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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어떻게 인간을 길들였나

조회수 2018. 10. 14. 00: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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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사자, 고양이를 말하다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고양이에 열광하는 지금, 고양이는 점점 자연과 문화를 점령해가고 있다.


우리는 고양이의 생김새나 행동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감탄하느라 야생의 고양이가 어떻게 우리와 함께 사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이토록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지 거의 모르고 있다. 

고양이는 어떻게 지구상의 수많은 집사를 길들일 수 있었을까.
1단계 : 집사를 간택한다.

아주 오랫동안 학자들은 애완고양이가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의 특징을 조금씩 물려받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 추측일 뿐 정확한 근거는 없었다.

2000년대 초, 드디어 고양이의 조상이 밝혀졌다. 옥스퍼드대학 박사과정 칼로스 드리스컬이 10년에 거쳐 지구에 흩어져있는 천 마리의 유전자 샘플을 수집해 공통의 조상을 밝혀낸 결과, 예상과 다르게 고양이는 여러 고양잇과 동물들의 유전적 짬뽕이 아니었다.

적어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고양이는 바로 펠리스 실베스트리스 리비카, 즉, 리비아 살쾡이의 아종으로부터 나온 것이었다. 우리가 매일 함께 자고 일어나는 고양이는 아주 오래전에는 살쾡이였다. 살쾡이. 이름부터 사납다.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살쾡이는 사람을 두려워하는 운둔형 동물이다.

그런데 고양이의 조상 격인 리비아 살쾡이는 예외였다. 리비아 살쾡이의 목에 송수신기를 달고 연구해보니 대부분의 개체가 인간을 멀리하긴 했지만 몇몇 별종은 사람을 따라오고 비둘기장 근처를 배회하거나 애완고양이와 몸을 비비고 종종 짝짓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천성을 가진 개체들끼리 교배를 하고 또다시 대담한 성격의 후손들을 낳았다. 다른 야생동물과는 다르게 사람들 사이에서 편하게 있을 수 있는 대담한 성격, 이것이 궁극적으로 고양이와 인간 사이의 유대감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지금 내 품에, 엄마 아빠 품에 기어들어와 태평히 잠을 청하는 것이다.

2단계 : 놀고 자고 먹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도그쇼에 가면 경찰견, 안내견, 마약 탐지견등 우리를 위해 충성을 다하는 개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캣쇼는 다르다. 하품을 하거나 가르랑대는 고양이들 사이로 일사불란하게 일하는 건 바로 사람이다. 고양이는 인간을 위해 일하지 않고 인간이 자신을 위해 일하게 됐다.

어떤 이상적인 잣대를 들이대도 고양이는 가축화의 후보로서 형편없는 동물이다. 보통 가축화의 동기는 꽤 명백하다. 

인간이 어떤 동물의 육체 일부, 또는 부산물, 또는 노동력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양이만은 예외다. 고양이는 고기를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맛있는 알을 낳지도 않으며 젖을 제공하거나 짐을 운반하지도 않는다. 사람의 필요나 명령에 의해 행동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고양이를 가축화하는 행위는 전혀 합리적이지 못해서 인간은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인간과 고양이의 관계는 소유보다는 도움과 방조의 관계이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떻게 실용성을 초월하는 존재로 인간의 곁에 머물 수 있게 된 걸까?
3단계 : 털 달린 아기가 된다.

고양이는 가축화 과정에서 신체적 변화를 겪었다.  다리가 좀 더 짧아졌고, 울음소리가 좀 더 다정해졌다. 지각과 공포를 관장하는 전뇌가 작아졌고, 인간이 주는 다양한 음식 찌꺼기를 먹을 수 있도록 내장 길이도 늘어났다.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아주 놀라운 변화다.  여러모로 가축이 되기에 매우 부적절했던 고양잇과 동물이 몇 가지 유전적 선택을 바꾸었을 뿐인데 인간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고 그 덕에 오늘날에는 인간을 ‘집사’로 거느리며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위의 변화들 외에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고양이의 생김새가 갓난아기와 닮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매료되었던 고양이의 ‘귀여움’은 그저 우연이나 특성이 아니었다.

고양이는 운이 좋게도 ‘아기 해발인(baby releaser)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기막힌 조합을 갖추고 있다. 아기 해발인이란 인간 아기를 연상하게 만들어서 호르몬이 쏟아져 나오게 만드는 외모적 특징을 말하는데 동그란 얼굴, 통통한 볼, 넓은 이마, 큰 눈, 작은 코 등이 여기 속한다.

성인은 이러 생명체를 보면 마치 약물에 취한 것처럼 유쾌한 ‘옥시토신 자극’을 느낀다. 특히 이 효과는 가임기 여성에게 강력하게 나타난다.  

평균 3.6킬로그램인 고양이의 몸집은 갓난아이의 체구와 정확히 일치한다. 울음소리도 닮았다. 진짜 비밀은 뭐니 뭐니 해도 고양이의 눈이다. 왕방울 같은 사람 아기의 눈이 무의식적으로 연상시킨다. 눈의 크기 못지않게 위치 또한 행운을 타고났다. 고양이의 눈은 사람 눈의 위치와 같이 머리의 정면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세계가 고양이에 열광하고 있는 현상은 앞서 말한 세가지 단계보다 훨씬 심오하고 복잡하며 대체로 이해불가한 역사적 산물이다.


다만 다른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살벌한 먹이사슬과 기후변화에 고생하고 있을 때, 고양이가 우리와 함께 살게 된 까닭은 고양이의 노골적인 귀여움과 타고난 대담성이 어느 정도 설명해줄 따름이다.


고양이 집사들 혹은 집사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상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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