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안경쓰겠다!" 미투(Me too) 바람 부는 일본
"안경을 쓰면 `차가운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여성 직원에게 안경 착용을 금지한 기업들도 있었다."
일본 일부 기업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일부 기업들이 여성에게만 안경 착용을 금지하고 펌프스 힐을 신게 하는 등 구시대적인 가이드라인을 강요한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일본은 물론이고 외신에서도 화제가 됐죠.
일본의 구투(KuToo)운동
최근 일본 트위터에서는 `안경 금지` `구투(KuToo)운동`을 키워드로 한 항의성 해시태그 물결이 거셉니다. 쿠투운동은 일본어로 구두를 뜻하는 `구쓰(靴)`의 `구`와 미투(Me Too)운동의 `투(Too)`를 합친 신조어인데요.
일본 최대 노동자 단체로 알려진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連合·이하 렌고)가 20세에서 59세 사이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60%이상이 본인 직장에 복장 규정이 존재한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응답자 중 30%에 달하는 직장인들이
`여성은 화장을 해야 한다`
`허용되는 구두 굽 높이가 정해져 있다`
`남자는 정장과 넥타이를 착용해야 한다`
와 같은 성차별적 가이드라인의 구속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취업과정에서 강요받는 '여성성'
취업 과정에서 `여성성`을 지적받았다며 `취업 해러스먼트(괴롭힘·harassment)`의 고통을 호소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정치 아이돌` 마치다 아야카는 "대학생 때 광고회사 면접 담당자에게 `치마가 너무 짧고 화장이 진하다` `말투가 시원시원한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밖에도
"바지 정장을 입고 갔더니 `치마를 입지 않은 여자는 남자와 같다` `여자를 위한 치마를 이럴 때 써먹지 않다니`라는 말을 들었다"는 사례를 비롯해 다수 피해를 소개했죠.
성격차 늘 하위권인 일본
일본은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성(性) 격차 보고서에서 항상 하위권을 기록해왔습니다.
올해는 전 세계 149개국 중 110위에 머물렀죠. 뷰티·패션·요리 등에서 실력을 평가해 여성스러움을 매기는 `여자력(女子力)`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여성들에게 특정 모습을 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가토 가쓰노부 일본 후생노동상은 이 같은 상황이 "남녀고용기회균등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인정했습니다.
일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참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참석한 노동상이 "개별 사례가 존재해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같은 직무에 종사하는 같은 상황의 직원이 단지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남성은 되고 여성은 안 된다고 규정짓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