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잘나가는 맥심 커피, 왜 해외에 못 팔까?
'31가지 맛' 배스킨라빈스,
다들 좋아하시죠?
전세계에서 배스킨라빈스 매장이
두번째로 많은 나라가
바로 한국입니다.
배스킨라빈스 해외 매출의 36%가
한국에서 나올 만큼
장사가 잘 되는 나라죠.
그런데 배스킨라빈스는
한국에서 직접 아이스크림을
생산하지는 않습니다.
SPC그룹과 던킨브랜즈가
합작회사를 만들어 판매하는데,
생산은 전문기업에 맡기고
신제품을 개발하고
가맹점을 관리할 뿐입니다.
이런 형태가 외식 프랜차이즈 회사의
대표적인 모습이죠.
비슷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서식품 맥심'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미국 브랜드인 맥심은
전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사용되는 브랜드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아지노모토 그룹
계열사인 AGF가 상표권을 사들였지만 ,
동서식품은 크래프트푸즈와
여전히 합작사이고
상표권을 사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수백억원의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잘나가는 맥심 커피믹스가
해외에서 판매되지 못하는 이유도
글로벌 상표권을 크래프트푸즈가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크래프트푸즈는 자사의 다른
인스턴트커피를 팔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커피믹스를 굳이
가져와서 팔 이유가 없죠.
많은 산업 영역에서
브랜드의 가치가 중요하지만,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이야말로
그 가치가 `브랜드`에 있습니다.
이렇게 강력한 브랜드의 힘은
글로벌하게 영향을 미칩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배스킨라빈스처럼
코카콜라 역시 직접
제품을 만들어 팔지는 않습니다.
코카콜라가 만드는 것은
'농축액'인데요,
이 농축액에 여러 첨가물을 넣어서
병이나 캔, 페트병 등에 넣는
실질적인 제조를 맡는 회사를
'보틀링 컴퍼니'라고 합니다.
전세계에 지역별 보틀링컴퍼니가 있고
이들은 본사에서 농축액을 받아서
음료를 만드는 일만 합니다.
한국에서는 LG생활건강의 계열사가
여기에 해당하죠.
따라서 코카콜라에게 있어 중요한 것은
브랜드에 대한 마케팅입니다.
맛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코카콜라의 가장 강력한 힘은
전세계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다른 음료보다도 더 선호한다는
브랜드 가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 절대강자인 칠성사이다는
해외 인지도가 떨어지다보니
동남아에서 펩시콜라의 보틀링컴퍼니
역할을 하고 있죠.
이번엔 다른 종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쪼끼쪼끼'라는 이름 들어보셨나요?
한때 전국에 300개까지 매장이 있었던
생맥주 프랜차이즈 주점입니다.
그러나 본사가 어려워지며
가맹사업이 중단됐죠.
여전히 쪼끼쪼기 브랜드를
달고 있는 매장이 있지만 ,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굳이 이 브랜드를 사용할
이유도 줄어들고 있죠.
이렇게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은
브랜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공한 브랜드라도
그 영광을 이어가기는 어렵습니다.
브랜드는 일종의 생명과도 같아서
영양을 공급해줘야만 가치가 유지됩니다.
돈과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죠.
몇 년, 몇 십 년 뒤에는
어떤 브랜드가,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게 될까요?
이덕주 기자 / 이장경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