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라, 트와이스 채영, 배우 이일화의 공통점은?

조회수 2020. 1. 7. 10: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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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개그맨 김구라, 트와이스 채영, 배우 이일화

공통점을 아시나요?

뭐지? 뭐지?

바로 대한민국 0.1% Rh(-) 혈액형인 사람들인데요. Rh(-)는 전세계적으로 15% 정도 되지만 국내에는 1000명 당 1명꼴(0.1%)입니다.


작년 11월에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카카오톡 부동산 관련 오픈채팅방에 한 글이 올라오기도 했죠. 한 산모가 긴급수술을 진행하던 중 출혈이 멈추지 않아 긴급히 피를 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산모가 Rh(-) A형(희귀) 혈액이라는 점.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처음 올라왔던 해당 글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파급력을 타고 빠른 속도로 확산됐습니다.

이처럼 Rh(-)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이 워낙 소수이기 때문에 혈액 관리에 있어 더 신경을 쓸 것 같은데요. 과연 Rh(-)는 어떻게 관리가 되고 있을까요? 마침 우리 '추적자 추기자'가 0.1%에 해당하는 Rh(-)입니다. '아주 특별한 사람들'인 Rh(-) 혈액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 함께 보시죠. 


Rh(-) 헌혈하는 사람들

Rh(-) 혈액형을 갖고 대한민국 0.1%로 살아가는 기자는 지금까지 70회 헌혈을 했다. 특히 긴급 상황이 생겼을 때, 그 환자에게 다이렉트로 혈액을 전하는 `지정헌혈` 방식이 대부분이다. 헌혈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대한적십자사는 이러한 공혈자(供血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데, 특히 Rh(-) 공혈자의 경우 동의를 얻어 특별한 관리를 하고 있다. 공혈자 풀을 구축한 뒤, 만약 긴급한 헌혈 요청이 오면 이들 공혈자에 연락을 돌려 필요한 혈액을 수급하는 식이다.


헌혈이라 하면 쉽게 떠올리는 전혈의 경우 최소한의 수량을 확보해두려 하지만 정기적으로 수혈이 필요한 혈소판 혈액의 경우 항상 부족하다고 한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헌혈은 크게 전혈과 성분헌혈 두 가지로 나눈다. 전체 70%를 차지하는 전혈은 백혈구를 제외한 적혈구와 혈장을 함께 뽑아내는 것으로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고 두 달마다 한 번씩 할 수 있다.

성분헌혈은 또다시 혈소판 헌혈과 혈장 헌혈로 나뉜다. 전체 혈액의 1%를 차지하는 혈소판은 백혈구 생산이 어려운 백혈구 환자들에게 쓰이며, 혈장은 알부민 등 의약품 제작에 사용된다. 성분헌혈은 전혈과 달리 2주에 한 번씩 할 수 있고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생각보다 까다로운 헌혈의 조건

이러한 적십자사의 관리와 별개로 Rh(-)인 사람들 역시 아주 특별한 모임을 운영·유지하고 있다. 소수자인 Rh(-) 스스로 돕기 위한 커뮤니티 중 가장 큰 규모인 네이버 카페 `Rh(-) 아특사(아주 특별한 사람들)` 1만5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역시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고, 긴급 요청이 올 경우 카페에 올리거나 운영진이 주도해 공혈자 수급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활발한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소수자의 마음을 공유하고 서로 힘이 되는 가족이 되어주고 있다. 헌혈은 만 16세 이상 69세 이하 연령만 가능하다. 또한 여성의 경우 45kg, 남성의 경우 50kg 미만일 경우 헌혈이 불가능하다. 빈혈을 비롯해 건강상태에 무리가 있거나, 헌혈에 부적합한 약을 복용했거나, 헌혈이 제한되는 국내외 지역을 다녀왔다면 헌혈이 제한된다.


긴급한 상황에서 사용되는만큼 다소 까다롭고 복잡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하는 것이다(헌혈도 내맘대로 못한다). 기자가 헌혈을 많이 하게 된 점 역시 이와 관련돼 있다. 그나마 외근이 잦고 시간 사용이 자유로운 편인 데다 신체건강하게 헌혈에 참여할 수 있는 Rh(-) 헌혈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 관계자는 "항상 연락드려 죄송하지만 긴급하게 요청을 드렸을 때 바로바로 해주실 수 있는 분이 많지는 않다"고 밝혔다.


직접 지정헌혈에 나서다

SNS를 일순간 긴박하게 만들었던 한 산모의 수혈 요청이 있고 5일 뒤, 기자의 휴대폰으로 대한적십자사의 `지정헌혈요청` 전화가 다급하게 왔다. 한 백혈병 환자가 긴급히 혈소판 헌혈이 필요한데 혹시 도와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일요일 저녁께 온 전화를 받고 일정을 확인한 뒤 다음날인 월요일에 하겠다고 헌혈의집 예약을 마쳤다.


장소는 광화문 헌혈의집. 다음날 촬영팀과 함께 만반의 준비를 한 뒤 헌혈의집을 찾았다. 날카로운 바람이 살갗을 스치는 추운 날씨가 예보된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헌혈의집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Rh(-) 지정헌혈이 갑작스레 잡히면서 Rh(+) 헌혈과 겹칠 경우, 해당 헌혈은 자연 순연되거나 취소된다. 긴급헌혈을 우선 진행해야 하는 만큼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헌혈요청과 수혈자에게 가는 과정은 긴박하지만, 헌혈 과정 자체는 사실 일반 헌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건강 문진표를 작성한 뒤 혈압을 재고, 헌혈을 할 수 있는지 간단한 혈액 테스트를 거친다.

사진설명헌혈 전 반드시 확인이 필요한 문진표

이때 혈액형을 확인하는 간이 검사도 진행한다. 사전 검사가 끝난뒤 충분한 물 섭취와 화장실 업무를 마치면 자리에 앉아 헌혈이 진행된다. 이날 기자는 혈소판·혈장 헌혈을 진행했다. 최근 기술의 발전 등으로 혈소판과 혈장 헌혈을 동시에 진행해 혈소판은 환자에게, 혈장은 의약품 제재에 쓸 수 있게 그 활용도를 높였다고 한다. 기자는 왼쪽 팔으로만 헌혈을 한다. 바늘 자국이 자꾸 생기는데 양쪽에 있는 것보다 한쪽으로 몰아넣는게 나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왼쪽 팔에는 언뜻 보면 무서운 상상을 불러일으킬 만한 무수한 바늘 자국이 훈장처럼 남아 있다.

싸늘하다. 바늘이 날아와 내 팔에 꽂힌다 / 추동훈 기자

굵은 바늘을 꽂은 채 50분가량 앉아 있으면 헌혈 기계가 알아서 혈소판과 혈장을 분리해 내 몸에서 가져간다. 그리고 필요한 성분을 제외한 나머지 혈액을 공혈자에게 되돌려주면 과정이 마무리된다.


값으로 매길 수 없는 헌혈의 가치

헌혈의 정의는 `건강한 사람이 자기 혈액을 다른 사람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일`이다. 즉 헌혈을 했다고 특별한 보상이나 금전의 대가를 받는 것은 아니다. 물론 헌혈을 위해 시간을 내고 몸을 쓴 수고로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소정의 기념품이 제공된다. 이날 기자는 평소에 하던대로(?) `기부권`을 기념품으로 선택해 기자의 이름으로 4000원을 기부했다. 또 헌혈 1회는 4시간의 사회봉사활동 시간으로 인정된다. 70번의 헌혈을 했다면 280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셈이다.


몸속에 깊숙이 들어와있던 바늘을 제거하고도 약 10분은 휴식을 취한다. 갑작스러운 이동과 무리한 활동은 공혈자에게 무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헌혈을 하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시간30분. 준비 과정부터 헌혈, 그후 휴식을 하는 동안 몸속에 간직돼 있던 0.1%의 체액은 네모난 형태의 소중한 생명수로 탈바꿈해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마무리했다.

혈소판 헌혈은 통상 1시간 가량이 소요된다.

아직은 따뜻한 우리들의 세상

기자가 처음 Rh(-)라는 사실을 알았던 당시에는 괜한 불안감을 느끼고 매사에 방어적인 모습을 가졌던 적이 있다. 또 처음 헌혈에 나서면서 `나를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닌가`란 예민함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수자의 사명감을 갖고 헌혈에 적극 참여하고 그 횟수가 두 자릿수를 넘어가면서 왠지 모를 평온함과 안정감을 느꼈다. 누군가는 또 나를 위해 이렇게 헌혈에 나서 줄 것이고, 이러한 소수자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또다른 Rh(-) 친구들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Rh(-) 산모를 돕기 위해 두팔 걷고 나서고, 걱정을 해준 것처럼 여전히 대한민국은 아직 따뜻하고 살 만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이번 편에서는 Rh(-) 헌혈 과정 자체를 추적했다. 다음 편에서는 Rh(-) 헌혈 요청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그리고 헌혈된 피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디로 전해지는지 헌혈의 앞단과 뒷단의 분주한 현장을 추적해본다. 또한 최근 줄어들고 있는 헌혈과 관련해 대한적십자사를 직접 방문하고, Rh(-) 보유자 모임에 직접 나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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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동훈 기자 / 임창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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