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에게 생긴 충격적 '사건'

조회수 2021. 5. 14. 17: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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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혼자 사는 사람들'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해 전하는 작별 인사

관계로부터 도망하려는 우리 시대 자화상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가 지쳐가는 현실

배우 공승연이 주연을 맡은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이 개봉 소식을 알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혼밥, 혼술 등 혼자만의 시간을 영위하고 즐기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지만, 영화는 그 이면에서 모두가 곱씹고 있는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공승연). 사람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지만, 진아는 그저 불편하다. 회사에서 신입사원 교육까지 떠맡자 괴로워할 지경인 진아. 그러던 어느 날, 출퇴근길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옆집 남자의 죽음 이후 고요하기만 했던 진아의 일상은 조금씩 비틀리기 시작하고, 혼자만의 삶이 평온하다고 느끼던 진아는 문득 자신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했던 외로움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혼자 사는 평범한 직장인 진아가 주변 인물들과 엮이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삶의 터닝포인트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단편 ‘굿 파더’(2018)로 평단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홍성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저마다 1인분의 외로움을 간직한 현대인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나홀로족’이라는 말은 더 이상 새롭거나 이슈가 될 만한 말은 아니다.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려는 라이프 스타일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혼밥도, 혼술도 우리는 어색하지 않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그런 ‘나홀로족’처럼 주변과의 관계를 멀리하고 홀로 살아가려는 이의 이야기다.

다만 ‘혼자 사는 사람들’은 홀로 사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 ‘나홀로족’도, ‘혼자 사는 사람들’도 홀로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것이지만, 영화에 자리한 것은 혼자만의 만족스러운 라이프 스타일이 아닌 우울과 외로움, 지침과 탈력감이다.

‘나홀로족’이 자존(自存)하려는 이들을 지칭한다면, ‘혼자 사는 사람들’은 사회와 사람, 관계에 지쳐 스스로 고독(孤獨)을 자처한 이의 삶을 담았다. 주인공 진아는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고 관계를 단절한 채 혼자만의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다가오는 사람도 쳐내고, 스스로 고립되길 원하는 진아의 삶은 얼핏 낯설지만, 각박한 현실에 지쳐 모든 것을 끊어내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우리의 바람을 들춰내며 공감을 자아낸다.

영화의 톤과 메시지에 걸맞은 여러 현실적인 부가요소도 소소한 공감을 부른다. 진아가 혼자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장면이나, 이웃의 인사에도 핸드폰만 바라보며 무심히 지나치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이런저런 요소 덕분에 영화는 꽤나 우울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마냥 따뜻한 힐링 드라마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번지수가 틀렸을 수 있다.

공승연의 섬세한 감정 연기는 남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고 들춰내는 작품인 만큼 클로즈업이 주를 이뤘는데, 감정선의 미묘한 흐름을 탁월하게 포착해 남다른 인상을 남겼다. 영혼이 마모된 듯한 공승연의 허망한 눈빛을 바라보고 있자면, 월요일 출근길 하얗게 탈색된 얼굴로 꾸역꾸역 지하철에서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인물이 관계를 단절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우리 시대 관계의 단절과 고독, 외로움이 개인의 내면으로부터 기인한 듯한 구성은 아쉽다. 영화는 진아의 외로움의 기원이 그의 과거에서 출발했음을 암시하는데, 우리네 삶이 팍팍하고 영혼이 마모되어가는 이유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의 아픔은 비록 개인의 경험이지만, 상처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따로 있다. 끊임없는 경쟁에 공생(共生)을 멀리하고 홀로 남게 되는 것은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수레바퀴 속 우리 사회가 빚어내는 숙명이지 않은가. 누군가의 고독과 보다 나은 삶을 향한 발걸음을 개인의 책임과 의지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요컨대 이런 저런 이유로 관계로부터 도망하고자 하는 우리네의 현실을 직면해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가볍게만 맺어지는 관계가 번잡스럽고 왠지 모를 허망함만이 마음을 채우고 있는 관객이라면 여러 감상이 떠오르겠다.

개봉: 5월 19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홍성은/출연: 공승연, 정다은, 서현우 /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KAFA)/배급: ㈜더쿱/러닝타임: 90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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