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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가 '공짜 내복' 뿌려도 손해 아닌 이유

조회수 2019. 11. 21. 11: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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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불매운동 '공짜 내복'에 무너지나?

"구매 금액에 관계없이 1개 이상 상품을 구매하신 고객님께 히트텍 상품 1장을 선착순 증정합니다."


불매운동에 휘청하던 유니클로가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유니클로 감사제'라는 이름으로 10만장의 히트텍을 풀었죠.


유니클로 매장 계산대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고 비판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유니클로 마케팅에 찬반으로 나뉘어 토론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히트텍 10만장 정도는 공짜로 풀어버리는 유니클로의 패기는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출처: 연합뉴스
한 시민이 유니클로 앞에서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손익계산서 한번 들여다 봅시다

위의 표는 유니클로의 국내 판매 회사 에프알엘코리아의 손익계산서입니다.


국내에서 유니클로 제품을 판매하는 에프알엘코리아 주주 구성은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51%, 롯데쇼핑 49%입니다.


패스트리테일링은 한 해 에프알엘코리아에서 배당금 약 483억원과 로열티·관리수수료 명목으로 437억원 정도를 갖고 갑니다.


에프알엘코리아가 한 해 1800억원 넘는 순이익을 거두기 때문에 패스트리테일링으로서는 한국 시장이 크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캐시카우(Cash cow)라고 볼 수 있죠.


유니클로 원가율은 얼마?

출처: 연합뉴스

이 회사의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3732억원과 영업이익 2344억원.


매출원가를 매출액으로 나누어 계산해보면 원가율은 46%. 우리가 유니클로 옷 2만원짜리를 사면 그 제품 원가는 고작 9200원이라는 얘깁니다.


사실 이 회사만 원가율이 낮은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 의류회사들 원가율은 50% 미만이고 겨울철 유명 패딩을 만드는 회사는 30% 선에 불과하죠.


옷을 만들어서 소비자 손에 들어가려면 옷을 만드는 제조원가뿐만 아니라 판매비와 관리비도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정작 남는 것은 많지 않기 때문에 낮은 원가율도 이해가 되기는 하죠.


에프알엘코리아 손익계산서를 보면 판매비와 관리비가 매출액 대비 37%인 5095억원이나 발생해서 영업이익은 2344억원이고 영업이익률은 17%로 계산됩니다. 10%도 못 남기는 수많은 동종 기업들과 비교해서 매우 높은 편이죠.


'공짜 내복'은 이유는 재고자산 때문...

17%의 영업이익률로 제법 쏠쏠한 사업을 하던 유니클로. 국내에서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들을 꽤 확보한 회사이기도 했죠. 고가 판매전략, 할인 정책, 아웃렛 판매 등 다양한 전략이 먹히는 구조였죠.


그러나 불매운동이 지속되는 지금 유니클로의 걱정은 영업이익률이 아니라 '재고자산'입니다. 실제로 에프알엘코리아의 전기 말 재고자산은 2937억원치 정도입니다.


연간 매출원가 6292억원을 열두 달로 나누면 원가 기준으로 월 524억원어치 팔린다는 계산이 나오니 2937억원은 약 5.6개월치 재고자산으로 추정된 수치인데요. 여기에 2019년에 생산하는 제품까지 합치면 재고자산은 예년보다 큰 폭으로 늘어났을 겁니다. 회사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위안부 논란이 있었던 유니클로의 광고

불매운동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결국 제품도 진부화가 오기 때문에 손실은 더 커지게 됩니다. 그럴 바에는 이번 판매행사처럼 '공짜로 나눠줘 버리는 게' 낫죠.


어차피 하나를 사면 하나를 사은품으로 파는 게 재고자산을 폐기하는 것보다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판매 가격 2만원짜리 제품 원가가 9200원이니 1벌을 공짜로 줘도 1600원 이익(판매가격 2만원 - 9200원*2벌 = 1600원)을 챙길 수 있는 셈이죠.


기업들은 이런 재고자산 평가손실 부담이 있기 때문에 항상 적정 재고 관리에 힘을 씁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예년보다 재고자산이 많이 쌓였을 것이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 결국 이렇게 판촉행사를 연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사 회계기간은 다른 기업과 달리 2018년 9월 1일부터 2019년 8월 31일까지인데요. 11월 말까지 주주총회를 끝내고 12월 13일까지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감사보고서를 공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진짜 불매운동 효과는 12월 13일 확인할 수 있겠죠?


[현대회계법인 박동흠 회계사 / 임창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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