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서 한국 빛낸 최고 선수, 뜻밖에도
각 종목의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여 4년 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펼쳐 보이는 세계인들의 축제 올림픽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 선수들 중 가장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준 선수는 누구일까요?
물론 이 선수들도 올림픽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우리나라를 빛낸 자랑스러운 영웅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참된 올림픽 정신'을 보여주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가장 높인 이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기계체조 종목의 이은주 선수입니다.
이은주 선수(17)는 비록 결선에조차 오르지 못했지만 특정 선수와 사진을 찍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 경기 전 연습 시간에 북한의 홍은정 선수(27)를 만나 다정하게 셀카 사진을 찍는 모습이 포착된 것입니다.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그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홍은정 선수를 만난 기쁨을 표현하고 기념하고 싶은 것은 어찌 보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 선수의 천진난만한 이 행동은 올림픽을 지켜보는 전 세계인으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았습니다.
남과 북의 체조선수가 찍은 셀카 사진 한 장.
이 두 선수의 행동은 리우올림픽 개막식장으로 가는 버스에 먼저 탄 레바논 선수들이 이스라엘 선수들을 같은 버스에 올라타지 못하도록 제지한 것과 비교되면서 '올림픽 정신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칭송받았습니다.
사실 이번 일은 국내보다도 국외에서 더 큰 관심을 불러모았습니다.
바흐 위원장과 IOC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올림픽 존립에 대한 위기의식을 잘 반영해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체제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장이 되거나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생산해냈던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의 올림픽은 그 효용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올림픽을 둘러싼 IOC와 여러 이해 당사자들의 정치·경제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도 골칫거리입니다.
한번 개최할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는 상황이 반복되자 이젠 올림픽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이은주 선수와 홍은정 선수의 화합된 모습이 화제가 되며 올림픽의 존재 의미가 다시금 되살아났습니다.
과거 고대 그리스에선 올림픽 기간 동안 모든 도시국가의 선수들이 자유롭게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전쟁을 휴전하자는 'Olympic Truce(올림픽 휴전)' 협정이 이뤄졌습니다.
이 협정으로 올림픽 개최 장소인 올림피아 안에 있던 선수들은 적대국 선수들과도 자유로운 교류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올림픽 휴전 협정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 사이의 평화를 유지하고 그리스 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이은주 선수와 홍은주 선수의 아름다운 몸짓은 바흐 위원장을 비롯한 IOC에게 올림픽의 존립 이유에 대한 답을 내줬고 역사적으로 올림픽이 존재했던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의미 있는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이번 일은 2년 후 있을 평창올림픽을 준비하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는 효율적이었던 20세기 개발주의, 국가주의 올림픽 모델은 이제 더 이상 적용 불가능한 구식이 됐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는 남과 북의 평화를 회복하고 전 세계에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평화올림픽'의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올림픽 근본정신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두 체조 선수가 찍은 사진에 열렬한 반응을 보내준 세계인들.
결국은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답임을 이은주 선수와 홍은정 선수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