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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명 아이들의 웃음 되찾아준 '베트남 의료계의 박항서'

조회수 2019. 8. 8. 13: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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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 도는 매콤달콤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베트남에서 안면 기형 수술을 받았던 아이들이 이제는 어른이 되어 감사의 뜻을 표현해올 때 긍지와 보람을 느낍니다. 24년 동안 봉사가 지속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많은 분들과 봉사단원들께 감사드립니다." 


4000명의 어린이에게 웃음을 선물하기

1996년 5월 하노이에서 193명을 시작으로 올해 얼굴 기형 어린이 수술환자 4000명을 기록한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장(세민얼굴기형돕기회 봉사단장·성형외과 교수·61)은 6일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습니다. 24년 전 불과 3~4세였던 얼굴 기형 어린이들이 이젠 베트남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성인으로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백 원장은 올해도 국내 의료봉사단체 `세민얼굴기형돕기회(smile for children)` 및 SK와 함께 지난달 14~20일 베트남 응에안 지역의 빈 인터내셔널 병원에서 130명의 얼굴 기형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얼굴 기형은 얼굴에 생긴 선천적, 후천적 기형 및 외형의 이상을 뜻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주로 태어날 때부터 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지는 `구순구개열`이 많습니다. 일명 언청이라고 하는데요, 구순구개열 환자는 아시아의 경우 평균 500~600명당 1명꼴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1960~1970년대까지만 해도 구순구개열 환자가 많았지만 태아검사 발달과 함께 출생 후 곧바로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제 보기 힘든 질환이 됐습니다. 이와 함께 1960~1975년 전쟁을 치른 베트남은 당시 매설된 지뢰나 수류탄으로 얼굴을 부상 당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얼굴 기형 환아들은 얼굴의 외형적 장애를 제외하곤 정신적·육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지만 외모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의학이 발달한 선진국은 사회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치료가 가능하지만 저개발 국가, 특히 빈민층은 다릅니다. 외모 하나로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놀림, 편견뿐만 아니라 반복되는 가난의 대물림과 차별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의 슬픔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성형외과 의사로서, 한 명이라도 더 웃음을 찾아주고 싶은 게 제 마음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고마운 한국 의사' 베트남서 훈장도…

백 원장은 베트남 의료계에선 `고마운 한국 의사`로 불리고 있으며, 매년 봉사단이 자기 지역을 방문해주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얼굴 기형 어린이 가족들이 많습니다. 이미 수술받은 환자 가족들도 감사 인사를 전하러 수소문해 찾아오기도 합니다.


백 원장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6년 6월 베트남 정부에서 `국가우호훈장`을 받았습니다. 이 훈장은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훈장으로, 지난해 12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수상했던 상입니다.


안면윤곽 수술 최고 권위자인 백 원장은 국내에서 1989년부터 4600여 명의 얼굴 기형 어린이를 진료했고, 1200여 명을 수술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베트남을 비롯해 몽골,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등지에서 4400명의 얼굴 기형 어린이들을 무료로 수술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형 '백세민 박사'의 영향으로 시작된 봉사

백 원장이 얼굴 기형 어린이 무료 수술을 시작한 계기는 15세 터울 형이자 스승인 백세민 박사의 영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1980년대 얼굴 기형 수술의 권위자였던 백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일반외과·성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한 후 미국 시나이병원 성형외과 과장을 역임한 전도유망한 의사였습니다.


백 원장은 "그렇게 잘나가는 형님이 자신을 낳고 키워준 조국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며 귀국해 국내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얼굴 기형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에 감동했고 1989년부터 의료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1996년 형과 함께 베트남에서 얼굴 기형 어린이 무료 수술을 했던 백 원장은 1997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은퇴한 형의 빈자리를 대신해 베트남 해외의료봉사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형의 이름을 딴 세민얼굴기형돕기회를 운영하며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백 원장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한 핏줄인 북한의 얼굴 기형 어린이들에게도 웃음을 되찾게 해주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아이들 중에 얼굴 기형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얼굴 기형은 생명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정부나 정치인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지만, 본인에게는 절박한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가 외모를 중시하듯이 북한도 비슷할 거라고 봅니다."  


그는 "북한은 한 민족이기 때문에 꼭 도와주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백 원장은 2002년, 2009년 평양에 가서 당국자를 만나 사업을 추진했지만 서해교전, 천안함 사건이 터져 급작스러운 남북관계 변화로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준비하다 보면 반드시 기회가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 "베트남 어린이 4천명 미소 되찾아줬죠"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장, 얼굴기형 수술봉사

[이병문 기자 / 이휘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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