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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가족’이여 ‘사랑’이여!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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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피를 나눈 가족 대신 타인을 선택했다. 노부요는 말한다.
“자기가 고르는 편이 강력하지 않겠어? … 유대 말이야. 정 같은 거.”
“버린 게 아니라 주워온 거예요. 버린 사람은 따로 있는 거 아닌가요?”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지만 식구는 선택할 수 있어.”
“이건 비밀인데, 우린 가족이야!”

- 영화 《어느 가족》 중에서
(2018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2019 아시안 필름 어워즈 최우수작품상 수상)
진짜 가족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 옛말에 부모가 반 팔자(半八字)라는 말이 있다. 자식의 운명은 그를 낳은 부모에 의해서 반쯤 결정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함께 식사를 하고 웃고 떠드는 식구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 가족과 식구는 동의어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 영화 《어느 가족》(감독 : 고레에다 히로카즈)은 같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함께 한 식사 시간도 함께하는 시간이 거의 없는 가족과 혈육은 아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많은 식구 같은 존재를 통해서 가족을 재조명하고 있다.

가족의 이야기는 참 많다. 그 내용은 따뜻하며 결말은 코끝을 찡하게 한다. 그런데 가족에 대한 소설이나 영화를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 가족 구성원 어느 한 명의 희생이 아름답게 그려지거나, 말썽만 피우다가 집 나간 자식이 돌아와 가족이 다시 행복하게 살게 됐다는 이야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족은 ‘정상 가족’이어야 한다.

우리는 가족이 ‘혈연’에 의한 관계로 구성됐을 경우에만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런데 혈연에 의해 맺어진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는 ‘친권’이라는 권리가 있고, 그 친권은 자녀를 가난과 폭력 속에 가두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에, 가족을 늘 두들겨 패는 아버지라도 그가 친권자라면 미성년 자녀는 친권자와 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성년 자녀가 원하지 않아도 그렇다. 이런 현상은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어떠한 ‘개인’인지와 상관없이 ‘그래도 부모인데 참고 살아야 하지 않겠니?’로 합리화되었다.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너무나 익숙해서 무뎌지기 쉬운

아이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라고 믿기에 나날이 깊어지는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 정답이 보이지 않는 육아 전쟁, 불의의 가족 상실로 인한 아물지 않는 상처, 급증하는 1인 가구와 고독사로 대변되는 사회 안전망의 이면, 새로운 구성원으로 등장한 외국인 노동자 가족들의 절박한 상황 등 대한민국 가정이 직면한 위태로움은 일상의 다방면에 깊숙하게 퍼져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안쪽에는 따뜻함보다 차가움이, 포용보다 강요와 무시가, 이해와 인정보다 상처가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어느 집에나 문제는 있다. 부모와 자녀의 대화 단절과 가족 간의 쌓이는 오해에 대한 불안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느끼고 있는 문제점이다. 부모들은 자녀와 친구 같은 부모가 되길 희망하지만 실제로는 아이의 성공을 위하는 마음에 엄격한 통제와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도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 우등생이 되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반발심에 차 거친 말을 내뱉거나 난폭한 행동을 보인다. 부모와 자녀는 자신의 본심을 몰라주는 서로의 모습에 당황하며 실망한다. 가족이기에 말하지 않아도 서로 이해할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는 번번이 배반당한다.

처음 육아를 시작하는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사랑과 인내로 키우리라 다짐했지만 예상을 빗나가는 아이 때문에 미칠 것 같다. 그런 아이를 힘들어하는 스스로가 무능하고 나쁜 엄마처럼 느껴져 더욱 괴로움을 느낀다. 그뿐이 아니다. 배우자 상실이나 가족 갈등, 그리고 진학, 취업 등 현실적인 이유로 급증하는 1인 가구들이 일상 속에서 체감하는 어려움,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 등 현재 대한민국 가족이 직면한 문제는 수두룩하다

그래서 더욱 소중한 이름 ‘가족’

익숙함은 편안함이다. 그러나 편안함은 때로 무례가 될 수도 있다. 함께일 때는 미처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삶과 관계가 무너질 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가장 귀중한 공동체는 바로 가족이다. 나의 어떠한 모습이라도 감싸주는 것이 가족이다.

그런데 간섭이 귀찮고 책임이 부담스럽고 이해가 부족해서 어긋나기만 하는 것이 오늘날의 가족상이다. 가족 간에 사랑과 이해와 용서가 부족하다 보니 ‘남보다 못한 가족’이라는 실망, 분노 그리고 좌절이 가족을 숨 막히게 한다. 가족이라는 테두리만으로는 진정한 가족이 될 수 없다. 다시 한번 진정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발견하고 알아내고 공부해야 한다.

성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올바른 관계를 맺고 정서적 지원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는 건강한 성인이 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상황의 아이는 자라도 어른 옷만 입은 ‘어른 아이’가 되고 만다. 그런 어른 아이들이 가족을 이뤘을 때 새로운 비극이 탄생한다. 상처가 대물림되고 가족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이러한 비극의 고리를 끊자면 무엇보다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머니는 처음부터 엄마가 아니었다. 아버지도 날 때부터 아빠가 아니었다. 부모는 시작하는 마음으로 부모 됨됨이를 익혀야 한다. 자녀를 소유하려는 마음, 자녀가 약하기에 은연중에 함부로 대하는 태도, 혹은 무책임하게 방치하려는 그릇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자녀는 부모의 생각과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부족한 환경에 대한 원망, 간섭에 대한 짜증을 거둬야 한다. 부모는 자녀를, 자녀는 부모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서로에게 지나치게 기대거나 군림하려 든다면 병든 가족일 뿐이다.

‘아동・노인문제’ 사회인식 필요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발간한 ‘2017년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아동학대 사례 2만 2,367건 가운데 1만 7,177건(76.8%)이 부모(양부모 포함)에 의한 학대로 밝혀졌다. 이 중에서 친부모의 학대 비율이 1만 6,386건(73.3%)으로 가장 높았다. ‘부모 품이 제일 따뜻하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아동 학대 사건 가해자의 절대다수가 ‘부모’였던 것이다.

‘가족이 가장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건 노인 학대도 엇비슷했다. 노인 학대는 2008년 3,897건에서 2017년 7,287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적 학대(3,064건)가 가장 많지만, 신체 학대(2,651건)까지 간 경우도 적지 않았다. 노인 학대가 발생한 장소는 절대다수가 가정(89.3%)이었다. 가해자 네 명에 한 명(26.3%)이 아들, 여섯 명에 한 명(17.3%)이 배우자였다. 한마디로 가족이 아니라 ‘원수’였던 셈이다.

가족,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

현대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가족’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님, 형제자매들이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의 모습은 이미 찾아보기 힘든 지 오래됐고, 산업화 이후 전형적인 가족의 모델이던 핵가족의 모습도 더 이상 전형적이지 않다.

부모 중 한쪽이 외국인인 ‘다문화 가족’, 이혼이나 사별로 생긴 ‘한 부모 가족’, 이런 한 부모 가족이 재혼을 통해 새롭게 형성된 ‘재구성 가족’, 법적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가족의 형태를 지닌 ‘동성 커플 가족’ 등 전형적이지도, 전통적이지도 않은 가족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나 결혼 이주자가 많아지면서 ‘다문화 가정’은 기하급수로 늘어나, 현재 전체 결혼 건수 대비 국제결혼 건수는 10%를 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가족이라는 개념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가족이란 과연 혈연으로 맺어진 운명 공동체일까? 아니면 구성원 각자가 만들어가는 관계 중심의 공동체일까? 대한민국에서 가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이며 가족이란 무엇인가? 혈연인 가족만으로 산적한 모든 문제들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가족의 사전적인 정의는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급변하고 있고, 그에 따라 가족도 다시 정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이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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