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사라".. '매도'는 없는 증권사 리포트
증권사가 발간하는 투자의견 리포트는
'매수'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투자의견이 매수에서 '중립'으로만 조정돼도
업계가 주목할 정도로
매도의견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구조상
매도의견 리포트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국내증시는
부진한 경제지표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와
북한발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위협 등
대내외 악재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부진한 모양새입니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의 매도의견 리포트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외국계 증권사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매수' 또는 '중립' 의견입니다.
시장 악화와 오너 리스크, 관련주 하락에도 불구하고
매수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괴리율 공시제, 효과는 '미미'
금융투자협회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 공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2018년 4월1일부터 2019년 3월31일까지)
국내증권사의 매도 리포트 비율은
대부분 '0'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나마 대신증권이 1.1%,
신영증권·KTB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가
0.6%로 집계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리포트의
과도한 매수의견 비중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2017년부터 '괴리율 공시제'를 시행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1월 금감원은
증권사 47곳(외국계 15·국내계 32)이 발간한
최근 2년간의 보고서 8만9262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괴리율 공시제를 도입한
2017년 9월을 기점으로 이전 1년간
보고서 4만4528건과
그 이후 1년간 보고서 4만4734건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이 발표에 따르면
투자의견 중 매수(76%) 비중이
매도(2%)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특히 국내 증권사의 매도의견 비중은 0.1%에 불과해
외국계(13%)에 비해 현저히 낮았습니다.
금감원이 투자의견 변경 등
주요사항을 심의할 위원회와
내부검수를 위한 전담조직을 꾸릴 것을 권고한 이후에도
매수의견 보고서 일색의 문제점은
고쳐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괴리율 공시제는 일부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지나치게 높게 잡아
해당 종목을 과도하게 고평가하면서
종목 리포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현 주가와 목표주가 간의 차이(괴리율)를 공개해
좀더 현실적인 투자의견 설정을 돕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매도의견보다 매수의견 리포트가 나오는 배경에는
증권사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업은
채권 인수·기업공개 등 국내 증권사의
기업금융 관련 주 고객입니다.
만약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작성하려면
해당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받아야 하는 환경에서
매도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한 매도의견 리포트… 대안은?
외국계 증권사의 경우
인수·합병(M&A) 자문 서비스의 비중이 크고
투자은행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M&A 자문의 경우
해외 네트워크가 중요한 부분이어서
기업이 선뜻 수임을 구실로
외국계 증권사에 압력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를 두고 독립 리서치 기관 설립이
대안으로 떠오릅니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브리프에 게재된
'애널리스트를 통한 양질의 정보생산을 위한 과제'에
따르면
투자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독립적인 리서치 기관의 설립을 장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보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증권사와 기업 간 이해관계로 인한
정보가 왜곡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비용을 지불하는
독립적인 리서치 기관의 설립을 장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분석입니다.
증권업계에서도 외국계처럼
매도의견 리포트가 돈이 된다면
국내 증권사들도 매도의견을 늘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주식 매도를 통해 돈을 벌고
관련 투자정보를 얻고자 하는 고객이 많아진다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증권사 한 관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