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 대신 '볼일 보기'..길 잃은 강아지가 집에 돌아오는 방법
길 잃은 강아지가 먼 길을 달려와
주인과 재회했다는 이야기.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종종 ‘감동 실화’로 소개되곤 합니다.
지도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닌 반려견은
어떻게 살던 곳으로 돌아왔을까요?
최근 체코 연구팀이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놨습니다.
길 찾기 실험
히네크 부르다 체코대 교수 연구팀은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숲에 들어간 사냥개가 주인에게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찰했습니다.
개들은 매번 숲의 새로운 장소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시각 정보에 의존할 수 없었습니다.
또 후각을 사용할 수 없도록 바람이 개에서 사람 쪽으로 불 때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27마리의 사냥개를 대상으로 3년 간 600여 차례 실험을 진행한 결과 개들이 주인에게 돌아오는 방식을 ‘추적’과 ‘정찰’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추적’은 자신이 지나간 길을 그대로 되짚어 돌아가는 걸 말하고, ‘정찰’은 전혀 다른 길로 돌아오는 방법을 뜻합니다.
흥미로운 건 ‘정찰’ 방식을 사용한 개들의 행동입니다.
개는 훌륭하다
정찰 방식을 택한 개들은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멈춰 남북 방향으로 20m 정도를 질주한 후 새로운 방향을 잡아 주인에게 돌아갔습니다.
223건의 정찰 방식 중 약 170건에서 이와 같은 ‘나침반 질주(compass run)’가 관찰됐는데요.
남북으로 달린 개들은 달리기 전보다 더 가까운 경로로 주인에게 돌아갔다고 합니다.
부르다 교수는 ‘나침반 질주’가 ‘개들이 현재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남북 축을 따라 달린 행동’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즉, 개들이 지구의 자기장을 감지해 이를 나침반 삼아 길을 찾았다는 뜻입니다.
부르다 교수는 지난 2013년엔 반려견이 남북 방향으로 배변을 하여 방향과 위치를 파악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철새나 바다거북처럼 먼 거리를 이동하는 동물들이 지자기를 감지해 길을 찾는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요.
부르다 교수의 연구들은 개 역시 다른 동물처럼 지자기를 느낄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배꼽시계 말고 배꼽 나침반?
일부 학자들은 사람도 지자기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공대 연구팀은 사람의 뇌가 자기장의 변화를 감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죠.
연구를 진행한 커슈빙크 교수는 인간의 자기 수용체가 타조의 날개처럼 퇴화했으나 흔적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미아가 된 반려견이 수십 km를 걸어와 주인을 만났다는 이야기, 쉽게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자기장이 단서가 됐습니다.
우리도 종종 설명할 수 없는 감각으로 내린 결정이 적중하곤 하는데요, 이를 육감이라고 부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육감이라고 부르는 감각엔 자기장을 느끼는 ‘원초적 본능’이 포함된 건 아닐까요?
이 콘텐츠는 매일경제의 기사
[이기자의 유레카!] 반려견도
'이것'에 의지해 집으로 돌아온다를
참고하여 제작했습니다.
[이영욱 기자 / 김진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