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고서

조회수 2020. 2. 14.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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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집을 찾는 사람들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집 찾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전히 아파트값의 오름과 내림이 최대 관심사처럼 다뤄지고 있지만,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주거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을 뚜렷이 드러내는 사람들이 주택시장의 양상을 바꾸고 있다. 

‘사는(buying)’ 집인가,
‘살(living)’ 집인가

집을 구할 때 두 가지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누군가는 철저히 ‘사는(buying)’ 집, 미래에 가격이 상승해 투자 가치가 뚜렷한 집을 찾는다. 금전적인 손해를 보지 않고 더 나아가서는 수익을 줄 집을 원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는(buying)’ 집에 대한 집착과 욕구가 크다. 그래서인지 부동산에 자산 쏠림이 심하다. 2018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를 보면, 은퇴자의 자산 의존도는 부동산(거주 부동산 포함)에 83%가 몰려있다. 비은퇴가구 역시 자산 편중이 심했다. 부동산 자산이 77%를 차지했고 금융자산은 19%에 그쳤다. 

사는(buying) 집으로서의 가치가 최우선 순위가 되면서 자산은 불릴 수 있을지언정 잃는 것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뒷전이 되기 마련이고 어느 순간 집값이 행복의 척도로 등장해 갈등을 빚는다.

반면, ‘살(living)’ 집으로서의 가치를 최우선 순위에 둔다면 어떨까. 삶을 영위하는 공간으로서의 집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에 충실하게 답해 가며 집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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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불어온 땅콩집 열풍은 ‘살 집’을 향한 목마름에 시원한 단비를 내린 사건이었다. 서울(대도시)의 전셋값 3억원으로 서울 외곽 (중소) 도시에서 단독주택을 짓고 살 수 있다는 단순한 명제가 들불처럼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땅콩집은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는 물론이고, 여기에 마음 심(心)을 더한 가심비까지 만족시키며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단독주택에 살아본 사람들의 심리적인 만족감이 널리 퍼지며 우리 사회에 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싹트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또,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분위기의 확산도 ‘살 집’을 찾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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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심비와 워라밸을 만족시켜주는 집

얼마 전 IT 업종에 종사하는 40세 미혼 남성이 상담을 요청해왔다. 요지는 3억원대 자금으로 전원주택을 마련해서 부모와 함께 이주해서 살고 싶은데, 어느 지역에 가서 땅을 구하면 좋겠냐는 것이었다. 그는 결혼은 뒷전이고 우선은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살고 싶은 간절함이 컸다.

물론 한동안 직장은 그대로 다니는 조건이었다. 출퇴근 시간의 어려움을 희생해서라도 삶의 여유를 찾고 싶어 하는 마음이 확고했다. 우선은 경기도권 내에서 출퇴근 시간이 왕복 3시간을 넘지 않는 지역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여주, 평창만 가도 땅값이 싸서 넓은 전원주택부지를 구할 수 있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퇴근은 불가능하다.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전원생활을 즐기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전철을 십분 활용한다. 집에서 차를 끌고 전철역까지 이동해서 전철로 갈아타고 도심으로 진입하는데, 집에서 전철역까지 거리가 20분 이내라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다.

가심비와 워라밸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집을 찾으려면 어느 정도의 수고는 감수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전원주택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그들에게만 가능한 풍요로운 생활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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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살 집, 집보다 마을 찾기

적게는 10여 세대, 많게는 100여 세대씩 단독주택이 모여있는 단지를 방문해 보면 ‘마을’을 만나게 된다. 대규모 개발로 사라지는 마을이 다시 환생이라도 한 듯 그곳에서 오롯이 살아나 있다.

아이와 살 집을 구할 때는 집보다는 마을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한 아이가 성장하는 데는 한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오로지 부모의 힘만으로 아이가 성장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부모와 집안의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만 마을의 자원과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지인인 한 건축가는 용인 신도시의 단독주택 지구에 살다가 두 자녀가 초등학생이 되자 단독주택은 세를 주고 서울 서초동 서래 마을로 이사했다. 자신이 나온 학교가 있는 동네여서 낯익기도 하고 본격적으로 자녀들의 중학교 입학에 대비해야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서초동, 강남, 목동 등 일명 학세권 지역은 학군을 따라 들어오고 나가는 사람들로 붐비며 높은 전월세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결과적으로, 건축가 가족은 서초동에 짐을 푼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을 때 다시 용인의 단독주택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이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좀처럼 친구들과 어울려 놀 시간도 없고 학원에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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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이 집 저 집 울타리를 허물고 아이들을 형제처럼 품앗이하듯 키우다가 홀로 감당하니 난감했다. 학부모와의 교류도 형식적이고 마음을 터놓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이웃과 함께 사는 삶이 사라졌고 가족들의 생활이 헛헛해졌다.

살 집을 구할 때는 아이가 접하게 될 마을의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아이의 성향, 부모의 교육관과 동네가 맞아야 한다. 

혼자 살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 공유주택

나 혼자 사는 게 흠이 아닌 세상이다. 통계청의 2018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중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을 보인 비율은 45.1%로, 처음으로 50%대 미만으로 추락했다고 한다. 이혼으로 혼자되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혼자 살 집을 구해야 하는 인구도 증가한다.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 회원국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밖에도 직장, 학업 등의 문제로 혼자 나와 사는 사람도 적지 않다.

2018년 통계청의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인구의 29.3%에 달하며, 1인 가구 수는 584만 가구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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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인 가구가 집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2018년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주된 점유형태는 ‘보증금 있는 월세’다. 큰 목돈이 필요한 전세보다는 적은 보증금만 내면 되는 월세 형태의 주거에 부담을 덜 느낀다는 얘기다. 보증금 있는 월세라고 하면, 흔히 오피스텔, 소형 빌라, 소형 아파트 정도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최근 1인 가구를 사로잡는 새로운 주택 유형이 각광받고 있다. 바로 공유 주택이다.

공유 주택은 오피스텔처럼 독립된 공간을 가지면서 라운지, 주방, 운동공간 등의 공용 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서울의 역세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임대료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어서, 적게는 4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대 초반대다. 임대 기간이 자유롭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3개월 만에도 퇴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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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가 공유 주택을 찾는 이유는 뭘까. 바로 입주민들과의 자유로운 교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유 주택 주민들은 취미에 따라 동아리를 꾸리기도 하고 강연회, 연주회 등을 열며 문화생활을 함께 한다. 어떤 공유 주택은 직군과 업종별로 입주자를 우선 모집하기도 한다.

그밖에 공유 주택에 마련된 자유롭고 개방적인 업무공간도 매력적인 요소다. 공유 주택에는 저마다 GX 룸, 루프탑, 라운지, Bar, 책방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좀 더 고급스럽고 규모가 큰 곳은 조식, 룸 청소, 세탁과 같은 호텔식 서비스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공유 주택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근 직방도 셰어하우스 전문 기업을 인수했고 대기업 건설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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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젊은 부부들의 전원주택 이주, 마당 있는 집에 대한 선호도, 1인 가구를 위한 공유 주택 등은 우리가 지닌 ‘살 집’에 대한 목마름을 엿보게 한다. ‘사는(buying)’ 집만 쫓다가 ‘살(living)’ 집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더 늦기 전에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구선영 『3억으로 30억 건물주 되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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