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분노조차 포기한 청년들의 '이생망' 증후군

조회수 2018. 6. 26. 15:4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취업시장에 진입하는 20대 후반 청년 인구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국가적인 과제로 삼아 앞으로도 직접 챙기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 초 신년사에서 한 말입니다. 현 정부 최우선 정책이 일자리 창출임을 강조한 거죠.



실제로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을 투입하고 기업에 세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년 실업률은 오히려 연일 치솟고 있죠. 다양한 정책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그 속에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청년들은 거듭되는 취업 실패로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 자괴감의 수렁에 깊이 빠져듭니다. 위로랍시고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사람들이 미울 뿐이죠. 



지금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고 어떤 문제에 당면했을까요?

취업의 장벽 앞에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며 생활비 등 경제적 문제와 자존감 하락, 스트레스가 극단적 선택까지 불러오죠.



정희연 서울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1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준비생의 39.5%(49명)가 우울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5.3%(19명)는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특히 대학에서 인문·사회계열을 전공했거나 학자금 대출을 받은 취업준비생의 스트레스는 더욱 심각했는데요. 인문학 및 사회과학 전공자의 취업 스트레스 수치는 55.86으로 전체 평균치(52.12)와 자연과학 및 공학 전공자(49.09)를 모두 웃돌았습니다. 학자금을 대출받은 학생의 취업 스트레스 수치도 57.32로 그렇지 않은 학생(52.98)보다 컸습니다.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청년 취업시장은 갈수록 불공정한 게임이 되고 있는데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들어가는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거죠. 



요즘 취업시장에서는 대학 서열뿐 아니라 개인의 능력까지 우선시하는 경향이 확대되며 사교육을 통한 ‘취업 스펙’ 쌓기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영어, 해외연수, 컴퓨터∙금융 자격증 등의 스펙은 기본, 최근에는 취업컨설팅과 성형수술 비용 등도 추가됐습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취준생 145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월 평균 생활비 56만1000원 중 25만원을 학원비 등 취업준비를 위해 쓰고 있었습니다. 월 생활비의 약 5분의 2를 취업준비에 지출하고 있는 거죠.




취준생 10명 중 7명(66.8%)은 ‘취업준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취준생은 하루 평균 6시간18분을 일하고 월 평균 70만5000원을 버는 셈입니다.




일부 취업 전문 학원은 이들의 불안심리를 이용합니다. 한 취업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서 ‘합격보장반’ 강의는 한달 수강료만 20만~30만원대에 달하는데요. 강남역에 위치한 한 학원의 ‘프리미엄 패키지’는 ‘대기업 취업 전 과정을 책임진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수업료만 100만원 가까이 받고 있고요. 1대1 맞춤 컨설팅의 경우 회차당 가격이 적게는 5만~9만원, 많게는 20만원에 이르는데도 사전 예약이 필요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년들은 취업 준비에 매달려 하루하루 분투하며 발버둥쳐 보지만 현실은 이들을 오히려 경제빈곤층으로 내모는 모습입니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을 지속하면서 청년층은 경제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될수록 경제 전반의 성장 둔화 및 사회적 비용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전문가들은 사회구조적 변화와 함께 사회인식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층의 심리적 ‘내구성’이 점점 약해지고 좌절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취준생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태이지만 정작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책은 미비한 상태”라고 우려했습니다.




임 교수는 “취업 고민과 심리 상담이 필요한 청년이 많은데 경제적 부담 탓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젊은층의 정신건강관리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인데 이들을 위한 시스템이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대로 가다가는 공부에 매달리고 성취 지향적인 분위기만 더욱 고조될 것”이라며 “청년층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개입이 시급하다.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정신건강 서비스 및 사회적 지지의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 오늘날 청년들은 ‘나의 자리’, ‘갈 곳’을 찾아 그 요건에 맞추기 위해 분노조차 포기한 채 무력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