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보검' 지키려 매일 아침 망치질 하는 남자

조회수 2019. 9. 24. 13: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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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중학생 시절, 보이스카우트에 우연히 들어갔다

군용 대검 하나에 평생 '칼'과 사랑에 빠진

한 남자가 있습니다.


교사의 꿈을 품고 대학에 들어갔지만

집안 사정으로 일반 기업에 취직을 했던 사람


결국 돌고 돌아 '칼의 매력'에 빠져

인사동에 『나이프갤러리』까지 만드신...


한정욱 관장님(66)을 소개합니다!

출처: 매일경제
칼의 매력에 빠졌던 보이스카우트 소년은 세월이 흘러 전통 도검을 만드는 칼 전문가가 됐다. 서울 인사동 나이프갤러리에서 한정욱 관장이 자신이 직접 만든 환두대도를 바라보고 있다.

도검 박물관 운영이 어려우셨다고...

Q.

도검 박물관이라는 게, 의심스러운 시선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A.

▷처음에는 허가가 나지 않았다. 조폭 무기고 같다는 말도 들었다. 신청서가 두어 번 반려됐는데 이후 새로운 분이 담당 과장으로 왔다. 성매매와 전쟁을 치르며 `청량리588` 없앴던 김강자 총경이었다. 그분이 그냥 반려하지 말고 직접 둘러보고 확인해 보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하더라. 찾아온 경찰에게 인사동 문화거리에서 도검 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봐달라고 했다. 그 뒤에 허가가 났다.

Q.

그래도 경찰에서는 여전히 껄끄러운 시선을 보냈을 것 같다

A.

▷불법무기 판매 혐의로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검찰에서 몇 시간씩 조사를 받다 보니 자살하는 사람 심정도 이해가 가더라. 경찰 과학수사대(CSI)가 생겼는데, 여기서 자상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

그때부터 관계가 많이 나아졌다.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출처가 불분명한 흉기가 있으면 사진과 실물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유통 경로나 제작자를 물어봤다. 상처를 보고 살의를 갖고 찔렀는지, 그냥 찔렀는지 이런 것도 물어본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기도...

Q.

이태원 살인사건 진범을 잡는 데에 기여했다고 하던데

A.

▷그게 결정적이었다. 재수사를 맡은 검찰에서 경찰에 연락해 자상 전문가를 소개해 달라고 했는데 나를 추천했다고 하더라.

검찰에서 연락이 와서 갔더니 불법무기 판매로 조사받던 그 방이었다. 아직도 조사할 게 남았느냐고 했더니 도움받을 일이 있다며 2시간만 내달라고 하더라.(웃음) 당시 용의자가 두 명이었는데, 진술서를 각각 검토하고 의견을 달라고 했다.

진술서가 누구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이상하다고 생각한 부분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한쪽에는 여섯 개를 붙이고 한쪽에는 아무것도 안 붙였다. 자상을 보니 평소 칼을 다뤄본 사람의 소행이었다. 이런 걸 이야기하고 직접 실연해 줬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법정에 가서도 세 번이나 실연했다. 그렇게 실연하는데 먼발치에서 학생 어머니 모습이 보이더라. 얼마나 힘드셨겠나. 결국 대법원까지 가서 피의자가 확정됐다.

이태원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는데 한정욱 관장이 큰 도움을 줬다.

남녀노소 방문하는 나이프갤러리

Q.

나이프갤러리는 어떤 사람이 찾나

A.

▷다섯 살 난 친구부터 여든 노인까지 찾아온다. 디자인과 다니는 대학생도 오고, 만화가도 온다. 단순해 보이는 칼도 디자인이 수천 가지가 된다. 네이버에서 웹툰 `칼부림`을 연재하는 고일권 작가도 1년에 1~2회씩 방문한다.

Q.

기억에 남는 손님도 많을 듯하다

A.

▷조그마한 칼을 수집하던 손님이 있었다.

이분이 1개당 단가가 100만원 정도 하는 걸 100개가량 모았는데, 암으로 돌아가셨다. 부인에게 이 칼을 나이프갤러리에 가서 상담받고 처분하라는 말을 남겼다고 하더라.

그렇게 주인이 죽으면 칼이 다시 갤러리로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기분이 참 묘해진다.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며 돈과 관계없이 내림굿에 쓸 정말 좋은 칼을 하나 만들어 달라는 사람도 있고, 칼을 불당에 놓고 싶다며 찾아온 스님도 있었다.

출처: 나이프갤러리
단조대도 장군도

매일 칼을 만드는 '칼의 장인'

Q.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A.

▷아침 7시 30분 전에 경기 양주에 있는 공방에 도착한다. 대장장이 일이 쉽지 않다. 하루에 한 4시간 하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 일을 하고 나면 젓가락질이 제대로 안 된다. 손가락이 꺾이지 않는다. 여름엔 더운 게 문제다. 더운 날 불을 제대로 때면 실내 온도가 52도까지 올라간다. 오전 내내 작업을 하고 오후 2시쯤 나이프갤러리로 와 손님맞이를 한다.

Q.

(작업에 있어)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다.

A.

▷철은 넓은 범위다. 칼을 만들 때 쓰는 건 강철이다. 사철을 가지고 녹이는 것을 제련, 철광석을 갖고 만드는 건 제철이라고 한다. 제철소는 철광석을 가져와 녹인 뒤 쇳물을 뽑는다.

사철을 통해서 나온 쇠와 철광석을 갖고 만드는 쇠가 다르다. 백제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칠지도는 사철이다. 전통 방식은 사철을 써야 한다.

제련작업이란 게 사람 뜻대로 잘 안 된다. 귀신이나 부처님에게 기도를 많이 한다. 종교적인 의미보다는 자연에 도와달라는 의미다. 제련을 1년에 1~2회 한다.

작업 들어가기에 앞서 북어와 막걸리를 놓고 제를 지낸다. 절을 할 때 부모님에게 1배 반, 돌아가신 분께 2배 반, 부처님께 3배 반을 한다. 제련에 앞서 하늘에 절을 드릴 때는 4배 반을 한다. 이런 절차는 꼭 지킨다.



우리의 무기문화 '계속 지키고 싶지만...'

Q.

전통 기술 복원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해오셨는데, 국가에서도 지원이 나오지 않나

A.

▷2015년에 중요문화재 시험을 봤는데 떨어졌다. 전승 활동이 미비했다는 이유였다. 대대로 내려오는 걸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아버지나 스승에게 전수한 게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거다.

사실 전승이 안 되고 끊어진 걸 복원하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인데 그걸 모른다. 사철을 캐는 방법을 아는 학자는 있다. 그런데 사철을 얻어 제련을 해본 사람은 없다.

호주 철광석을 가지고 와서 만든 은장도를 우리 칼로 볼 수 있나. 정부는 재료에 대한 원천기술을 보존하는 데는 관심이 적은 것 같다.

출처: 매일경제
칼에 대해 설명하는 한정욱 관장

Q.

평생 망치질을 하기는 힘들지 않은지, 후계자에 대한 생각은

A.

▷망치질은 75세까지만 할 예정이다. 앞으로 나 같은 사람이 나와서 이런 문화를 유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힘들고, 지원도 없다.

내가 75세가 되면 사철 제련 명맥이 다시 끊기는 것이다. 후계를 구할 생각도 없다. 포기했다는 게 정확하다. 지금 다섯 명이서 공방과 나이프갤러리를 운영한다.

월세와 인건비만 생각해도 칼 팔아서 2500만원이 남아야 한다. 너무 힘들다. 체계적으로 제련 문화가 이어지려면 대학에서 후계자를 길러내는 방법밖에 없을 듯하다.


우리의 '무기 문화'를 지키기 위해

매일 아침 철을 두드린다는 한정욱 관장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그의 노력에도

현실은 쉽지 않은 것 같네요.


우리 보검의 역사가 이어질 수 있도록...

좋은 방안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전통 보검의 장인 한정욱 관장 인터뷰 전체기사 보러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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