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자는 이들을 위해 재출동한 가사 장인

조회수 2019. 3. 14. 18: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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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오급진 앨범 들고 컴백한 에픽하이

역대급 앨범 참여진을 내세워 진작부터 화제가 된 바 있는 에픽하이의 EP 앨범 [sleepless in __________]이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아이유배우 진서연이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크러쉬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타이틀곡 '술이 달다', 방탄소년단의 슈가가 작곡, 편곡에 참여한 '새벽에' 등 에픽하이가 아니었다면 절대 한데 모일 수 없는 톱급 아티스트들이 함께해 눈길을 끕니다.

이들의 새로운 프로필 사진만큼이나 믿음직스럽다는 이번 앨범은 '불면'을 주제로 다루었으며 소설집 형태로 이루어져 한 곡 한 곡 차례로 듣는 맛이 쏠쏠하다고 하는데요.


악몽, 실연, 우울증, 내일에 대한 고민 등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잠 못 드는 이들에게 바친다는 그 7개의 노래들, 지금 바로 만나봅시다.

Do you have trouble sleeping?
Do you have nightmares?
Are you heartbroken?
Do you feel down depressed hopeless?

9집의 시작을 알리는 첫 트랙입니다.

감성 돋는 피아노 선율을 따라 나레이션이 흘러나오는데요. 가슴을 쿡쿡 찌르는 질문을 늘어놓으며 리스너들의 우울 세포를 건드립니다. 뒤에 이어지는 트랙들이 어떤 분위기로 흘러가게 될지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는 인트로곡이죠.


I’m sleepless in Seoul 또 밤새 뒤척이고 있다
불안한 생각들과 후회들이 내 방안에 모여든다

곧이어 흘러나오는 붐뱁 비트가 심장을 타격합니다.

별도 따서 팔아치워 버리는 서울이란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경을 잘 담은 곡이죠. 이런 생활에 이미 체념한 듯한 선우정아의 후렴 가창이 인상적입니다.


잠이 안 와 네 생각이나
이별은 쓰고 술은 너무 달다

이번에는 헤어진 연인 때문에 잠에 못 듭니다.

음원 차트 강자 크러쉬가 피처링과 코러스로 참여해 감성을 더했죠. 흔들 흔들거리는 다리, 빙글 빙글 도는 머리, 울렁 울렁거리는 가슴, 쿵쿵 쿵쿵거리는 심장...이라고 크러쉬가 읊조리는 부분은 리스너로 하여금 취한 듯한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어요.


잠 못 드는 이른 새벽에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져
긴장이 풀려서인지 마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나 어떡해

에픽하이 X 방탄소년단 슈가의 완벽한 조합을 만나볼 수 있는 트랙입니다.

에픽하이의 음악을 들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던 슈가직접 프로듀서로 참여해 의미를 더한 것인데요. 그래서인지 은 쫓고 있지만 쉽지 않은 인생살이에 잠 못 들고 있는 청춘의 모습이 더욱 와닿게 느껴집니다.


I miss your smile and laugh
We tried to build a future
All we got’s a broken past

한 연인이 이별을 겪고, 서로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잠을 설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곡이죠.

과거 같은 소속사였던 코드쿤스트가 작곡, 편곡에 참여하였으며, 말레이시아 가수로는 드물게 미국시장에서 주목받았던 유나(YUNA)가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무인도가 된 매트리스 이젠 술과 수면제도 안 들고
밤새 켜둔 sleep playlist 끝없는 beats to relax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밤마다 잠에 못 드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힘들었던 하루를 보낸 이유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것이 맞는지, 그러나 내일도 비가 올 것(힘들 것)을 알기에 결국 해답을 찾지 못하고 생각의 늪에 잠긴 채 힘들어하는 화자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지는 우울 가득한 곡이죠.


Tuck you in as I tuck another tear
behind my eyelids Good night

'비가 온대 내일도'의 끝부분과 그대로 이어지며 시작되는 마지막 아웃트로 트랙입니다.

'고양이를 위한 자장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아마도 잠에 들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자장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잔잔한 분위기에 나긋나긋하게 읊조리는 나레이션까지, 불면을 컨셉으로 하고 있는 이번 앨범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트랙이 되겠네요.


가뜩이나 깊었던 음악, 더 깊고 진해져서 돌아온 에픽하이. 

마치 한 편의 시와 같은 각각의 노래를 묶어 '불면'이라는 한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스토리와 감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완벽한 앨범으로 우리를 다시 찾아온 이들인데요.


봄비가 부스스 내리는 봄의 초입에 서 있는 이때에, 무언가 멜랑꼴리한 분위기에 취해 기운 없이 앉아있는 우리를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앨범이 아닌가 싶습니다.

에픽하이의 팬이라면, 힙합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악몽, 실연, 우울증, 내일에 대한 고민 등으로 밤에 잠 못 드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씩 들어봐야 하는 에픽하이의 이번 앨범 [sleepless in __________].

'믿고 듣는 에픽하이'라는 문구가 왜 생겨났는지 궁금하신 분들은 지금 당장 전곡 재생을 눌러 확인해보자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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