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네티즌이 유독 "마오" 발언에 발끈하는 진짜 이유

조회수 2020. 8. 31. 17: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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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예명으로 '마오' 어때요?


가수 이효리의 이 발언이

중국 정치인 마오쩌둥(毛澤東)을 모욕했다며

중국 네티즌들은 비난 세례를 퍼부었습니다.


단 이틀 새 이효리의 SNS 계정은

수십만 개의 악플로 도배됐죠.


출처: 유튜브, 인스타그램 캡처
논란이 커지자 프로그램 제작진은 해명글을 올렸지만 악플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입니다.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 아닌 데다

애초에 한국의 내수용 방송이

중국인들의 심기를 고려해

제작돼야만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인데요.


대체 무엇이 중국 네티즌으로 하여금

이렇게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집단행동을 하게 만드는 걸까요?





중국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사람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를 도입해 경제적으론 부강해졌지만 한편으로 사회주의라는 정치 이념적 정체성이 약해졌다는 인식을 하게 됐는데요.


이에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 강화를 위한 민족주의와 애국주의 교육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게 됩니다.


출처: 웨이보 캡처
중국 웨이보에는 #李孝利辱华(이효리 중국모욕)이란 해시태그가 돌고 있으며 해시태그만 검색해도 엄청난 양의 글들이 검색됩니다.


이 같은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세대는 중국의 인터넷 보급과 함께 온라인 여론을 주도하는 계층으로 떠올랐습니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출생한 `주링허우(90后)`, 2000년대 출생한 `링링허우(00后)` 등이 있죠.


특히, 이들 중 유독 중국 당국의 입장을 옹호하는 데 투철하고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SNS 활동에 적극적인 이들을 가리켜 ‘샤오펀훙(小粉紅)`으로 지칭하기도 합니다.


중국 당국에 의해 고용돼 여론몰이를 주도하는 우마오당과 달리 샤오펀훙은 자발적으로 나선 이들일 가능성이 크며, 1인 미디어가 대세로 떠오른 요즘 우마오당 이상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유튜브 채널 캡처
중국 당국에 소속된 관변 집단인 `우마오당(五毛黨·공식 명칭 인터넷 평론원)`은 사이버 공간에서 여론을 조작·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화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강한 적대심을 보이는 샤오펀훙들에 대해 중국 내 비판적 시각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중국 당국과 언론은 이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젊은 온라인 민족주의자들의 훌륭한 활약`이라며 찬사를 보냈으며, 시진핑 주석도 지난해 "웨이보 등을 통해 당의 목소리를 여러 계층에 전달해 여론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면서 "당국은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효리, 쯔위, 박보검까지…
한국 유명인들의 잇따른 수난史

중국 네티즌들의 집단행동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그들은 중국의 민족주의적 감성에 거슬리는 경우에는 국적, 영토를 불문하고 유명 인사 또는 기업들에 대해 가차 없는 비난을 가합니다.


예컨대 2018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D&G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제작한 광고가 중화(中華)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온라인 시장에서 퇴출된 바 있습니다.


출처: MBN 뉴스 캡처


한국은 중국과 인적·물적 교류가 많다 보니 연관된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2015년에는 걸그룹 트와이스의 멤버 쯔위가 국내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다는 이유로 중국 네티즌으로부터 뭇매를 맞아 공식 사과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2016년에는 배우 박보검이 등장한 국내 스포츠 용품 광고가 중화를 모욕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었죠. 최근 발생한 이효리 사건 또한 민족주의의 발호라는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출처: MBN 뉴스 캡처


이처럼 중국 네티즌은 다른 나라의 방송이나 광고 등을 상대로도 ‘중화 모욕죄’를 들어 압력을 가해왔는데요. 중화 모욕죄의 명분이 되는 중화 민족주의의 근본에는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며, 중화 민족이 다른 민족보다 우월하다는 사고가 자리하고 있어 마찰을 초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독 “마오” 발언에 발끈하는 이유

앞뒤 맥락 없이 한국 연예인의 "마오"

한 마디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중국 네티즌의 모습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사실 마오쩌둥에 대한 그간의

신격화 작업이 영향을 미친 결과물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마오쩌둥은 중국 대륙을 통일한 주역으로 중국에서 현재의 중국(중공)을 있게 한 국부(國父)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대약진 운동`이란 과오로 4000만 명이 넘는 인민을 아사케 했고 `문화 대혁명(문혁)`을 일으켜 수십만 명을 박해하고 중국의 경제와 문화를 수십 년은 후퇴시켰습니다.


문혁 시기 홍위병들은 마오쩌둥에 반대하는 모든 이들을 주자파(走資派·자본주의 추종자), 적폐로 몰아세웠습니다. 마오쩌둥 사후, 중국 내에서도 문혁은 오류였다는 평가가 내려진 지 오래지만 여태껏 제대로 진상이 규명된 적은 없습니다.


출처: 바이두


그런데 개혁개방 이후 한풀 꺾였던 마오쩌둥 신화는 2000년대 이후 다시 강화됐습니다. 1990년대까지 농민, 노동자뿐 아니라 마오쩌둥을 포함한 4명의 지도자들이 나란히 인쇄돼 있었던 위안화 속 인물은 모두 마오 한 사람으로 통일됐습니다. 이 같은 신격화 작업은 중국인들의 사고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죠.


출처: 연합뉴스


특히 시진핑 정부는 출범 이래 마오쩌둥 신화를 새로 윤색해 왔는데요. 그 이유는 시 주석이 천명한 ‘중국몽’ 실현을 위해 중화민족을 통합하는 구심점으로 마오의 권위를 활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26일 시 주석이 국가주석을 넘어 마오에게만 부여됐던 공산당 주석직을 차지하고 종신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中, 극단적 민족주의로는
절대 진정한 대국 못 돼

동아시아연구원(EAI)의 `2020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 결과, 한반도 주변국 중 중국에 대한 적대감은 지난 5년 새 가장 큰 폭(16.1%→40.1%)으로 늘어났습니다.


이에 더해 우호적 감정이 가장 큰 폭(50%→20.4%)으로 줄어든 나라 역시 중국이었습니다.



2016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국내 방송이나 SNS에서 얼토당토않게 자신들의 관점을 강요하며 집단 공격을 일삼는 네티즌들의 모습도 한몫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흔히 민족주의는 ‘양날의 검’에 비유됩니다.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단합된 힘이

국난 극복 등으로 발현되기도 하지만,


폐쇄적으로 흐를 경우 배타주의,

문화 쇼비니즘으로 변질되기도 하죠.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안 그래도 코로나19 이후

반중 정서가 팽배한 요즘

편협한 민족주의에 기댄 속 좁은 처신은

이웃 국민들의 반감만 키울 뿐입니다.


40년 전에 비해 힘은 수십 배가 강해졌지만

전혀 성숙해지지 않은

중국의 모습이 우려스럽네요.




이 콘텐츠는 매일경제의 기사 

이효리 "마오" 발언에 테러...폭주하는 中민족주의 민낯을 참고하여 제작했습니다.


[신윤재 기자 / 신소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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