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에 속지 않는 머니 프로파일링

조회수 2020. 2. 1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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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알아서 하겠지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1년, 국내 최대 규모의 부산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총 7개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명령을 받고 파산했던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당시 예금자 보호금액인 5천만원 보다 더 많은 예금 잔고를 가지고 있었던 피해자만 3만 8천여명이었고 피해액은 자그마치 6,260여억원에 이르렀다.(5천만원 초과자 뿐 아니라 후순위채 피해자의 규모를 합하면 무려 10만명 이상의 피해자를 양산했다) 이는 아무리 제1금융권이 아니라 해도 설마 어제까지 영업했던 금융기관이 문을 닫겠냐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린 충격적인 금융 사건이었다. 게다가 창구에 앉아 있던 직원들을 ‘전문가’라고 믿었던 많은 이의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그들은 저축은행 사태 하루 전까지만 해도 당당한 태도로 ‘영업정지는 없다’고 상담해주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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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수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전문가의 ‘완장’에 기가 죽는다. 전문가가 알아서 해주겠지, 전문가의 말이니 틀리지 않겠지라는 의미 없는 생각에 또다시 사로잡히는 것이다. 하기야 요즘은 너무나 분업화가 되어 있어 내 분야가 아닌 이상 다른 분야를 잘 모르는 사회이긴 하다. 특히 금융은 일반인들이 다가가기 어려운 ‘넘사벽’ 임에 분명하다. 그래서 더더욱 전문가라면 껌뻑 죽는다.

『잘 속는 사람의 심리코드』(웅진 서가, 2014)의 저자 김영현은 그의 책에서, 에모리 대학의 그레고리 번스 교수팀의 두뇌 반응 연구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한 그룹은 스스로 결정하게 했고, 다른 그룹은 전문가로부터 상품 스펙을 듣고 나서 판단하게 했다. 이후 두 그룹의 두뇌를 촬영한 결과, 전문가의 조언을 들었던 그룹의 경우 대체 방안을 고려하는 두뇌 영역이 거의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가 해 주는 말을 그대로 수용하고 뇌는 더 이상 금융상품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즉 대다수의 우리들은 전문가의 말이라면 별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야

우리는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 그리고 억울함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로는 이러한 결핍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삶의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2013년에 개봉했던 ‘블루 재스민’의 주인공 재스민은 사업가 남편 덕분에 상위 1%의 삶을 누리지만 남편의 파산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가진 것 하나 없는 빈털터리지만 그녀는 루이뷔통 가방과 샤넬 옷을 입어야 하고 비행기 일등석에 타야만 한다. 돈도 없는데 어떻게 일등석에 타냐는 물음에 그냥 평소대로 한 것뿐이라고 무책임한 답변을 늘어놓는다. ‘나는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야’라는 강한 욕심은 그녀의 삶을 서서히 무너뜨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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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갔던 예전의 나, 혹은 내가 꿈꾸고 있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채워지지 않는 욕심에 계속 시달리게 된다. 내가 제일 잘 나간다고 믿고 싶지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 그리고 욕망만 커질 뿐이다. 욕망이 커지면 동시에 불안감도 커진다. 다시 제 자리를 찾아야 할 텐데, 남들 하는 만큼은 해야 할 텐데 라는 불쾌한 감정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에 휩싸일 때 무언가에 쉽게 의지하게 되고 섣부른 결정을 하기도 쉽다. 연초에 각지의 유명한 역술인이나 무속인이 성황리에 영업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테고, 남보다 높은 이율을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에 엉뚱한 투자를 하게 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우리의 감정적인 약점을 누군가는 이용해 이익을 취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안감을 많이 느낄 때, 인생 역전에 대한 욕망이 클 때는 그 어떤 금융상품에도 가입하지 말고 결정을 미루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최선의 솔루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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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 깨나 ‘아는 사람’ 조심

2017년 경찰 범죄통계에 따르면 금융사기의 87.3%는 지인에게 당하고, 살인사건의 52.6%는 가까운 사람에게 당한다. 다단계, 사기, 심지어 살인까지 대부분의 범죄는 아는 사람을 통해 벌어질 확률이 높다. 금융사기도 예외가 아니다. 은행 창구에서 종종 상담받았던 아는 과장님, 청와대 고위 관리자를 잘 아는 친한 언니, 수년간 동창 모임에서 만나온 초등학교 친구 등 모든 역사는 아는 사람에게서부터 시작된다. 아는 사람이므로 신뢰하게 되고 경계심을 풀기 때문에 속고 속이는 금융 상술에 더욱더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아는 사람이 제안하는 상품일수록 더욱 촉을 세우고 예민하게 따져보자. 빨갛고 달콤해 보이는, 꽤 좋아 보이는 제안에 치명적인 독이 들어 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특히 신중하세요
‘나 사기꾼이요’라며 대놓고 한 달 만에 100% 이상의 고수익을 준다는 감언이설보다는 오히려 시중금리보다 3~4% 정도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때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대표적인 폰지 사기에 해당했던 몇 년 전 전국교수공제회 피해의 경우도 연 7%로 당시 은행이율보다 3~4% 높은 정도였다. 이는 전국교수공제회 총괄이사의 횡령 사건이었다.
*폰지사기[Ponzi Scheme] :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말로, 1920년대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되었다.

박유나 재무심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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