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가 '케냐 학생들의 성적' 올린 비결

조회수 2019. 11. 6. 11: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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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 이야기는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마이클 크레이머 하버드대 교수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실험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젊고 유능한 경제학자였던 마이클 크레이머 교수는 앞날이 보장된 직장을 뒤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눠주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 케냐에 가서 가난한 아이들과 지역사회를 돕는 일을 시작했죠. 경제학자인 부부는 케냐의 어린 학생들이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도록 교과서를 지원했습니다.


경제학자답게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지원한 활동 결과를 평가해봤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교과서를 추가로 지급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학생들의 출석률과 성적 변화를 비교해 봤습니다. 결과를 살펴보니 실망스럽게도 과서를 지원한 학교 학생들의 성적이나 출석률이 대조군 학생보다 눈에 띄게 향상되지 않았죠.


이들은 영어로 된 교과서가 너무 어려워 효과가 크지 않았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시청각 자료를 추가로 제공하고, 교사도 충원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교과서를 지원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출처: 매일경제

그러다 부부는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는 친구와 대화하다가 흥미로운 조언을 듣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구충제를 나눠주라"는 제안이었죠. 친구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 아이들에게 기생충 약을 나눠줬던 경제학자는 놀라운 변화를 목격합니다.


기생충 약을 지급하자 결석하던 학생 수가 전과 비교해 25%가량 감소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10년 뒤 추적 조사해본 결과 구충제를 먹고 건강이 좋아진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일주일에 3~4시간 더 일했고, 소득도 평균 20% 이상 높았습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많은 비용을 할애해 교과서를 지급하고, 교사를 충원하고, 교복까지 나눠줬던 구호활동은 별다른 성과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속는 셈치고 보급했던 구충제의 효과는 앞에서 확인한 것처럼 놀라웠죠. 20~30배 더 많은 예산을 집행했을 때보다 저렴한 구충제 지급 활동의 효과가 압도적으로 컸던 겁니다.


가난한 나라를 원조한 것은 비효율적일까?

이번에 크레이머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기존 원조·구호활동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해왔습니다.


그는 지난 50년간 서구 사회가 대외 원조로 2조3000억달러 넘는 금액을 지출했지만 아직도 가난한 나라에는 수백만 명의 아이가 12센트짜리 예방약과 4달러짜리 모기장이 없어 목숨을 잃는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는 저소득 국가에 지원하는 자금이 독재국가의 부패를 심화시키고, 경제 자립도를 저해하기 때문에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이런 지원마저도 없으면 가난한 사람들은 더 심각한 굶주림과 고통을 받을 거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죠.


그러나 뒤플로 교수는 첨예하게 대립하는 경제학자들의 주장보다 심각한 문제는 엄청난 물적 자원이 구호활동에 투입되었음에도 그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는 구호 관행이라고 주장합니다.

출처: 픽사베이
어떤 나라들은 백신과 모기장이 없어 아이들이 죽어갑니다

대외원조가 실패한 원인을 밝혀내자

뒤플로 교수는 그의 남편이자 이번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교수와 함께 지난 15년간 40여 개국에서 직접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연구했습니다.


부부는 다른 봉사자들과 달리 뜨거운 열정만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돕지 않았습니다. 냉정하게 이들에게 쓴 자원이 효과를 나타냈는지 평가하고 어떤 지원 수단이 더 효율적일 수 있는지 연구했죠.

출처: 로이터

이들 부부는 낙후된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 이유와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해도 아이를 많이 낳는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교통과 통신설비가 부족한 지역에서 백신 주사를 맞는 일은 기회비용이 큰 선택이며,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은 늙어서 자신을 부양할 능력 있는 자식 1~2명을 얻기 위한 투자 전략이라는 것이죠.


부부는 데이터를 근거로 실증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 같은 현상들을 확인했습니다.


이처럼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이전 수상자들과는 궤를 달리합니다. 이전 수상자들이 경제가 양적으로 성장하는 데 집중했다면, 크레이머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경제학을 조금 다른 분야에 적용했죠.


대외원조 전략의 성과를 바르게 측정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통해 가난한 나라를 돕는 경제학자들의 방식. 이들의 실험이 더 큰 성공으로 연결됐음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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