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렸다 낚아채면.. 현금부자 "얼씨구"
최근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집값은 외국에 비해 비싸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는 ‘외국에 비해’라는
상대적인 관점이지만
국내 분양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이 느끼는
무게감은 어마어마합니다.
수억~수십억원 하는
분양가 자체가 부담인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돈줄까지 막히며
청약은 꿈도 못 꿉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분양만 되면 잘 팔립니다.
비싸도 결국 팔리는 분양시장에서
건설사들은 남모를 미소를 머금습니다.
고분양가 논란에
전국 최고 분양인기지역인 서울에서조차
일부 미계약 단지가 나오는 추세지만
‘청약 당첨=로또’라는
시세차익 기대감에 부풀어
현금부자들은 비싸건 말건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반면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점점 멀어집니다.
◆서울·경기 “너무 비싸”
최근 A·B씨처럼 고분양가에
내집 마련은 엄두도 못내는 이들이 허다합니다.
이들이 느끼는 비싼 집값 체감도는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경기 등 수도권도 비슷합니다.
◆서울 미계약 속출… 이유는?
서민들이 느끼는 고분양가 무게감이 확산돼
최근에는 서울마저 미계약물량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는 9억원을 초과하는
고분양가 아파트가 증가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입니다.
정부 규제로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면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해서입니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에 따르면
2015년부터 서울에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분양가 9억원을 넘는 아파트는 2015년 12.9%,
2016년 9.1%, 2017년 10.8%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 비중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29.2%,
(5월15일 이전 입주자모집공고 기준)
2019년 48.8%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의 90%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국한됐지만
올해는 강북 지역 비중이 73.6%로 늘었습니다.
강남3구 민간분양아파트 중 분양가 9억원 초과 비중은
지난해 92.2%로 정점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76.4%를 차지합니다.
강북은 2017년 용산과 성동구의
대형 고가 아파트 분양이 이루어지면서
9억원 초과 아파트가 12.6%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지난해까지 10% 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45.4%로 비중이 크게 늘었고
한강과 맞닿은 마포, 용산, 성동, 광진 외에도
서대문과 동대문 등 도심 전역으로
분양가 9억원 초과 분양 사례가 확산되는 추세입니다.
◆현금부자만 ‘얼씨구’
서울 전역으로 미계약 물량이 확산되는 추세지만
현금부자들에게는 다른 세상 얘기입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청약 당첨은 로또라는 인식이 팽배합니다.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낚아채면 그만이라는 생각입니다.
SK건설에 따르면
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 SK 리더스뷰’
계약 취소세대(97㎡A)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청약을 진행한 결과 총 4만6931명이 몰렸습니다.
청약자 4만6931명은
분양공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숫자지만
이번 계약 취소세대 입주자 모집공고는
단 1세대뿐이라 경쟁률이 높았습니다.
이 단지의 계약 취소세대 1가구 모집에
4만6931명의 청약자가 몰린 이유는
로또기대감 때문입니다.
2017년 8억8240만원에 분양된
(발코니 확장, 시스템 에어컨 등 포함)
이 세대는 최근 5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어
로또공식이 성립됐습니다.
이는 물론 현금부자들에게만 국한된 얘기입니다.
서울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각 40%(서민 실수요자는 각 50%)로
비조정대상지역보다 강한 대출 규제를 받기 때문에
자금줄이 막힌 서민들에게는
이러나저러나 ‘그림의 떡’입니다.
이처럼 아무리 고분양가라도
어떻게든 분양물량이 소진되다보니
건설사는 느긋한 입장입니다.
수백~수천여세대의 분양물량 중
고작 몇십 가구가 미계약이 발생해도
결국엔 현금부자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