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교통사고'로 수많은 희생자를 낸 후에야 달라진 것
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135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항공기는 사고 확률도 낮고,
사망자 수도 훨씬 적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단, 빠른 속도로 많은 승객을
수송하는 항공기의 특성상
큰 참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 공중에서 두 항공기가
충돌했을 경우에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죠.
오늘 소개해드릴 사고는
여기에 해당하는 항공참사 사례입니다.
1996년 11월 12일.
인도 뉴델리에서 60㎞ 떨어진
차르키 다드리 상공에서
여객기 두 대가 충돌했습니다.
사우디아항공 SV763의 측면을
카자흐스탄항공 IL-76 여객기가
스쳐지나간 것입니다.
갑자기 항공기 2대가 레이더에서
사라지자 관제탑에서는 교신을
시도하지만 응답을 듣지 못합니다.
이 사고로 두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 349명이 전원 사망했습니다.
대체 어떻게 공중에서 항공기가
충돌하게 된 걸까요?
IL-76 여객기는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하강을 결심하고
관제탑에 이를 요청합니다.
한편,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서
이륙한 SV763가 근처에 있었으므로
관제탑에선 고도 유지를 지시하죠.
사고 조사 결과, 관제탑의 지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IL-76기가 지시를 따르지 않고
하강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당시 관제탑에서는
'고도를 유지하고 같은 항로에 있는
보잉 747기를 육안으로 확인하라'
고 했는데,
IL-76기의 기장은 고도를 낮추라는
지시로 착각한 것입니다.
여기에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의
노후시설도 추가적인 원인이었죠.
레이더가 원시적인 방식이었던 터라
항공기 위치 정도만 포착할 뿐,
고도 확인이나 조종사의 지시이행
여부를 알 길이 없었던 겁니다.
이 사건은 공중충돌 항공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입니다.
이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이후로 항공기에
ACAS·TCAS(공중충돌 경고장치) 탑재가
의무화됐습니다.
이 경고장치는 공중에서 항공기들이
서로 접근할 때, 조종사에게
경고하는 것은 물론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상승 혹은 회피
기동을 안내하게 되죠.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사고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2014년, 에어부산 항공기가
나리타공항에서 하강하던 도중
갑자기 TCAS의 경고를 받고
급히 상승한 것인데요.
맞은편에서 불과 6km 지점,
그러니까 수십초도 안 걸리는
거리에 일본 여객기가
상승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TCAS가 탑재되지 않았더라면
초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20년 전 먼저 사고가 난 이들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인해
또다른 사고를 막을 수 있었죠.
[Flying J / 이장경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