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이 일주일 살아보니.. "즐거운 불편"

조회수 2018. 11. 2. 17: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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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젓가락은 안주셔도 됩니다.”


지난 주말 중국집에 건넨 주문 요청사항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은 거절하기. 
제로웨이스트(Zero waste)의 첫번째 단계다. 



배달된 짜장면은 집에 있는 쇠 젓가락으로 먹었다. 



편리함의 상징인 배달음식을 먹고도 
설거지의 수고로움이 남았다. 
하지만 쓰레기는 남지 않았다. 



쓰레기 없기 살기 7일차, 
‘즐거운 불편’이 이어지고 있었다. 



제로 웨이스트는 

쓰레기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쓰레기는 재활용한다.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의 저자 

비 존슨이 주창한 이 개념은 

이제 전세계적인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기자도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했다. 




일말의 양심이 계기가 됐다. 




지난 4월 쓰레기 대란 당시

 환경문제가 눈앞의 공포로 다가왔다.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긴 어려웠다. 

‘나 하나 줄인다고 달라질 것 없다’며

 눈을 가렸다. 




이후 일회용 컵 규제, 플라스틱 빨대 교체 등 

관련 기사를 쓰며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부끄럽게도 기사를 쓰면서 배운 셈이다.




2015년 기준 서울시민 1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쓰레기양은 0.94㎏, 

1년에 343㎏다. 




2인 가구인 기자의 집 쓰레기부터 살펴봤다. 




일주일에 생활쓰레기 10L, 

플라스틱·비닐·스티로폼·캔 등 

재활용 쓰레기 20L가 나왔다. 




배달음식과 가정간편식을 애용하다보니

 재활용 쓰레기의 비중이 컸다.




 일주일 간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며

 배출되는 쓰레기를 모아보기로 했다.



체험 1일차, 

시작한지 불과 1시간도 안돼서 

쓰레기를 만들었다. 




화장솜에 토너를 묻혀 

피부결을 정리한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스킨케어 방법부터 바꿔야 했다. 

화장을 지울 때도 마찬가지. 




화장솜을 필요로 하는 

아이 리무버, 클렌징 워터 대신 

클렌징 오일을 이용했다. 




손으로 눈가를 비벼 지우는 방법은 

시간이 배로 소요됐다.



이튿날에도 하마터면 쓰레기를 만들 뻔했다. 




비 오는 점심시간, 

우산에 씌우는 일회용 비닐 커버

식당 앞을 나뒹굴고 있었다.




 이렇게 버려지는 우산 비닐은 1년에 1억장이며 

썩는 데는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고작 30분 사용하자고 

쓰레기 하나를 얻을 순 없었다. 




한참동안 밖에서 우산을 털고 들어갔는데도

 식당 안 사람들의 눈총이 따가웠다. 



미처 인지하지 못한 쓰레기는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녔다.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가더라도 

대기번호가 적힌 주문서가 손에 들렸다.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면 커피봉지가, 

라면을 먹으면 라면봉지가 나왔다. 




소비하는 족족 쓰레기가 생겨났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소비패턴 자체를 바꿔야 했다.



다음날부터는 소비를 최소화했다. 

식사도 최대한 밖에서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때도 생각지 못한 쓰레기가 따라왔다. 




함께 저녁을 먹은 친구가 물었다. 

“쓰레기 모은다며. 소주병은 안챙겨가?”  




결국 소비를 억제하기보다 

올바르게 소비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재사용 가능한 용기만 있으면

 비교적 많은 것을 해결할 수 있었다. 




개인용기를 지니고 다니며

 김밥도 먹고 떡볶이도 먹었다. 

소비의 폭이 한층 넓어졌다.




일회용품의 대체재도 찾아 나섰다. 




가장 필요했던 건 

스테인리스나 유리로 된 다회용 빨대. 




커피를 마시려 컵을 들 때마다 

입안으로 쏟아지는 얼음이 성가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구매는 쉽지 않았다. 




모든 것이 다 있다는 잡화점에도 

없는 제품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결국 온라인으로 

스테인리스 빨대와 세척솔을 주문했다.




4일째엔 치약이 동이 났다. 




생필품은 양보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가들은 

이 영역에 어떻게 접근할까. 




그들은 플라스틱 튜브에 담긴 치약 대신

 가루치약을 구입하거나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플라스틱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을, 

플라스틱 통에 담긴 샴푸 대신 

비누나 샴푸바를 사용한다. 




빨래할 때도 친환경 세제인 

과탄산소다를 이용한다.



그러나 이들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건 힘든 일이었다. 




금요일 오후, 팀에서 다과회를 가졌다. 




간식을 먹는 순간 

쓰레기가 생길 걸 알면서도 모른 척했다. 




여러명 몫의 간식을 사오는데

 개인 포장용기를 고집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일회용품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사회에서

 이를 거부하는 일이 외롭게 느껴졌다.




더 큰 고비는 주말이었다. 




즉석조리식품으로 연명하는 주말엔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불어난다. 




쓰레기 없는 주말나기를 위해 

장을 보기로 했다. 




다만 평소 자주 가던 대형마트가 아닌

 집에서 거리가 있는 시장으로 향했다. 




마트에서는 대다수 제품을

 포장 상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포장쓰레기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토요일 오전 에코백과 개인용기를 들고 

시장으로 향했다. 




입구부터 검정 비닐봉지를 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선 반찬가게에 들러 

몇가지 밑반찬을 구매했다. 




준비한 용기를 건네자 

“병원에 가져가는 거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개인용기를 가져오는 사람이 흔치 않아 물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인근 야채가게 상인은 

양파와 대파 등을 사는 기자에게 

“가방이 더러워진다”며 

비닐봉지를 적극 권유하기도 했다. 



즉석밥 대신 오랜만에 쌀도 구매했다. 




곡물가게 주인은 기자가 가져온 용기를 보며

 “3일치밖에 안 담기겠다”며

 “다음엔 더 큰 통을 가져오라”고 조언했다. 




제로 웨이스트 장보기를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무엇을 살 것인지를 먼저 계획하고 

구매목록에 맞는 용기를 챙겨야 한다.





'쓰레기 없이 살기’라는 말은 역설적이다. 




무언가를 없애고 안하는 게 아니라 

애써 해야 하는 일이 훨씬 더 많았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안 쓰는 것은

 쓰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줄일 수 있는 것,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 




발생하는 족족 시야에서 사라지던 

쓰레기를 모아두니 

그 존재감이 드러난 것이다. 




길거리에서 주는 전단지나 

음식을 살 때 받는 일회용품을

 거절할 수 있게 됐다. 




텀블러와 손수건, 밀폐용기를

 가지고 다니는 습관도 생겼다.

소비문화의 노예인 기자가 

앞으로 쓰레기 없이 살기를 

지속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적어도 ‘세미(semi)’ 제로 웨이스트는

 실천하려고 한다. 




늘어난 짐에 어깨는 무거워지겠지만

 환경문제에 관한 죄의식에서 

가벼워질 것을 기대한다.

일회용품이 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플라스틱이 50~80년, 

비닐봉지는 100년,

 스티로폼은 500년 이상이라고 한다. 




언제 어디에서나 쉽게 

일회용품을 구할 수 있는 시대, 

쓰레기 없이 살기 위해서는 

분명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내 시간을 들이면

 지구의 시간을 아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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