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기술·환경밖에 없다던데?

조회수 2020. 10. 5. 14: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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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를 위한 친절한 투자 가이드

그야말로 투자 열풍이다. 온·오프라인 서점에는 온갖 투자 관련 서적이 넘쳐난다. 각종 매체에서는 ‘주린이’, ‘동학 개미 운동’ 등 투자 관련 이슈가 쏟아진다. 앞으로 믿을 건 기술밖에 없다고 하던데… 과연 개인 투자자들은 기술주에 몰빵 해야 하는 걸까?

저금리 상황에서 누구나 꿈꾸는 고수익의 실현 속 이모저모를 담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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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최근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금리가 0.9%로 1%대의 벽마저 붕괴했다.

성실하게 직장 다니고 한 푼 두 푼 저금했더니 집 한 채를 사게 됐다는 스토리는 ‘고대 신화’와 같은 구전 소설 얘기가 돼 버린 지 오래다. 이 저금리 시대에선 신데렐라가 되어 호박 마차를 타고 왕자님을 찾는 것이 어쩌면 월급 모아 집 사는 얘기보다 더 현실적인지 모른다.

이처럼 저금리 시대에는 자산을 늘릴 방법이 마땅치가 않다. 가벼운 주머니 사정 탓에 부동산 투자는 엄두가 안 나니, 어느새 시중 자금은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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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 열풍은 왜 일어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한 증시 폭락은 국민들의 주식투자 열풍에 기름을 부었다. 코로나가 확산하던 지난 3월 국내 증시가 폭락하면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주식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이른바 ‘동학 개미 운동’의 시작점이다. 동학 개미들은 증시 폭락 당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주가가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해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7일 기준 국내 투자자 예탁금은 62조 1,01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 초(27조 384억 원, 지난 1월 7일 기준)에 비해 130%나 급등한 것이다. 

‘100% 먹었다’, ‘300% 올랐다’ 등 여기저기서 들리는 수익 소식은 ‘투자가 곧 투기’라 생각했던 사람들의 마음마저 변화시켰다. 사촌이 주식투자로 돈을 벌면 배 아파하는 대신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나선 것이다. 비대면 거래 증가로 파리만 날리던 증권사 영업장은 주식 계좌 개설 희망 고객이 붐비며 영업장 밖까지 길게 줄이 늘어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개미들은 최근 ‘원정 투자’까지 서슴지 않고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주식들도 사들이고 있다. 특히 테슬라의 경우 우리나라 개미들이 테슬라 10대 주주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8일 기준 국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 주식 잔액은 38억 7,857만 달러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같은 날 테슬라 기업의 전체 시가총액(3,076억 9,300만 달러)의 약 1.2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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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 투자종목은 ‘우량주·기술주’?

주변의 투자 열풍에 무턱대고 주식 계좌를 개설했지만, 무엇에 투자해야 할지는 막막하다. 실제 살아온 인생이 몇 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주식 세계에 막 입문한 당신은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일뿐이다.

총알(주식 투자자금)은 있는데 뭘 투자해야 할지 막막한 주린이들은 주변의 말에 쉽게 휘둘리게 된다.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나 기술주, 아니면 정부가 밀고 있다는 K-뉴딜, 그린뉴딜 관련 주에만 묻어두면 된다는데 정말 그렇게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걸까?

엄밀하게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다. 우량주의 경우 장기 투자 시 꾸준히 우상향 하는 데다 주가 변동성도 크지 않아 투자해놓고 가슴 졸일 일은 크게 없고, 기술주의 경우 최근 코로나로 인한 시대 변화에 가장 맞닿아 있는 종목으로 상승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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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술주는 대표적인 코로나 수혜주다. 비대면(언택트, Untact) 접촉이 당연시되면서 정보통신 기술은 우리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누군가와 대면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코로나 예방법이 되며 화상 수업, 재택근무 등 모든 대면 미팅들이 비대면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방식에 기반을 둔 기술주들의 성장은 당연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실제 언택트 확산에 따른 재택근무가 늘어나며 국내 PC 출하량이 덩달아 급등했다. 시장분석기관 한국 ID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 시장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46.3% 증가한 145만대로 집계됐다.

그린뉴딜 관련주도 최근 정부의 정책적 수혜 기대감에 급등세다. 그린뉴딜은 그린(Green)과 뉴딜(New Deal)을 합친 합성어로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정책을 의미한다. 온실가스와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에너지 전환 등 환경에 투자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목표다. 그린뉴딜은 현재 문재인 정부가 나서 국책펀드도 조성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K-뉴딜 지수를 발표하며 풍력에너지, 온실가스 등 한국판 뉴딜정책 관련주가 상승한 바 있다.

단기적인 고수익 추구는 금물

기술주, 환경주가 대표적 코로나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지만 ‘몰빵(한 종목에 투자금을 올인하는 투자)’ 투자는 절대 금물이다.

최근 전망이 밝기만 하다고 했던 기술주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8일 글로벌 기술주 중심 지수인 나스닥 지수는 465.44포인트, 4.11% 하락한 10,847.69에서 장을 마감했다. 지난 9월 3일 약 5%, 4일 1.27% 하락한 것을 포함해 3거래일 동안 10% 넘게 폭락한 것이다.

기존 기술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주식을 내다 팔고 있는 탓이다. 그간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데 따른 부담감에 조정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 가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주린이의 투자 방법으로 적절하지 않다. 내가 선택한 종목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무작정 들어가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한마디에도 시장은 요동치는가 하면 오늘 상한가 치던 주식도 내일이면 하한가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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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개인투자자는 단기적인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위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합리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잘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도 투자 수익의 원천으로 ▲종목 선정 ▲마켓 타이밍 ▲자산배분 이 세 가지를 꼽으며, 이 중에 자산배분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좋은 종목을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하지만 그게 쉽다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은 부자가 됐을 것이다.  

종목 선정을 잘하기 위해선 ‘필터링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업이나 투자 대상에 관한 각종 자료를 읽고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분석을 어려워하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는 사람에게 이 같은 투자 방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주식투자에 있어서 무엇보다 자산배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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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자산배분’이 중요한 이유

자산배분을 할 때는 먼저 투자의 목적을 잘 세워야 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 투자를 하는지’를 명확히 설정해야 하는 것이다. 결혼, 주택마련, 교육자금, 은퇴자금 등 목적에 따른 포트폴리오를 마련해야 한다. 

그 이후 해당 목적에 맞게 투자 기간을 장기로 할지 중단기로 할지 설정하고, 그 기간에 알맞은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라별로 투자처를 분산시키는 것도 위험관리 방법의 하나다. 만일 한국장에서 손실이 났더라도, 같은 날 미국장에서 수익이 났다면 한국장에서 입은 손실을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 부분 좋은 성과를 낸 후에는 차익실현을 하고 자산 재분배(리밸런싱)를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이례적인 주식 시장 활황에 영차영차 개미들이 바쁘다. 무리한 목표보다는 자산 배분을 통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마련해 정상에서 웃는 개미가 되자. 


기획 정아람 기자 강신애 대한금융신문 기자 

※ 머니플러스 2020년 10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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