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 '만화', 백조 '웹툰' 되다

조회수 2021. 3. 18. 1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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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웹툰이 한류를 타고 전성 시대를 열어간다. /사진제공=각 사, 그래픽=김민준 기자

책상 서랍에 숨겨둔 만화책을 훔쳐보면서 낄낄대다가 날아온 분필에 직격당한 추억은 많은 이들이 공유할 것입니다.

한때는 호환·마마 급으로 언급되며 어른의 눈초리를 받던 미운 오리가 21세기 디지털 세상에서는 남녀노소 반기는 백조로 거듭났습니다.

한국 만화가 웹툰으로 전성시대를 열어갑니다.

인터넷 문화 개척자들이 만들어낸 ‘웹툰’

한국 만화 시장은 초기부터 만화 선진국 일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적판이 횡행하던 시절을 거쳐 1990년대 일본문화 개방으로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일본 만화 작품이 국내에 쏟아졌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국내 만화 출판 사업은 고사 직전까지 갔습니다.

과거 다음웹툰 웹툰마켓과 유료결제 이미지 /사진제공=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때 국내 만화 창작자는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인터넷상에서 개인 홈페이지 위주로 창작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층을 위주로 알음알음 인기를 끌던 이 무료 인터넷 만화는 2003년 다음이 ‘만화 속 세상’, 2005년 네이버가 ‘네이버웹툰’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플랫폼을 갖추고 본궤도에 진입했습니다.

점유율 경쟁을 펼치던 포털도 경쟁적으로 작가를 영입했고 콘텐츠의 양과 질이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세계 최초의 ‘웹툰’ 시장이 열린 것입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0 만화산업 백서’에 따르면 국내 만화 이용자 중 디지털 만화만 이용하는 비중은 68.6%에 달합니다.

27%가 디지털 만화와 종이 만화 모두 이용하며 4.4%만이 종이 만화만을 이용했습니다.

디지털 만화 유료 이용 경험이 있는 경우도 43.6%에 달했습니다.

이제 한국은 좁다… 한류 타고 세계로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대에 올라섰다고 전망됐습니다.

2010년 1000억원 규모에서 10년 만에 10배 성장을 이뤘다. 나아가 한류 바람을 타고 어느덧 수출 상품으로 탈바꿈했습니다.

20여년 전과 180도로 상황이 바뀐 것이다. 네이버·카카오 양대 플랫폼사가 앞장서며 글로벌 시장 형성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네이버웹툰들. (왼쪽부터) 노블레스,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사진제공=네이버웹툰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8월에는 업계 최초로 하루 거래액 30억원, 한 달 거래액 8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2020년 글로벌 이용자 수 7200만명과 유료 콘텐츠 거래액 8200억원을 달성하며 선두를 질주했습니다.

특히 세계 최대 콘텐츠 시장인 미국에서 MAU(월간 순 사용자 수) 1000만명을 확보하고 있으며 스페인어·프랑스어 서비스로 유럽·남미에서도 MAU 550만을 돌파했습니다.

카카오는 국내에서 검증된 작품을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를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픽코마’ 전체 작품 중 한국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은 1%지만 이 작품들이 전체 매출의 40%가량을 차지합니다.

이에 힘입어 ‘픽코마’는 지난해 7월 트래픽과 매출 모두 일본의 양대 앱마켓에서 비게임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만화 종주국 일본 시장에서 거둔 성과입니다.

네이버 웹툰·웹소설 IP 영상화 라인업 /사진제공=네이버웹툰

웹툰을 앞세워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양사의 행보는 거침없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습니다.

북미·유럽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매월 9000만명 이상 사용자가 230억분을 사용하는 스토리텔링 플랫폼입니다. 

사용자 80%가 Z세대로 구성된 ‘왓패드’에서 검증된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하는 등 콘텐츠 강화를 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웹툰과 웹소설 세계 1위 플랫폼 간 시너지를 내면서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공략해나갈 것
-네이버 관계자

카카오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콘텐츠 전문기업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이달 출범시켰습니다.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을 합쳐 웹툰·웹소설 등 IP(지식재산)부터 음악·영상·디지털·공연 등 콘텐츠 기획·제작 및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까지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와 장르를 아우릅니다. 

시너지를 목표로 한 인수·합병(M&A)과 투자도 적극 추진할 방침입니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영역에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각적으로 검토할 계획
-카카오 관계자

K-웹툰 위상 높아질수록 내실도 다져야

네이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정식 연재 작가의 연평균 수익은 3억원이며 작가의 58%가 1억원 이상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웹툰 시장이 성장하고 글로벌 진출도 활발해짐에 따라 인기 작가를 유치하기 위한 물밑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집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웹툰 산업과 제작환경이 좀 더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국내 생태계에서 거대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IP 밸류체인이 구축됨에 따라 투자 편중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중소 제작사·에이전시·플랫폼에서는 국내보다 해외를 겨냥해 글로벌 IP를 기획·생산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
IP와 작가 확보에 치열한 분위기다. 작가를 창작자로서 찾는 게 아니라 작화를 위한 단순 기술자로 찾는 업체도 간혹 있다. 주로 데뷔를 준비하는 예비작가나 신인작가가 불공정한 계약 조건으로 착취를 당하는 경우도 생긴다. 공정계약 정착과 노동환경 개선이 이뤄지고 만화진흥법 개정을 통해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K-웹툰이 한류 대표 문화상품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는 데 큰 힘이 될 것
-한국웹툰산업협회 관계자
과거 웹툰 플랫폼의 형성이 1차 성장기였고 현재는 웹툰 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2차 성장기라고 본다. 글로벌에 진출한다는 것은 반대로 글로벌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웹툰 종주국으로서 위치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관심과 기회를 주면서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서범강 한국웹툰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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