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넣어 만들었다? 에밀레종 미스테리

조회수 2019. 10. 29. 13: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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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절집이 무너져서 자갈밭이 되고, 종은 덤불 속에 버려졌네. 주나라 문왕의 돌북과 다르지 않으니, 아이들이 두드리고 소는 뿔을 가는구나…." 


조선 초기 생육신의 한 사람인 김시습은 들판에서 고철덩어리로 방치되고 있는 성덕대왕신종을 보며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높이 3.66m 두께 11~25cm, 무게 18.9t. 
통일신라 불교미술의 최전성기인 8세기 중엽, 국력이 총동원 돼 완성된 최고의 걸작.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고 평가 받는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


그런 이 종이 무슨 이유로 덤불 속에 내팽개쳐진 것일까요?


출처: 국립경주박물관
성덕대왕신종 현재 모습. 국립경주박물관에 걸려 있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신종의 주인공은 국가 경제를 안정화하며 통일신라시대 전성기를 펼친 신라 33대 성덕왕 입니다.


그의 아들 35대 경덕왕은 위대한 아버지를 추모하기 위해봉덕사를 원찰로 삼고 여기에 걸기 위한 큰 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종은 그의 아들인 36대 혜공왕 때가 돼서야 완성되죠. 


하지만 이후 봉덕사가 폐사되면서 신종도 정처없이 떠돌게 되는데요. 


록의 기록을 보아 조선 세종 6년과 단종 2년 30년 사이, 경상도 지역의 큰 홍수로 인해 봉덕사도 수해를 입어 자취를 감춘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종은 김시습 등 여러 사람이 이런 참담한 실상을 고한 덕에 영묘사로 수습 됐지만 영묘사마저 화재로 손실 되고 말았죠.


이 후 노동동 봉황대 고분 옆 종각을 거쳐 일제강점기인 1915년 옛 경주박물관으로 이동하였고, 최종적으로는 1975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옮겨져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실 이 종은 `에밀레종`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합니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유아 인신 공양`의 전설이 깃들어있죠. 


나라의 명을 받은 봉덕사 승려들이 종을 만들 비용을 조달하려고 전국을 찾아다닙니다. 


그러다 한 가난한 집의 여인이 승려에게 젖먹이 아이를 내보이며 농담삼아 "저희 집은 이 아이뿐" 이라고 했죠. 승려는 거절하고 돌아와 종을 만들었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승려의 꿈에 부처가 나타나 "모든 시주가 같거늘, 어찌 여인의 뜻을 거절했느냐" 하며 질책했습니다. 


려는 그 길로 여인의 집에 찾아가 아이를 안고 나왔고, 여인은 울부짖으며 자신의 경솔함을 원망했습니다. 


아이를 쇳물에 넣고 종을 만들자 그제서야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가 마치 희생된 어린아이가 `에밀레- 에밀레-` 하며엄마를 애절하게 부르는 것 처럼 들렸다고 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인신공양설을 부정합니다.


불교에서 범종 소리는 부처님의 말씀이자, 자비심의 상징으로, 특히 당시에는 한국 불교가 고도로 발전하고 불살생, 생명사상이 그 어느 때보다 중시됐기 때문에 이 전설은 아주 비상식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에밀레종의 전설은 어디서 기원한걸까요?  


이는 조선시대 19세기까지 문헌에 전혀 나타나지 않다가 근대 이후 서양 선교사들의 기록에 비로소 등장하며 일제강점기 자료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하죠.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선후기 유림의 세력이 강했던 경주지역의 불교를 폄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가공됐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성덕대왕신종은 소리가 맑고 웅장하며 무엇보다 국내 범종 가운데 가장 긴 여운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이 듣기 가장 편한 주파수에서 소리를 낸다는 연구가 발표 되기도 했죠. 


무수한 굴곡진 사연을 가진 신종은 다행히 현재까지도 별 손상 없이 원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으며 타종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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