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vs싱가포르..에어컨을 대하는 공무원의 자세
올여름 우리 국민들은 푹푹 찌는 듯한 가마솥 폭염을 겪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유독 가정용에만 적용되고 있는 '전기료 누진제' 파동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습니다
무려 11.7배에 이르는 누진구조가 올여름 폭염과 맞물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입니다.
여기에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의 기자설명회 내용이 국민들의 짜증을 증폭시켰습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더운데 에어컨도 못 틀게 하다니!!
물론 해당 관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인 설명이었을 것입니다. 사실관계(fact)에 있어서 잘못된 부분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한국의 상황과 달리, 싱가포르는 연중 무덥지만 덥다는 생각이 잘 안 듭니다. 바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기 때문입니다.
'누진세가 뭐예요?'
에어컨 가동에 관대한 싱가포르
월드 포스트의 편집국장인 나탄 가델스는 싱가포르의 국부(國父)인 리콴유를 세 번이나 인터뷰 했습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마지막 인터뷰를 제외한 두 번의 인터뷰는 싱가포르 대통령 궁인 이스타나에서 진행했습니다.
가델스는 인터뷰 내내 매우 춥다고 느꼈습니다. 그는 곧 리콴유와의 대화를 통해 왜 그렇게 실내 공기가 얼음장처럼 차가운지 알게 됐습니다.
가델스: 안녕하세요. 에취! 여기 왜 이렇게 춥죠? 싱가포르는 열대 기후 아닌가요? 인터뷰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싱가포르를 일으켜 세우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주춧돌이 뭐였습니까?
리콴유: 다문화주의입니다. 싱가포르에는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에서 온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가델스: 그렇군요. 실례지만 겉옷 좀 걸치겠습니다. 다문화주의 말고 싱가포르를 성공으로 이끈 또다른 요인이 있을까요?
리콴유: 바로 '에어컨'입니다. 에어컨은 싱가포르인에게 가장 중요한 발명이었습니다. 열대지역에서도 개발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문명의 성격을 바꿔놓았습니다.
가델스: 여기 이스타나 궁이 이처럼 추운 이유가 에어컨 때문이었군요!
리콴유: 네, 제가 싱가포르의 총리가 되고나서 가장 먼저 한 일도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건물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이는 열쇠입니다.
지금도 싱가포르 건물들에는 리콴유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연평균 최고기온은 31.4℃이지만 막상 가보면 무덥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도시국가인 만큼 야외에서의 이동거리가 짧은데다, 일단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예외 없이 에어컨이 가동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