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집과 공간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

조회수 2019. 11. 14. 16: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

최근 ‘집’을 주제로 방영한 티브이 다큐멘터리에서는 한창 뇌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공간이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창밖으로 건물이 보이느냐, 나무가 보이느냐에 따라 천장이 낮냐, 높냐에 따라 실험에 참가한 아이들의 뇌파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집다운 집에 살고 싶다는 우리의 욕구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내 집 마련’이 가장 큰 목표가 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도대체 좋은 집은 뭐고, 또 그런 집에 살고 싶은 우리의 욕구는 어디에서 기인할까? 

대학에서 건축설계 수업을 진행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저자는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를 통해 도시와 건축, 공공의 영역에서 공간과 집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말해준다.

내 집 마련, 왜 중요할까

‘내 집 마련’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관련된 대출 상품들과 조언, 원칙들이 쏟아진다. 우리는 왜 이토록 ‘집‘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그 답은 최초의 주거 흔적에서 찾을 수 있다.

혹독한 환경 속에서 불을 다루게 된 인간. 인간은 불의 온기가 미치는 일정한 영역을 집으로 삼았을지도 모른다. 불을 통해 자신의 물리적인 공간을 ‘발견‘했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의견도 있다. 발견이 아니라 ‘창조’라는 것이다. 

나무 막대기로 선 하나를 긋고 팔을 쭉 뻗어 원을 그리는 것. 온몸으로 가상의 선을 그어 자신의 영역이라는 것을 밝히는 움직임이 있었을 것임으로 ‘창조‘라고 해야 맞다는 의견이다.

두 가지 가설 외에도 또 다른 가설이 존재한다. 집은 무의식과 몸의 기억이 발현된 결과물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인간이 가장 처음 있던 안전한 장소는 어머니의 몸, 곧 ‘자궁‘이었으므로, 그때의 웅크림의 기억을 더듬어 안정적인 공간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발견이든 창조든, 그 외 다른 가설이든 공통된 의견은 한 가지로 간추릴 수 있다. ‘집’은 바로 나와 타자를 분리하고, 안과 밖을 구분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나에게 적절한 공간 ‘4평’

그래서일까? 나와 타인을 완전히 분리할 수 있는 ‘내 방’은 완벽히 사적인 공간이다. 방을 둘러보면 그곳에 머물던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는 점을 미루어볼 때, 각자의 방을 이야기하는 것은 곧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내 방이라는 주제와 가장 부합할 만한 건축은 르 코르뷔지에 가 말년을 보낸 4평짜리 오두막집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그곳을 작은 궁전이라고 불렀을 만큼 작지만 풍요로운 공간을 건축했다. 그는 한 사람의 삶에서 가장 적절한 공간 규모는 4평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에겐 신경세포를 깨우거나 집중력을 깨우는 ‘내밀한 공간’도 존재한다. 일명 ‘비밀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각자에게 내밀한 공간이 어딘지 묻는다면 ‘버지니아 울프’처럼 자기만의 방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텃밭이나, 정원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린아이에겐 장롱 속이나 다락방도 아늑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내밀한 공간으로 화장실을 꼽았다. 

본능적이고 욕구를 배설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는 화장실은 비움의 공간이다. 우리가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떨린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화장실을 들렸다면, 우리의 내밀한 공간이 화장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방’과는 비슷한 듯 다른 ‘내밀한 공간‘. 방 안에서 업무나 과제를 하다가 집중되지 않을 때, 당신은 어디로 향하는가? 그곳이 당신의 진정으로 ‘내밀한 공간’은 아닐까? 

분위기를 결정하는 ‘12가지’

이토록 공간 안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안정감’ 혹은 ‘집중력‘을 줄 수 있을 때, 사람들은 ‘분위기가 좋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스위스 건축가 ‘페터 춤토르‘에 따르면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 건축을 인간의 몸에 비유한다. 다양한 장기를 피부가 덮고 있는 것처럼 바라보는 관점, 물질의 조합, 공간의 소리, 온도, 주변 사물, 빛, 일관성, 아름다운 형태 등이 바로 그것이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을 법하게 편안하고, 대체할 만한 건물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운 건축을 통해 분위기가 형성된다.

집과 공간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에게 ‘안정감‘으로 대표되는 공간이다. 때문에 더 쾌적하고 큰 집에서 살고 싶다는 욕구는, 더 안전하고 편안한 상태로 ‘쉼’을 즐기거나 ‘집중‘하고 싶다는 욕구와 맞닿아 있다. 

지금 우리 집, 내 방에는 무엇이 펼쳐져 있는가?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면, 거대한 궁궐이 아닌 비록 좁고 오래된 아파트라도 그곳이 진정 ‘분위기 좋은’ 당신의 ‘내밀한 공간‘은 아닐까? 그 공간만큼은 항상 그 자리에서 당신을 온전히 지켜주는 최후의 방패가 될 것이다.

희곡 <햄릿>에서 햄릿의 친구 로젠크란츠가
“덴마크가 감옥 같지 않느냐”고 묻자 햄릿은 이렇게 대답한다.

“천만에, 나는 호두 껍데기 안에 웅크리고 들어가 있어도
나 자신을 무한하기 그지없는 어떤 공간의 ‘주인’으로 여길 수 있네.”
/ 최경철 <모든 공간에는 비밀이 있다>중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