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려고 '박사' 됐나 자괴감 들어
저는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입니다.
박사라서 좋겠다고요?
제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저는 나이가 많은 데다 찾는 곳도
별로 없는 인문학 박사입니다.
대기업 취직은 사실상 포기했죠.
운이 좋아 시간 강사를 맡았지만
한 달 강사료는 고작
80만원에 불과합니다.
강사료로는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얼마 전 부터 패스트푸드점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알바를 하고 있노라면 이러려고
박사가 됐나 하는 자괴감이 들고
한없이 무기력해집니다.
현재 박사학위 취득자와 지원자는
매년 역대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1만3882명,
지원자는 4만2292명이었죠.
이 같은 '박사 홍수시대'의 원인은
바로 취업난입니다.
박사과정이 사회 도피처 구실을
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박사학위를 따봤자
예전처럼 좋은 직장이나
교수 자리를 찾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지난해 박사학위 취득자 중
학업전념자의 고용률은
61%에 머물렀습니다.
10명 중 4명은
취업을 못 한 셈이죠.
(설문 응답자 7938명)
대부분 시간강사직을 택하지만
처우가 열악하기 그지 없습니다.
2015년 기준 시간강사의 평균연봉은
811만6000원으로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의
41%에 불과합니다.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임금,
고용불안, 최소 사회안전망도
보장이 안 되는 고통에
시달리는 것이 시간강사입니다.
시간강사 처우와 관련된 '강사법'은
6년째 3번이나 시행이 유예됐습니다.
교육부는 보완강사법을 내놨지만
교원신분에 적절한 처우를
보장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며칠 전 제 친구가 10년 만에
박사학위를 땄습니다.
축하해주러 졸업식에 갔지만
표정이 그리 밝지 않더군요.
총장도 졸업식 축사에서
취업난을 언급하며
기성세대로서 무거운 짐을
떠넘기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얘기했습니다.
나이도 많은데다
'별 볼 일 없는' 박사가 돼버린 저는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막막하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제 인생에도 볕들 날이 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