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남자

직장 동료인 듯한 두 사람은 너무도 익숙한 젓가락질로 만두를 간장에 찍으며 먹고 있다. ‘덤플링’ 대신 ‘비비고’라고 부르며 푸드트럭의 만두를 칭찬하는 모습. 어딘가 모르게 친숙한 느낌마저 든다면?

최근 한 매체에서는 ‘비비고 만두’가 25년간 미국 만두 시장을 독식해 온 중국의 링링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지난 해(2018) 처음으로 글로벌 시장 매출액(3420억원)이 국내시장 매출액(2950억원)보다 앞설 만큼 비비고 만두는 세계적 성공을 이루었다.

CJ 비비고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한식의 위상을 높이고 성공을 거둔 이유, 무엇일까.

201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 1인가구 비중이 28.6%라고 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능력이 발달한 만큼 자신만의 공간과 자신의 삶을 중시하는 경향이 늘고, 또 결혼으로 소요되는 비용에 대한 부담, 취업난 등을 이유로 1인 가구는 앞으로도 더 늘어가 2025년에는 세 집 가운데 한 집에 싱글족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1인용 채소, 과일 등 소포장 제품과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음식의 맛이나 질은 중시하면서도 요리를 하는 데는 공을 들이는 것을 꺼려하는 대중들의 요구에 맞춰 CJ는 햇반, 고메, 비비고 등의 브랜드를 만들어 우리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을 만큼 질 좋은 음식, 1인 가구가 혼자 먹어도 맛있고 부담 없는 가정 간편식(HMR)을 개발하였다.

그리고 국내외 많은 이들이 찾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이는 사회의 변화를 재빠르게 파악하여 흐름을 잡아낸 안목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비비고 만두의 세계적 성공에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그것이다.

국내에서는 건강을 위해 저탄수화물 식품을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우리식 만두만의 특징인 얇은 피를 강조하였고, 다양한 채소가 많이 들어간 건강하고 꽉 찬 만두소를 홍보하였다.

이와 더불어 국외에서는 현지 특색에 맞는 재료들을 섞어 만두를 만들어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춰 제공하였다. 미국 현지 식성에 맞춰 돼지고기대신 닭고기를 넣은 치킨 만두를 개발하거나,

베트남에서는 현지에서 즐겨 먹는 해산물, 옥수수를 만두소에 넣고 더운 날씨에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만두 하나씩 담은 패키지를 선보였다.

또한, 러시아에서는 러시아 전통 식 문화에 맞춰 고기 식감을 극대화한 만두소를 만들고 수탕 조리가 익숙한 현지 요리법에 맞게 퍼지지 않는 만두피를 개발했다.

외국에서의 비비고는 일단 레스토랑과 가공식품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 운영하는 전략을 사용해 한식을 낯설어하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그 맛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일차적으로 음식을 맛보고 호감을 갖게 되면 동일한 브랜드 제품인 가공식품을 가정에서 편하게 즐기도록 한다는 것이다.

비비고 레스토랑 또한 캐쥬얼 다이닝 분위기의 식당이 있는가 하면 맥도날드처럼 빠르게 주문할 수 있는 레스토랑도 있다.

레스토랑의 종류에 따라 한식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가 하면,

간편하지만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한식도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다.

이런 방식은 한식을 낯설어 하는 외국 현지인들에게 좀 더 부담 없는 선택을 제공하여 먹어 보고 맛있게 느낀 음식을 가공식품의 형태로 가정으로 들일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CJ는 한계를 넘어선 도전이라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다. 미국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두꺼운 만두피를 가진 중국 만두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여 3000번 이상 치댄 반죽을 사용한 우리식의 얇고 쫄깃한 만두피 개발에 성공했다. 이들의 한계를 모르는 도전 정신은 지금의 성공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