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와 한류스타는 무슨 연관?
중국 드라마 한국 여주인공 교체설, 프로그램 방영 중단설, 한류스타 행사 취소설….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꼬리를 물고 있는 루머들입니다. 이처럼 한류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불안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이런 급작스러운 듯한 태도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건 왜 일까요?
정치적 이슈가 한류 때리기로 불똥이 튄 사례가 앞서 일본에서도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일본 사례
2000년대 중·후반 한류의 성지로 불렸던 일본 도쿄 신오쿠보.
한때 이곳에서 한류 상품을 판매하던 매장들은 상품을 진열하기 무섭게 팔아치우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한국 음식점들 또한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한류 전성기였던 2010~2011년에는 도쿄 시내 부동산들이 하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신오쿠보만 땅값이 치솟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신오쿠보는 썰렁하기 그지없습니다.
한식당 상당수가 폐업했고 지하철역 인근 명소였던 한류백화점마저 문을 닫았습니다.
한류가 싸늘하게 식은 것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죄 발언 요구로 신오쿠보에 혐한 시위가 잇따라 벌어지면서부터입니다.
2011년부터 반한류·혐한류 기류를 형성하고 있던 극우단체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신오쿠보에 있는 업소를 돌아다니며 난동을 부리고 거리를 초토화시켰습니다.
동방신기, 보아, 샤이니, 빅뱅, 카라 등 많은 사랑을 받았던 한류스타들 또한 줄줄이 방송에서 하차했습니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로 시작해 10년간 융성했던 일본의 한류는 이제 날개가 꺾인 채 부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중국 사례
최근 중국의 한류에도 '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중국에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송중기가 큰 인기를 끌고, '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의 예능이 리메이크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풍경입니다.
중국 인터넷에는 한국 연예인의 중국 활동을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이 실시될 거라는 괴소문과 함께 해당 연예인 명단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심상찮은 기류에 한국의 대표 연예기획사인 SM과 JYP, CJ의 주가도 곤두박질쳤습니다.
'별 영향 없을 것 같은데...
과민 반응 아냐?'
일각에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설'이 그저 소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도 없습니다. 연예계가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을 보니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일본의 반한류 세력들이 독도 문제를 걸고 넘어졌듯, 중국에서 한류가 붐을 일으키는 것을 고깝게 여긴 중국인들이 사드를 빌미 삼아 트집 잡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중국의 미디어 통제·관리를 담당하는 광전총국이 공식적으로 한류를 제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은 아베 신조 정권이 압박을 가하면서 일본 5대 지상파 방송에서 한류 드라마가 종적을 감췄습니다.
중국 방송업계가 사드 배치 반대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한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가정도 무리는 아닙니다.
한류는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문화상품입니다.
지난해 한류 문화콘텐츠 수출은 3조2000억원을 기록했고 화장품 등 소비재와 관광까지 합한 관련 수출은 8조원에 달합니다.
그러나 한류는 국가 간 정치적인 갈등이 생겼을 때 대책 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한류가 꺼질 경우 일본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은 한류 콘텐츠 수출액 비중의 40% 가량을 차지해 '최대 한류 소비 국가'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최근 5년간 한국의 게임, 한류, 영화, 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에 투자된 차이나머니는 2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장악력이 큰 만큼 중국이 규제를 가할 경우 돌아올 파장도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적 갈등 때문에 위기에 봉착한 한류 문화 산업.
일본에서 겪은 혐한류 악몽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한류 정책도 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 쏠림 현상에서 벗어나 유럽, 미국, 아랍 등 시장을 다각화해 활로를 찾아야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