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너무나도 달랐던 천재 음악가들의 특별한 우정

조회수 2020. 3. 9. 16: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쇼팽과 리스트를 말하다

어릴 때 한 번쯤은 배워봤을 친숙한 악기인 피아노로 프랑스 파리를 주름잡았던 음악가 쇼팽과 리스트. 쇼팽의 ‘즉흥 환상곡’과 리스트의 ‘사랑의 꿈’은 클래식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쯤은 다들 들어봤을 텐데요.

동시대를 살았던 두 명의 음악가

프레데리크 쇼팽과 프란츠 리스트, 두 사람은 경쟁자이자 아주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둘은 같은 시기에 피아노곡과 뛰어난 피아노 연주로 주목받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색의 음악을 하고 성격마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의 음악적인 색깔에 대해 먼저 주목해봅시다. 쇼팽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음악을 쓰고 연주했습니다. 쇼팽의 음악을 들어보면 은은한 우울함이 느껴지고 감정적으로 깊이 와닿는 음악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리스트는 달랐습니다. 리스트의 음악은 기교적이고 화려하며, ‘쇼’라는 말에 잘 어울리는 음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교적인 요소로 우리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는 매력이 있죠. 다양한 다른 작곡가의 곡을 피아노로 편곡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 리스트는 베토벤, 슈베르트, 베르디 등등, 100명에 달하는 작곡가의 곡을 피아노로 편곡해 남겼습니다.

성격 역시 둘은 완전히 정반대였습니다. 내성적이고 차분하고 조용했던 쇼팽과는 달리 리스트는 외향적이고 사람을 끌어모으는 재주가 있었어요. 쇼팽은 매사에 진지하고 침착하며 말을 할 때도 작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속삭이는 사람이었고 리스트는 그 자체로 쇼맨십과 카리스마였으며 외향적인 사람이었죠.

아이돌 버금가는 인기의 주인공은 누구?

두 사람의 음악적인 색깔과 성격은 그들이 연 각자의 연주회에서도 묻어나옵니다. 쇼팽은 큰 무대에서 대중을 위해 공공 연주회를 여는 것을 굉장히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리스트에게 “나는 전혀 연주회에 적합한 사람이 아냐. 객석에 앉아 있는 호기심 가득한 눈길들 때문에, 숨이 막히고 온 몸이 마비되는 것 같거든. 저 낯선 얼굴들 앞에서는 벙어리가 된 느낌이야…”라고 고백한 적도 있을 정도로, 공개 연주회를 극도로 꺼렸습니다.

대신 살롱에서 자신과 친한 사람들을 불러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의 체력의 문제로 연주 소리가 극단적으로 작은 이유가 있기도 했고요. 

결국 쇼팽이 대중 앞에서 공개적인 연주를 한 것은 39년의 일생 동안 30번 정도였습니다. 공개 경주회를 1년에 두번도 열지 않은 것이지요. 리스트는 완전히 그 반대였습니다. 리스트는 작곡가이자, 요즘의 아이돌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린 피아니스트였습니다.

온 몸을 사용해 감정을 표현하며 큰소리로 피아노를 쾅쾅 울리고, 피아노로 연주 사이사이에 기교적인 요소를 넣거나, 곡의 빠르기를 바꿔 빠른 속도로 연주를 하는 등의 일종의 피아노 기행을 펼친 피아니스트였습니다. 또한 리사이틀이라고 불리는 독주회를 만들기도 했죠. 당시의 음악회는 여러 명의 연주자가 모여 하나의 음악회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리스트는 독주회를 열어 자신의 연주회에 왔으면 자신만 바라보라고 했습니다. 

또한 리스트에게는 ‘방탄소년단의 아미’, ‘엑소의 엘’, ‘세븐틴의 캐럿’처럼 일종의 팬클럽이 있었습니다. ‘리스트 마니아’라는 별칭으로 불린 사람들은, 리스트의 환상적인 옆모습과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과 카리스마와 쇼맨십이 넘치는 연주를 보러 치열한 자리싸움을 했고 공연이 끝나면 리스트가 던지는 손수건 등을 받기 위해 몸싸움까지 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다르지만 친구가 될 수 있다

이 두 사람은 이토록 다른 경쟁자였지만 한편으로는 절친한 친구였어요. 파리로 온 폴란드인 이민자 쇼팽, 헝가리인 이민자 리스트는 서로 몇 블록 사이에 살며 친하게 지냅니다. 음악도, 연주회의 성격도, 성격마저도 많이 다른 두 사람이었지만 8년간 7번의 연주회를 함께할 정도로 절친하게 지냅니다. 

쇼팽의 감성과 우아함, 섬세하고 자상한 성격과 그 성격 같은 그의 음악, 리스트의 쇼맨십과 특유의 카리스마, 체력, 파워 그리고 그러한 그의 음악을 서로 부러워했고 오랫동안 사이 좋은 친구로 지냅니다. 

리스트가 쇼팽의 녹턴을 화려하게 기교를 넣어서 연주해 쇼팽이 “그렇게 할거면 연주하지마!”라고 화를 내고 서로가 너무 다른 것을 깨달은 둘은 전보다 관계가 멀어지지만 그 이후에도 연락은 계속됩니다.

쇼팽은 죽을 때까지 ‘내 친구 리스트’로 시작되는 편지를 보냈고, 리스트는 자신의 연주회 곡 목록에 쇼팽의 곡을 늘 넣었으며, 쇼팽이 죽고 난 이후에는 ‘내 친구 쇼팽’이라는 책을 써서 출판하기까지 합니다.

둘은 이토록 다른 경쟁자였고 또 함께하는 친구였으며 서로의 좋은 음악적인 동료이자 선생님이었습니다. 몇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쇼팽과 리스트의 음악은 남아 살아 숨을 쉬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록만으로 남은 둘의 우정 역시, 말입니다.

5분 순삭 클래식 클래스 쇼팽 vs 리스트가
궁금한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