문이 아니라 생물학적 조절능력을 잃은 ‘뇌기능장애’로 나타나는 병이다. 도박에 중독되면 내성과 금단증상이 생기고 ▲우울증 ▲대인기피증 ▲자해 ▲대인관계문제 등으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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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돈맛’

불법 카지노부터 투견, 주부 도박단, 바다이야기까지 도박중독은 그동안은 일부 음지의 문제로만 치부됐다. 그런데 이제 인터넷과 스마트기기 발전으로 ‘더 쉬운’ 방법으로 ‘누구나’ 도박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중독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의 파산은 물론이고 가족갈등과 해체, 자살, 금품 관련 범죄 등 각종 사회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도박중독으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은 약 46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청소년 도박도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재학생의 1.5%가 문제군, 4.9%가 위험군으로 조사됐다. 청소년은 발달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중독 속도가 빠르고 더 큰 피해와 부작용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도박중독 유병률 5.3% ‘최고’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자살 국가라는 불명예와 함께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 세계 최고의 고령화 속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이제 여기에다 세계 최고 수준의 도박 중독자 국가라는 타이틀마저 거머쥐었다. 이는 최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발표한 ‘2019 사행산업 백서’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다.

2018년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 결과 도박중독 유병률은 5.3%(CPGI척도 기준)였다. 이는 호주 3.7%, 영국 2.5%, 캐나다 1.8%, 미국 1.5% 등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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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중독은 개인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문화적·경제적 폐해로 이어진다. 도박중독에 의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78조원 가량으로 알콜 중독, 인터넷 중독, 마약 중독 보다 월등히 높다.

나 자신부터 도박문제에 빠질 위험요소가 있는지 체크해 보고, 도박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철저한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또한 전문적인 치료시설 확대와 불법사이버도박 운영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 등도 절실하다. 


이규열(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 머니플러스 2021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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