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새 쫓는 일이 직업이라고? 펭수도 찾아간 조류충돌 예방대원

조회수 2020. 11. 12. 1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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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버드 스트라이크 Bird-strike’라는 용어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운항 중인 비행기에 새가 부딪혀 생기는 항공사고를 의미하는데요. 일반인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용어인 이 버드 스트라이크는 항공계 종사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유형의 사고이기도 합니다.

새들은 왜 비행기에 부딪히는 걸까요? 연구에 따르면 이는 독수리 등의 천적이 자신의 경계범위(30m)를 넘어와야 비로소 도망치는 습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로 인해 시속 1,000km인 비행기가 다가오더라도 경계 범위 30m까지는 피하지 않다가 부딪히게 되는 거죠.

자연에서 비행기처럼 빠른 물체를 경험하지 못해 피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조류들. 만약 1.8kg의 조류가 시속 960km의 항공기와 충돌할 경우 64톤 무게의 충격이 발생한다는데요. 이들이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면 더욱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겠죠.

대참사를 막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항공기와 조류 또는 야생동물의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공항별 평가도 진행하는데요. 조류충돌 예방을 위해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직업도 있으니, 바로 ‘조류충돌 예방 대원’입니다.

실탄 격발 시범을 보이는 김포공항 조류충돌 예방 대원 총괄 책임 최용대 소장

Q. 조류충돌 예방 대원님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포공항 야생동물 위험관리부서에서 조류충돌 방지 총괄 책임을 지고 있는 최용대 소장입니다. 입사한 지 엊그제 같은데 20년째 일하고 있네요.


Q. 하시는 업무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생하도록, 쉽게 말해 항공기도 위하고 동물도 보호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제 직업에 대해 '새를 쫓아내고 포획이 목적인 직업'이라고들 생각하시는데요. 업무의 주목표는 조류 포획이 아니라 항공기가 안전하게 운항하도록 돕는 겁니다. 항공기 운항에 해가 되는 생물을 안전하게 퇴치하는 동시에 생태계도 관리·보호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이 일을 하기 위해선 조류에 대한 공부는 기본입니다. 동물의 습성, 먹이 행태 등을 철저히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지역마다, 공항마다 주로 나타나는 조류의 종류가 다양합니다. 따라서 김포공항 주변 생태환경에 대한 조사와 계절별로 어떤 야생동물이 많이 나타나는지, 이 동물들이 무엇을 주로 먹이로 삼는지 등을 수시로 공부해야 합니다. 이 일을 10년 이상 정도 하다 보면 멀리서 보더라도 새의 종류뿐 아니라 이 새가 리더인지 아닌지, 어미인지 새끼인지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위해 비행기 후풍에 맞아서 죽은 새 사체를 해부하기도 하고요. 이를 통해 이 새가 어떤 먹이를 먹었으며, 생후 몇 년 정도 되었나 등을 알 수 있거든요. 이 직업을 가지면 조류 박사, 조류의 달인 정도 수준의 지식을 갖게 됩니다. 

조류충돌 예방 대원들이 직접 수집하고 분석한 정보가 담긴 김포공항 야생동물 도감

Q. 김포공항에 가장 많이 나타나는 새는 무엇인가요?

우선 새의 종류에는 철새가 있고 텃새가 있는데요. 철새의 경우는 계절별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요즘 같은 경우는 기러기가 가장 많습니다. 겨울 철새인 기러기는 9월 말부터 2월 말까지, 이동하는 개체 수가 하루 5천 마리 정도 되고요. 여름에는 백로가 많이 발견되죠. 4월이 되면 도요새가 많이 방문하고요. 많이 발견되는 텃새로는 흰뺨검둥오리가 있는데요. 이런 텃새들은 4계절 모두 있어요. 대원들은 이렇게 계절별로 다른 조류의 종류를 고려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등의 보호새도 보이는데요. 저희는 이런 새들이 항공기와 부딪히지 않도록 안전하게 퇴치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퇴치’라고 해서 무조건 총기를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새들의 생태적 습성도 활용하거든요. 새들은 먹이나 물길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는데요. 이런 습성을 이용하기 위해 3월부터 김포공항 주변에 방제작업을 함으로써 애벌레, 유충 등 새들의 먹이를 없앱니다. 이처럼 치밀하게 방제 작업을 해두면 조류 퇴치 효과가 매우 큽니다.


또 공항 외곽에 폭음기, 경보기 같은 여러 퇴치 장비들도 있어서 조류의 공항 유입 자체를 최대한 막고 있습니다. 김포공항 외곽에도 폭음기 20여 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퇴치라고 해서 무조건 총기를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
새들의 생태적 습성도 활용하거든요.
3월부터 김포공항 주변에 방제작업을 함으로써
애벌레, 유충 등 새들의 먹이를 없앱니다.
그는 지난 2019년, 펭수와도 만난 적 있다. 펭수가 인형탈을 벗은 모습도 목격했다고. ‘자이언트 펭TV [Ep.75] 펭력사무소-공항편‘ 화면

Q. 새 말고 다른 동물 본 적도 있으신가요?

너구리나 고라니, 오소리도 본 적 있어요. 들개가 들어온 적도 있고요. 지금은 폭음기 같은 장비가 공항 주변에 설치돼 있어서 이렇게 큰 동물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이 없지만, 옛날에는 많았어요.


Q. 폭음기나 경보기 등의 기계도 있는데, 사람이 직접 새를 쫓아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어떤 장비를 사용하던 시간이 지나면 새들이 더 이상 반응하지 않습니다. ‘저건 소리만 크고 위험하지는 않구나’라고 학습이 되거든요. 그래서 기계에 익숙해진 새들에게 저희가 직접 경고 사격을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새들이 ‘아! 사실은 위험하구나’라고 학습하기 때문에 항공기와 부딪히는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계로는 충분하지 않고,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자동차 경적 소리, 총 쏘는 소리 등 다양한 소음을 냄으로써
조류의 공항 접근을 차단하는 폭음기

Q. 김포공항 근처가 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라 하더라고요. 한강도 있고, 주변에 먹이도 풍부하고요. 이런 점 때문에 김포공항이 다른 공항에 비해 조류충돌 예방이 더 힘든 지역인가요? 


맞습니다. 김포공항은 사고율이 굉장히 높은 환경이에요. 공항 주변에 한강도 있고 15M 정도 되는 수로도 있고, 굴포천도 있고…. 하지만 이로 인해서 비행기 이착륙이 힘들면 안 되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하죠.

저희 대원들이 최대한 노력하기 때문에 새들이 공항 내로 많이 들어오지 않고요. 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방제 작업도 9월 말까지 치밀하게 하고 있고요. 이보다 더 열악한 여건이라 하더라도 저희가 대처 방법을 다 알고 있으니까, 국민 여러분들은 걱정하지 말고 비행기를 타러 오셔도 됩니다.

Q. 소장님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하루하루가 굉장히 바쁩니다. 조류퇴치 예방 대원들은 휴일 없이 3교대로 24시간 일하는데요. 첫 비행기가 6시 10분 전후로 뜨니까 저희 대원들은 5시부터 업무를 시작하죠. 4시 반쯤에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공항 지구대로부터 수렵용 총을 찾아오고, 하루 업무 지시를 받아요. 6시 10분 전까지 모든 활주로 관리, 조류 퇴치를 마침으로써 첫 항공기가 불편함 없이 이륙하도록 부지런히 움직이죠. 이렇게 아침에 출근한 조는 오후 2시에 퇴근을 하고요. 연이어서 다음 조가 업무를 시작해요.

명절이나 휴일이더라도 비행기는 쉬는 날 없이 뜨니 대원들은 현장에 항상 대기해야 합니다. 늘 5명이 한 팀이 되어서 3교대로 근무하죠. 조 안에는 반장 1명이 있고, 돌발 상황이 생길 경우 저에게 반드시 보고하고 상의 후 조치를 취합니다.

저는 대원들의 교육도 담당하고 있는데요. 자주 나타나는 야생동물의 습성에 대한 교육, 총기 교육, 안전 교육, 공항의 규정 등에 대해 수시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항 내에 고가 장비가 많기도 하고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에 총을 쏠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총을 다루는 대원들에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총기를 다루는 직업이잖아요. 안전이 가장 걱정이 되죠. 신입 대원들의 경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총기 안전에 대해 굉장히 철저하게 교육합니다. 


또 대원들은 관제탑의 무전(요구)을 해결해 주는 스킬도 길러야 해요. 항공기 이착륙에 문제가 되는 것들을 즉각 수시로 제거해 줘야 하는데요. 신입 대원들은 이런 복잡한 상황에 대처하는 경험이 부족하니 관리자급 대원들이 항상 신경 쓰고 있습니다.


업무 시 실제 사용하는 총과 실탄.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다.

Q. 이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장점으로는 우선 직업적 자부심이 굉장히 큽니다. 우리가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대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면 항공기가 안전하게 이착륙하는데, 이걸 보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고 흐뭇하죠. 일반 사무직과는 달리 하늘을 항상 볼 수 있어서 답답하지 않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항상 안구 운동이 되어서 그런지 시력도 좋아지는 듯해요. 항상 자연과 접해있다는 친환경적인 근무 환경도 좋고요.

물론 총기 소음으로 인해 귀가 아프고 궂은 날씨에도 외근을 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다만 귀마개와 안전 장비 등은 항상 갖추고 활동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고요. 비 오는 날의 경우는 우비를 입고서 일하고, 조심해야 할 장소에 대해서 미리 공지도 하죠. 사실 날씨가 춥거나 더운 건 크게 의식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서 위생이 중요해졌는데요. 체온 측정은 하루 3번 정도 진행해서 대원들이 열이 나거나 하는 경우엔 즉각 교체합니다. 아침엔 복장을 반드시 체크하고요. 이렇게 안전에 유의해서 계절과 상관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비로 인해 총이 젖었을 경우 근무 시간이 끝나기 전에 꼭 수리·청소를 합니다. 저희 대원들에게 총기 청소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대원들은 총기 조립, 관리의 전문가가 되어있습니다. 대원들은 이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자긍심이 있기 때문에 항상 열심히 공부하며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모든 대원들은
총기 조립, 관리의 전문가가 되어있습니다.
저희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자긍심이 있기 때문에
항상 열심히 공부하며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Q.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직업인데, 어떤 경로를 통해서 이 직업을 가지게 되셨나요?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총을 좀 잘 쏘는 편이었어요. 야생동물에도 관심이 많았고요. 이렇게 총을 쏘는 일과 야생동물에 연관된 직업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우연히 이 직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총을 잘 쏜다는 점이 직업을 가질 때 가산점이 되진 않아요. 군대에서는 고정된 초점을 잘 맞춰야 했는데요. 이 직업에서는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항공기 안전을 위하는 게 첫째입니다. 공항엔 장비도 많고 차와 사람도 많이 지나다니죠. 그러니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안전을 위해서 총기를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거죠.

1990년대 초반에 이 직업이 생겨났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00년대부터입니다. 사실 90년대 조류충돌 예방업무가 원시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위성과 데이터 등을 활용해 더 정밀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죠. 일하는 분들도 경험이 많이 쌓여서 숙련도도 고급화되었고요.


Q. 조류충돌 예방 대원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수렵 허가증은 필수입니다. 회사에서 총기가 지급되는데 각 경찰서와 구청으로부터 총기 면허 허가를 받아야 하고요. 그 자격이 주어진 다음에 업무가 시작되는데요.

진짜 필요한 스킬은 지형 파악입니다. 김포공항은 활주로가 2개가 있는데, 그 주변을 떠나서 계류장부터 지형이 굉장히 넓어요. 이 지형을 모두 익히고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5년 정도의 치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숙련도가 높아야 조류충돌 예방 대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고요.


Q. 조류충돌 예방 대원이 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 이 직업을 선택했으면 좋겠어요. 애정과 사랑을 많이 가진 사람이어야 조류도 살리고 항공기도 보호할 수 있으니까요. 또, 총기를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적인 분들이 이 직업을 선택하시면 좋을 거 같아요. 사실 입사할 때 인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정신과에서 볼 수 있는 기초적인 수준은 다 체크하긴 하죠.

이후 일정 난이도가 있는 필기시험을 통과한 뒤에 면접 전형을 거쳐야 입사할 수 있습니다. 사격을 잘 한다고 해서 무조건 가산점을 받지는 않고요. 체력시험은 따로 보지는 않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공항을 방문하시는 분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희 대원들이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안전은 걱정하지 마세요. 공항에 오실 때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비행기를 탑승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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