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어쩌다 '트러블 메이커' 됐나

조회수 2020. 6. 9. 15: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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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최근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주거지역)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업계 안팎의 이슈가 됐다. 시공능력평가(2019년 기준) 1위와 5위의 기업이 수주를 위해 상대 회사에 대한 비방과 고소를 일삼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출혈까지 감수하는 무리한 경쟁을 해 파장이 컸다. /사진=대우건설 제공

주인 없는 기업의 ‘폭주’

“전세계에 유례없는 공공기관의 백화점식 문어발경영”

2010년대 익명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한국의 KDB산업은행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 해체된 대기업그룹의 계열사들이 채권단의 경영정상화라는 명분 하에 내실 없는 빈껍데기로 전락,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비판이었습니다.

옛 대우그룹의 계열사들이 대표적이죠.

최근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주거지역)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이 업계 안팎의 이슈가 됐습니다.

시공능력평가(2019년 기준) 1위와 5위의 기업이 수주를 위해 상대 회사에 대한 비방과 고소를 일삼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출혈까지 감수하는 무리한 경쟁을 해 파장이 컸습니다.

작은 파이마저 나눠야 하는 건설업계 불황이 원인이지만 한편에선 각종 수주사업마다 트러블메이커가 되는 대우건설의 막무가내식 영업에 눈총을 보내는 시각도 있습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면 대우건설은 ‘주인 없는 회사’의 설움이 있습니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는 시기가 문제일 뿐 매각을 위한 주가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업계 1~4위인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 등이 오너 기업인 반면 대우건설은 언젠가 매각될 운명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산은은 당분간 매각보다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당장 주가가 오르기 힘든 환경적 요소를 고려한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죠.

시공단가 후려치기?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2018년 6월 취임해 올해로 임기 2년째를 맞는다. /사진제공=대우건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재개발·재건축사업(정비사업)은 영업이익률이 5~10% 수준으로 자체 시행사업과 비교해 절반 수준입니다.

서울 대형 정비사업의 경우 공사비가 1조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건설업체 입장에선 결코 작은 액수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며 저가수주 경쟁이 심화되고 시공마진도 점점 줄어든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대우건설의 경우 이번 반포3주구나 기타 정비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 조합원들에게 ‘제로마진’, ‘마이너스마진’을 내세우며 금전적 혜택 제공을 약속해 경쟁업체들로부터 눈총을 받았습니다.

서울시도 대우건설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이 참여하는 정비사업마다 과잉경쟁의 문제가 발생했다”

- 서울시 고위 관계자

이런 논란에 대해 대우건설은 마이너스마진을 약속한 게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손해보는 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공사기간 동안 물가인상률을 적용하면 공사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포3주구의 경우 경쟁업체와 비슷한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150억원 이상 증액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 대우건설 관계자

매각 논란 의식하는 산은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최근 반포3주구 입찰 설명회에서 대우건설 홍보영상에 출연해 “매각을 서두르지 않고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포3주구 조합 내에 대우건설의 매각 이슈가 약점으로 작용하자 이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됩니다.

현재 주가 환경이 악화됐지만 대우건설은 매각을 위한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우건설은 호텔과 발전, 부동산개발, 리츠운용 등 15개 자회사를 거느렸습니다.

대우ST와 푸르지오서비스, 대우파워 등 대우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는 곧 통합 후 상장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대우건설의 자산규모가 커질수록 KDB인베스트먼트 입장에선 인수자를 찾기 힘들 수 있습니다.

자회사 통합은 이런 차원에서 분리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있습니다.

대우건설 주가추이. / 자료=네이버증권, 그래픽=김민준 디자인기자

김형 사장 취임 2년 새 ‘폭락한 주가’

김형 사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포스코건설 등에서 부사장을 지낸 후 2018년 6월 대우건설 사장을 맡았습니다.

김 사장은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국내 현장소장과 해외사업을 두루 경험한 건설통입니다.

‘낙하산 인사’ 논란에선 자유로웠지만 주인 없는 회사의 숙명처럼 ‘주가 제고’라는 과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언젠가는 매각해야 하는 회사의 특성상 주주 입장에선 주가를 높여야 제값을 받고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8년 대우건설 주가는 6월1일 종가기준 6230원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김 사장이 취임 2주년을 맞는 올 6월엔 1일 종가 기준 주가가 3850원을 기록했습니다.

2년 새 주가가 38.2% 폭락한 것입니다.

건설업종 주가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이유도 있지만 대우건설은 건설업체의 주요 경영평가 기준인 시공능력평가순위도 2018년 4위에서 2019년 5위로 떨어졌습니다.

그 자리엔 GS건설이 올라섰습니다.

대우건설 실적을 보면 국제회계기준(IFRS) 매출은 2018년 10조6055억원, 2019년 8조6519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올 1분기엔 1조9858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2018년 6287억원·5.9%에서 2019년 3641억원·4.2%로 더 악화됐습니다.

M&A는 더욱 멀어진 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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