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툼한 내 뱃살, 원시인에게 물려받았다
가을 하늘이 높으니
말도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먹거리가 풍부한 가을에는
마음의 양식 대신
뱃살만 늘어가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의 뱃살,
인류의 옛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걸 수도
있으니까요.
오늘날 일부 현대인들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35만년 전
유럽에 나타난
원시 인류인데요.
많은 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이
유럽과 아시아 서부에서 살 당시
우리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와
짝짓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즉 당시의 밀회로
태어난 아이가
원시 인류의
DNA를 물려받으면서
현대인들에게 각종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죠.
지난 2014년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현생인류 665명의 DNA에서
네안데르탈인의 흔적을
찾아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연구진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피부와 모발
손·발톱을 만드는
단백질 관련 유전자를
풍부하게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동아시아인 66%에서는
POU2F3 유전자가
유럽인 70%에서는
BNC2 유전자가
발견됐는데요.
두 유전자 모두
인간의 피부색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과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연구진이
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현대인이 겪는
각종 질병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데요.
우울증·조현병 등
신경 질환에 관한 유전자부터
류머티스 관절염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까지
현대인이 보유한 유전자가
크로아티아 한 동굴에 살던
여성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웃픈(?) 사실은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우리의 뱃살까지도
관여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연구 결과에서
콜레스테롤 수치와
복부지방 축적에
관여하는 유전자까지
발견됐기 때문이죠.
아직 네안데르탈인과
현대인의
유전적 유사성에 관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현생 인류와
정확히 어떤 시점에
짝짓기를 했는지
그들의 유전자가
현대인의 신체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풀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현대인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인데요.
현대인의 고민거리
뱃살의 원인이
교과서에서만 봤던
네안데르탈인 때문일 수도 있다니
믿어지지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