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

# 김씨는 올 초 전세대출을 연장하러 갔다가 거절당했습니다. 2주택자여서입니다. 김씨는 결혼과 직장 문제로 두번 이사하는 과정에서 실거주를 위해 구입했던 빌라가 매매되지 않아 2주택자가 됐습니다. 김씨는 지금 사는 전셋집의 전세대출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2년 안에 빌라 한개를 팔겠다는 각서를 제공했습니다. 만약 이행하지 못할 경우 대출금을 일시 상환해야 하며 이후 5년간 은행대출이 금지돼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 유씨는 5년 전 결혼 당시 신혼집으로 산 서울 마곡지구 새 아파트의 가격이 두배 넘게 올랐습니다. 그런데 유씨는 지금 신혼집 인근 오래된 작은 빌라에 전세로 살고 있습니다. 아파트는 전세를 주고 대출을 갚았다. 높아지는 금리를 감당하지 못해서입니다. 아파트는 팔 계획입니다.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으니 남들 눈엔 좋아보일지 몰라도 돈 때문에 좋은 집을 포기하고 어린 딸과 주말가족이 된 대가입니다.

# 윤씨는 오는 10월 전세계약이 만료됩니다. 결혼과 함께 새로 입주할 예정인 공공임대아파트 이사날짜에 맞춰 계약했습니다. 그런데 전세금을 제때 다 돌려받을 수 있을지 큰 걱정입니다. 경기 소도시에 있는 그의 집은 4년 전 집주인이 매수한 분양가보다 현재 전셋값이 더 오른 상태입니다. 집주인은 다주택자라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고 새 세입자를 구해야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습니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다주택자나 1주택자, 전세세입자 등이

부동산시장의 뇌관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내 부동산 대부분이 대출과 연결된 점을 볼 때

앞으로 집값의 추가하락이나

금리인상 시 급매와 경매가 한꺼번에 쏟아지며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한편에서는 정부 규제정책이

무주택자의 청약기회를 넓히고

신규 전세세입자에게는 전셋값을 안정시켜

서민 주거안정 측면으로 보면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기조가 지속될 경우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커

문재인정부 중반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비규제지역·9억원 이하·현금부자' 기회?

부동산전문가들은 1년 후

서울 집값의 하락에 무게를 싣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9년 4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부동산전문가 106명 중 59.4%는

1년 후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집값이 현재와 같을 것이라는 전망은 24.5%,

상승 전망은 16%에 불과했습니다.

부동산시장이 침체돼도

누군가는 집을 사게 마련입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전방위 규제로

인기지역 거래가 차단되고

투자이동이 이뤄지는 곳을 주목합니다.

바로 비규제지역의 9억원 이하,

이를 살 수 있는 ‘현금부자’들입니다.

한국은행의 ‘2018년 4분기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전문가 172명 중 66.6%는

올해 서울 집값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경기도, 대전, 세종은 상승전망이 60%대로 더 높았습니다.

즉 ‘풍선효과’가 예상됩니다. 

정부가 지정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세종 등 투기지역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40%가 적용됩니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와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강력한 규제를 받으므로

프리미엄을 기대한 단타매매가 무의합니다.

무엇보다 실수요자라도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부동산전문가들은

대규모 재건축 분양이 예정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미분양 확률이 낮다는 데 이견이 없습니다.

1순위청약에 당첨된 후 자금마련에 실패한

미계약자가 나올 수 있지만

대부분 현금을 가진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를 줍는다는 의미의

‘줍줍’ 현상이 부동산시장 신트렌드로 떠오른 상황입니다.

◆조정론 vs 폭락론

가장 고민이 깊어진 건 내집 마련을 계획 중인

중산층 실수요자입니다.

다주택자는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고

부동산투자도 시기를 미루는 추세지만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을 위한

제도적 환경은 나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나 강남 집값과 대출규제의 벽은 여전히 높고

비규제지역 등은 가격폭락의 리스크가 작지 않습니다.

부동산폭락이 발생할 경우

자산가치 하락뿐 아니라

은행의 대출상환 압력이 우려됩니다.

실제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집값이 폭락하자

수많은 하우스푸어가

대출상환 압력과 금리인상을 못이겨

집을 팔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