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서로의 마음에 사랑을 발명한 수채화 같은 사랑이야기 ::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조회수 2019. 8. 8. 23:2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글 ・ 칼럼니스트 남민영)
※본 리뷰에는 극의 전개가 일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 및 주의 바랍니다.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그 공간의 온도와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기분 좋은 햇살까지 생생하게 느껴지게 작품들을 가끔 만나곤 한다.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는 투리, 캐롤리나, 도미니코 세 사람의 사랑과 꿈에 대한 열정이 펼쳐지는 이탈리아의 작은 바닷가 마을 마나롤라에 관객을 성큼 데려다 놓는 작품이다. 소박한 풍경과 정취를 그대로 옮겨놓은 무대도 그렇지만, 세 사람의 맑은 사랑 이야기가 봄과 여름의 바삭하고 부드러운 햇살과 바다내음을 꼭 닮았다. 

그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여기, 이 곳 꿈에서도 그리웠던 여기, 이 곳 평화로운 마나롤라

<너를 위한 글자>는 마나롤라가 고향인 투리, 캐롤리나, 도미니코가 성인이 되어 다시 마나롤라에서 재회하면서 시작된다. 로마로 이사갔던 캐롤리나는 자신만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고향으로 다시 돌아왔고, 역시 소설가가 꿈이던 도미니코는 로마에서 성공적으로 데뷔했지만 새 작품을 쓰기 위해 고향에 내려온 상태다. 발명 외에는 모든 일이 가치없게 느껴지는 투리만이 마나롤라를 벗어나지 않고 있었지만, 그는 캐롤도 도미닉도 모두 반갑지 않다. 

출처: kakao <너를 위한 글자> 공연실황 생중계 / 투리(강필석)

세상 어디에도 없던, 다정한 삼각관계

세상과의 점접이 없는 투리를 세상 밖으로 끄집어 내는 인물은 캐롤리나다. 문이 고장났다는 이유로, 집안을 청소한다는 이유로 자신의 일상까지 소란스럽게 만드는 캐롤리나를 투리는 이해할 수없다. 하지만 같은 꿈을 가졌기에 유독 말이 더 잘 통하는 캐롤과 도미닉이 가까워질 때마다 견딜 수 없이 유치한 질투심을 느끼는 것도 투리다.

한편 도미니코는 자신의 첫사랑 캐롤을 다시 고향에서 만난 것이 기뻐 그녀 곁을 맴돈다. 도미니코가 캐롤리나에게 정기적인 글쓰기 모임을 제안한 이유도 다시 싹트는 사랑의 마음때문이지만, 그는 마음을 밀어붙이기 보다 그녀의 꿈을 누구보다 응원하는 것으로 표현을 대신한다. 하지만 때마다 도미니코와 캐롤리나의 글쓰기 모임에 투리가 나타나 모임과 애정전선까지 방해한다. 

도미니코투리는 연적이지만 캐롤리나를 가운데 둔 두 사람의 대결은 풋풋한 투닥거림에 가까워 보는 이를 웃음짓게 만든다. 이런 투닥거림은 소나기에 대한 두 사람의 설전을 담은 넘버에서 극에 달한다. 도미니코가 소나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문장을 읊자 투리가 어김 없이 끼어들면서 마치 랩 배틀같은 넘버가 시작된다. 

출처: kakao <너를 위한 글자> 공연실황 생중계 / 투리(강필석), 캐롤리나(이정화), 도미니코(정상윤)

문학적인 감성을 가진 소설가 도미니코는 소나기의 질감을, 이성적이고 발명가적 기질을 가진 투리는 과학적으로 소나기에 대한 이론을 말하며 설전을 벌인다. 너무 다른 두 남자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넘버라 큰 유쾌함을 선사한다. 이렇듯 투리와 도미니코의 케미스트리도 극의 재미 요소 중 큰 부분을 차지하다보니, 단 한사람을 선택하기 보다 두 남자 모두를 응원하게 만든다. 

그러나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는 연인들의 행복으로만 극을 매듭짓기 위해 달려가지 않는다. 일반적인 해피엔딩보다 캐롤리나를 두고 두 남자가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에서 우직하고 순수한 사랑의 기쁨을 찾는다.

수채화처럼 어우러진 넘버
실화이지만 믿을 수 없이 동화같은 사랑

극은 후반으로 달려가며 애절해지지만, 투명하고 풋풋한 극의 기본 정서를 잃지 않는다. <너를 위한 글자>가 뻔한 신파가 아닌 마치 바닷마을의 동화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연마다 라이브로 펼쳐지는 음악은 잔잔한 파도처럼 극을 맴돌아 이런 정서를 한껏 극대화 시킨다. 입가를 떠나지 않는 중독성 강한 넘버는 없지만, 투명하고 부드러운 넘버들이 수채화처럼 어우려져 풋풋한 사랑의 감정을 오롯이 음미할 수 있다.

네가 홀로 걷지 않도록, 네 손 잡아줄게. 셀 수 없이 많은 빛나는 원을 너에게 줄게

<너를 위한 글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극의 스포일러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감상 후 찾아볼 것을 권하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어느 바닷가 마을에 이런 순수한 시절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지친 날에는 위로를 받게 될지도 모르겠다.

- 공연명 : 뮤지컬 <너를 위한 글자>

- 공연장소 : 예스24 스테이지 1관

- 공연기간 : 2019년 7월 6일(토) ~ 2019년 9월 1일(일)

- 공연시간 : 화, 목, 금 8시 / 수 4시, 8시 / 토 3시, 7시 / 일, 공휴일 2시, 6시 (월 공연 없음)

※ 단, 8월 9일(금), 23일(금), 27일(화), 29일(목), 30일(금) 4시, 8시 공연

- 티켓가격 : R석 66,000원 / S석 44,000원

- 러닝타임 : 110분 (인터미션 없음)

- 관람등급 : 만 13세이상 관람가(중학생 이상 관람가)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