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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효과'에 대처하는 방법

조회수 2019. 10. 2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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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체험해보시고 구매는 그때 결정하시면 됩니다.”

친절한 마케터의 전화와 함께 여러분은 평소에 관심 있던 전자기기 체험단으로 선정이 되었다. 가격 부담감에 구매를 고민하던 차에 운이 참 좋았다. 체험 후 마음에 들면 구입, 아니면 반품하면 된다니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 실제 써보니 기능이 생각보다 너무나 괜찮다. ‘비싼 이유가 다 있구나.’라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다.

체험단의 선택

사실 제품을 막상 써 보니 몇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구석도 있었지만 이는 체험단으로서 합리적인 의견을 제시하면 되는 사항이다. 어차피 구매 여부는 체험단이 끝난 후 각자의 몫이니까. 체험할 때 아무리 마음에 들었어도 구입을 안 하면 그만이다. 자, 3개월이 지나고 드디어 선택의 시기가 왔다. 여러분은 어떤 결정을 하게 될까?

지금으로부터 20여 년 전인 1996년. ‘위니아’라는 회사는 고객 200명에게 ‘딤채’라는 김치냉장고를 무료로 써 보게 하는 체험 마케팅을 펼쳤다. 3개월간의 체험기간이 끝나고 결과는 어떠했을까? 체험단 중 몇 명이나 김치냉장고를 구입했을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벤트에 참여한 200명은 모두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 해당 회사는 대대적으로 이 사실을 홍보에 활용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물론 그만큼 김치냉장고의 품질이 좋았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 전원이 구매했다는 사실은 상품의 기능 외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 다시 말해 심리적 요인도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바로 ‘소유 효과’가 그것이다.

강력한 유혹, 소유효과

소유 효과란, 어떤 물건이 일단 내 손에 들어오면 다른 것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심리를 말한다. 내 남자 친구, 여자 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예뻐 보이는 것도 같은 심리적 효과이다. 혼란스러운 주식시장에서 내가 쥐고 있는 주식의 가격이 아무리 떨어져도 좀처럼 단호하게 매도하지 못하는 이유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앞서 언급했던 딤채의 체험 마케팅은 어떻게 마무리되었을까. 그렇다. 3개월 동안 사용해 온 김치냉장고는 체험단에게 어느 순간부터 ‘내 것’이 되었다!!! 소비자로서 구입할 만한 가치가 점점 올라간 셈이다. 그리고 ‘딤채’는 이러한 심리를 마케팅에 똑 부러지게 활용했다. 혹시 평소에 체험단 이벤트를 좋아하는 성향이라면, 내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소유 효과를 직시해 볼 필요가 있다. 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익숙함이 쌓이게 되고, 나도 모르게 내 것에 대한 애정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체험 기간 후에 부지불식간에 카드 결제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내 손안에 일단 들어오면 모든 물건은 탐스럽고 아름다워지기 마련이다.

소유효과의 끝판왕, 온라인 쇼핑

바쁜 일상에 편리함을 주는 이유로 요즘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쇼핑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은 소유 효과를 200% 활용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사용한다. ‘환불 보장제’가 바로 그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은 실물이 아닌 화면상에 비치는 이미지로 물건을 선택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있다. 내가 생각했던 재질, 색상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는 한계 말이다. 하나 일단 배송받은 즉시 환불이 가능하기에 마음의 부담이 덜하며, 환불 절차도 의외로 간단하다.

그렇다면 쇼핑몰의 입장은 어떨까? 밀려드는 환불 요청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예상과는 다르게, 일단 물건을 받은 소비자는 큰 불만이 있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환불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상품의 배송이 끝남과 동시에 이제는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온라인 쇼핑몰의 환불 보장제 마케팅은 소유 효과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일단 받아보고 맘에 안 들면 환불하라니, 이렇게 달콤한 제안이 어디 있는가.

사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가능하면 제품을 많이 만져보게 하고 입어보게 하는 이유가 다 소유 효과를 보기 위한 전략이다. 짧은 시간 안에 ‘내 것’이라는 생각을 강력하게 주기 위함인 것이다.

따라서 가성비를 따지는 현명한 소비자라면, 과연 내 마음에 정말 쏙 들어서 구입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소유 효과로 인해 배송받은 물건과 사랑에 빠진 것인지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내가 예상했던 품질이나 디자인이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환불 요청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 왕복 택배비와 약간의 결심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살까말까 할 때는

결국 가장 중요한 점은 구매할 때부터 가져야 하는 나만의 소비 철학이 아닐까 싶다. 물건 하나 구입하는데 철학까지 운운하는 것이 좀 우습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인생의 크던 작던 대부분의 일은 원칙이 중요하고 이는 소비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특히, 소유 효과의 “위력”에 대해 공감한다면 더더욱 나만의 소비기준, 소비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세요!!!”

얼마 전 길을 걷다 우연히 보게 된 포스터 문구이다. 살까 말까 고민될 때는 그냥 사라는 것이 요즘의 소비문화이다. 일단 미루지 말고 질러보는 태도가 쿨(cool)한 소비자의 모습인 듯한 착각도 하게 된다. 그럼, 그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소유 효과 탓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냥 내 것으로 삼게 될 것이다. 결국 내 통장은 점점 ‘텅장*’이 되는 대참사가 벌어질 터.

그렇다면 마케터들의 주장과 정반대로 해 보면 어떨까. 살까 말까 고민될 때는 그냥 이번은 넘어가는 것으로, 아예 쇼핑몰 장바구니에는 담지도 않는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아른거린다면 딱 2일만 더 참아보고 결제하는 것으로!!!

올여름, 강력한 소유 효과 앞에서 우리의 지갑을 지켜내기 위한 소소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소비를 절제하는 각자의 마음 근육이 아주 조금은 도톰해질 테니까.


* 성장 : 텅텅 빈 통장을 표현하는 신조어(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박유나 재무심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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