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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준비, 엄두도 못내요”

사교육비 20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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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매 순간이 갈림길이고 선택이지. 그림은 그려졌고 당신은 거기에서 선 하나도 지울 수 없어. 당신 뜻대로 동전을 움직일 수는 없지. 인생의 길은 쉽게 바뀌지 않아. 급격하게 바뀌는 일은 더더욱 없지. 당신이 가야 할 길은 처음부터 정해졌어.”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의 살인청부업자 안톤 시거의 말이다. 영화는 은퇴를 앞둔 보안관 벨과 돈을 가지고 도망 다니는 카우보이 르웰린 모스, 그를 쫓는 살인청부업자를 다룬 스릴러물이다. 영화계의 천재라고 불리는 코엔 형제(에단 코엔, 조엘 코엔) 작품으로 아카데미상과 골든그로브를 휩쓴 명작이다.

주유소 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던 시거. “어디에서 왔느냐”는 쓸모없는 주유소 사장의 말에 환멸감을 느낀 그가 주머니 속의 동전을 꺼낸다. 그리고 앞인지 뒤인지 맞히라고 손을 내민다. “무엇을 걸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내기를 어떻게 하느냐”라고 말해봐야 소용없다. 그는 이미 동전에 운명이 걸린 상태다. 윗입술을 핥으며 시거가 말한다. “당신의 전부를 건 거요. 전부. 단지 당신이 모르고 있을 뿐.”

시거의 동전은 한순간의 선택이 우리의 삶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사람들은 죽음으로 감당하기에 동전 던지기는 너무 사소한 선택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세상에 사소한 선택이란 없다는 걸 몸소 증명하는 듯하다. 살면서 내린 선택들은 돌고 돌아 언젠가 눈덩이처럼 커져 돌아오는 것이고 지금 당신이 동전 던지기에서 얻은 결과는 그간 당신의 삶에 대한 책임이자 당신의 운명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것이 그의 철학인 우연적 필연이다.

꼭 우리나라 사교육의 현실이 ‘시거의 동전’ 모양새다. 사실 선택이랄 것도 없다. 운명처럼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 암울할 뿐이다.

‘사교육’을 누가 ‘선택’이라 했는가

교육부 및 통계청이 올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10명 가운데 7명은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 1,000원이다.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7.0%(1만 9,000원) 상승했다. 국내 소비지출 대비 교육비 지출비중은 6.8%로 미국(2.2%)이나 일본(2.1%), 영국(1.8%), 독일(0.9%)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도 월등히 높다. 저출산 여파에도 국내 사교육 시장 규모는 더 커지고 있는 이유는 한 명의 자녀라도 제대로 키우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19조5천억원으로 전년(18조7천억원)에 비해 8천억원(4.4%) 증가했다. 2015년까지는 인구감소에 따라 학생 수가 감소, 그에 따라 사교육비 총액도 줄어드는 모습이었으나, 그 이후 지속되는 학생 감소에도 불구, 사교육비가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는 사교육 참여율이 높아짐과 동시에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추세를 감안할 때 2019년 사교육비 총액은 2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자녀 1인당 총 사교육비 6,000만원

하지만 이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추계로, 조사에 참여한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9만 9,000원으로 전년(38만 2,000원) 대비 1만 7,000원(4.5%) 증가했다. 학교·급별로 고등학교 54만 9,000원, 중학교 44만 8,000원, 초등학교 31만 9,000원으로 전년 대비 모두 증가,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전년대비 3만 9,000원(7.7%)으로 증가금액과 증가율 모두 가장 높게 나타났다.

2018년 참여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기준으로 자녀 대학 입학 전까지 예상되는 총사교육비를 추정해봤다. 학교·급별로 초등학교 약 2,300만원, 중학교 약 1,600만원, 고등학교 약 2,000만원으로 예상되며 이를 모두 합산하면 총 5,900만원 정도의 사교육비 예산이 필요하다. 위 결과는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의 평균 수준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사교육비가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거의 모두가 학원에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교육비도 평균치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것은 부모의 노후준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규열

※ 머니플러스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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