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운동, 명령으로 살인 저지른 '가해자'의 시선

조회수 2021. 4. 29. 17: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리뷰] '아들의 이름으로' 잊혀만 가는 이들을 위한 안성기의 굳센 목소리

안성기라는 대배우의 오롯한 힘
모두의 아픔이 된 1980년 5월의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이야기를 꾸려간 영화는 많았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택시운전사’부터 ‘26년’, ‘화려한 휴가’까지, 그 동안 우리는 1980년 광주에서 있었던 사건을 꾸준히 되짚어 왔다. 허나 ‘아들의 이름으로’는 전작들과는 또 다른 결로 우리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시선으로 40년 전 그날을 떠올리는 이유다.

1980년 5월의 광주를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서 살아가던 오채근(안성기). 그는 소중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향해 복수를 다짐한다. 광주 출신 진희(윤유선)를 만나며 더욱 결심을 굳히게 된 그는 당시 사건의 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박기준(박근형) 회장에게 조심스레 접근하기 시작한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30여 년 전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최초의 장편 극 영화 ‘부활의 노래’(1990)로 데뷔했던 이정국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그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현재까지 반성하지 않고, 제대로 벌 받지 않은 이들을 단죄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며 영화를 기획한 계기를 밝혔다.

이정국 감독의 말마따나 ‘아들의 이름으로’는 무고한 시민을 학살했음에도 여전히 일말의 반성도 내비치지 않는 이들을 향해 일갈하는 작품이다. 현실 정치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통쾌한 응징이 그려져 관객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주기도 한다.

허나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그린 지난 영화들과 다른 ‘아들의 이름으로’만의 진정한 특색은 바로 피해자의 시선이 아닌, 가해자의 시선으로 당시를 기억한다는 것이다. 영화는 명령이라는 이유로 살인을 저질러야만 했던 이들의 반성과 후회, 분노와 고통, 죄책감과 자괴감을 담아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다만 어느새 잊혀만 가는 당시를 기억하겠다는 뜻 깊은 메시지와 달리 영화의 만듦새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특히 촬영과 편집에 있어서 헐거운 장면이 여럿 눈에 띈다. 편집 점이 맞지 않기도 하고, 적절하지 못한 렌즈를 사용해 왜곡된 그림이 담기기도 했다. 연출을 위해 부러 의도했다고 하기엔 다소 어색하다.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 설정 역시 낡은 편이다. 주인공 오채근을 제외하곤 대다수의 인물들은 과도하게 극적이거나, 지극히 단순하다. 이야기만으로 관객을 설득하기엔 개연성이 부족하고, 특별한 반전이나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한 감동도 부재하다. 여러 미장센을 통해 영화의 매력을 다채롭게 꾸미려 하나, 골자를 이루는 이야기가 진부하니 도통 와 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이름으로’는 관객을 향해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고령의 나이에도 굳센 목소리를 낸 안성기 덕분이다. 여러모로 부족해 보이는 장면 가운데 안성기의 존재감만은 빛을 발한다. 어색한 요소들에 눈살이 찌푸려질 찰나, 서서히 스며드는 그의 눈빛에 압도돼 어느새 완전히 영화에 몰입한 스스로를 깨닫게 된다.

요컨대 아쉬움이 많으나, 안성기의 오롯한 힘 만으로도 충분한 마력을 발휘하는 작품이다. 안성기라는 대배우의 힘이 여지없이 관객을 단숨에 휘어잡는다.

개봉: 5월 12일/관람등급: 12세 관람가/감독: 이정국/출연: 안성기, 박근형, 윤유선/제작: 영화사 혼/배급: ㈜엣나인필름/러닝타임: 90분/별점: ★★☆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콘텐츠의 타임톡 서비스는
제공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