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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미래와 맞바꾼 노후

조회수 2019. 11. 8. 17: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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➏ 노후준비, 왜 어려운 걸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년전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 30.9%가 일을 하고 있었다. 용돈(11.5%)을 벌거나 건강 유지(6%)를 위한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 먹고살기 위해서(73%)였다. 우리사회도 노후빈곤의 재앙이 다가오고 있다.

노인인구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은 일본에선 가난한 노인을 의미하는 하류(下流)노인 문제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일본은 65살 이상이 28%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다. 그런데 이런 일본에서 노후를 위해선 2억원이 넘는 돈을 저축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부 보고서가 최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자민당 간사장 시절이던 지난 2004년 연금제도를 개혁하면서 ‘100년 안심’을 구호로 내걸었다. 전 국민이 평생 걱정없이 살 수 있는 연금제도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정부의 연금정책 실패를 국민에게 떠넘기고 있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는 인생후반이 더 중요하지만 안정된 삶을 기대하기엔 너무 많은 리스크가 기다리고 있다. 생각보다 오래 살고, 생각만큼 생활비는 줄지 않으며, 자녀문제라는 악재와 부동산에만 쏠린 자산 그리고 무서운 인플레이션이 노후생활을 옥죄고 있다.

하지만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다. 우리의 현실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은 666조 4천억원(지난 2월 기준)에 달하지만 국민연금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정부는 이 돈이 오는 2057년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저출산·고령화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금 지급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미래는 너무나 불투명하다. 국민 각자가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노후자금을 비축해야 한다는 것만큼은 잊지 말자!

노인이 가난한 나라

2017년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의 14%를 넘어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지난해 기준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회원국 평균 14% 보다도 3배 이상 높은 47%나 된다. 노인 두 명 중 한명 꼴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갈수록 노인인구 비율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오는 2025년이면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노인들은 연금과 수당 등 공적이전(정부나 공공기관의 지출) 소득을 모두 합쳐도 은퇴 전 소득의 4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70~80% 수준에 달하는 유럽국가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OECD 평균인 50%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예전엔 장수가 축복이었지만 이제 사회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법을 찾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다간 노인 빈곤율만 높아질 뿐이다. OECD 국가 중 가장 빨리 일자리를 잃고, 값싼 노동력으로 가장 오래 일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은 과연 행복하게 100세를 맞을 수 있을까?

벼랑 끝의 선택

노인 빈곤율은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제적 결핍감을 잘 설명해준다. 이는 다시 노인 우울증과 자살률 상승으로 연결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9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노인(65세 이상) 자살률은 10만 명당 58.6명으로 전체 인구 자살률 24.3명의 2.4배, OECD 평균(18.8명)의 3.1배에 달한다. 

전체 인구 중 하루 평균 34명, 42분마다 1명씩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회에서 노인 자살률이 갖는 의미는 더욱 무겁다. 60대 이후 자살률이 종전 연령 수준을 유지하거나 감소하는 게 일반적인 외국의 경우와 대조적으로 이 사회의 자살률은 연령에 비례해 높아진다. 이는 태어나 누구나 모두 예외 없이 가닿게 될 미래 즉, 노년의 삶이 불행하다는 방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주된 자살 원인으로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질병이 가장 먼저 꼽히지만, 소득 불평등과 같은 경제·사회·문화적 요인도 큰 영향을 끼친다. 노인에게는 상대적으로 가깝고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죽음인데 어째서 스스로 달려가 죽음을 맞는가 하는 의문은, 더 참을 수 없을 만큼 막막했을 그 하루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은퇴자금도 자녀에게

한국인의 노후를 빈곤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자녀에게 집중된 지원 비용이다. 많은 부모가 자녀의 성공과 행복에 자신의 삶을 희생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자식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며, 자식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적인 노후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이런 자녀 올인 문화는 노후 준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며,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노후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

보험개발원이 자체 설문조사와 보험통계 및 여러 기관의 노후 관련 통계자료를 종합해 분석·발간한 ‘2018년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40~50대는 은퇴 이후에도 자녀 교육비로 7,000만원, 결혼 비용으로 1억 4,000만원가량의 지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세대의 절반 이상은 은퇴 후 자녀 부양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실린 보험개발원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4050세대 가운데 56.6%가 은퇴 이후에도 자녀 부양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10.7%포인트는 “매우 부담된다”고 답했다. 은퇴 후 뒷바라지가 필요한 자녀가 둘 이상이라면 지출 규모가 배가될 수 있는 셈이다. 은퇴 후 퇴직급여 사용처를 묻는 질문(복수응답 가능)에 가족 부양을 꼽은 응답률도 42%였다. 

4050세대의 부담감을 기우로 치부하긴 어렵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노후보장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은퇴 당시 자녀가 미취업 상태였다는 응답자는 22%, 미혼 상태였다는 응답자는 34%였다. 같은 해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의 30.6%가 자녀와 동거 중이고, 동거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이 자녀의 독립 불가능(31%)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노인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집을 팔지 않고 지키려한다. 자녀에게 상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아니면 손자에게도 상속하려고 한다. 집 상속은 기본이고, 자녀가 집을 사는 데 노후 자금을 쓰는 경우도 많다. 이혼한 자녀의 아이를 노부부가 대신 키우면서 양육비 지출이 다시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노후 준비를 충분히 해놓았더라도 자녀의 이혼 등 예상치 못했던 일로 인해 갑자기 어려워지는 노인들을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주택과 상속의 의미

주택연금은 소득원이 없는 65세 이상 고령자들이 지금 소유하며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그 집에 거주하면서 평생 혹은 일정 기간 생활비를 연금 형태로 수령하는 방식이다. 집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는 것과는 정반대 방식이라 ‘역모기지론’이라고도 한다. 연금 형태의 주택담보대출인데 노후 현금흐름에 도움이 된다. 다른 세대와 달리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여전히 크게 확산되지는 않고 있다. 그들의 자녀인 현 청년세대가 아직 자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대책은 곧 ‘자녀대책’이란 진단이 나온다. 자녀가 자립하지 못하니 실질적으로 은퇴도 불가능한 세대, 아래로는 자녀를 부양하고 위로는 초고령자 부모를 돌봐야 하는 세대. 그들 중 역모기지를 하지 않겠다고 답변한 통계자료를 보면 이유가 자녀를 위해 주택을 물려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다수다. 이런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간명한 충고다.

더하기 혹은 빼기

노후 준비는 더하기(+) 아니면 빼기(-)라고 한다. ‘더하기’에는 소득을 더하는 것, 일을 더하는 것, 연금을 더 투자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게 어려울 경우 더하기 못지않은 효과가 있는 게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빼기’다. 예를 들면, 은퇴 후에 중형차를 팔면 유지비 등을 감안 할때 한 달에 60~70만원의 돈이 절약되는 식이다.

그러나 부모세대에서 자녀세대로 이어지는 가난의 낙수효과와 반대로 현 20~30대 자녀의 가난이 50~60대 부모세대에 영향을 미치며 그들의 노후도 빈곤으로 연결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빼기’의 시도와 효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가난한 청년세대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부모세대의 빈곤과 함께 부모와 자녀세대가 빈곤의 공동체로 묶이는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가난한 이들이 더 가난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모든 가난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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