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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싸이월드 '갬성'이 그립다면

조회수 2021. 4. 21. 17: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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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와 당신의 이야기' 푸르른 당신의 20대에 보내는 '갬성' 편지

전 국민 ‘갬성’으로 물들였던 싸이월드 스크린으로 보는 듯
어설픔 이겨내는 묘한 흐뭇함

‘동주’의 강하늘과 ‘한공주’의 천우희가 만났다. 두 배우의 만남만으로 충무로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직접 관람한 이 영화는 클리셰 가득한 이야기도, 어색한 캐릭터 설정도 아쉬움을 남기지만, 그 모든 구멍을 메울만한 충분한 ‘갬성’이 있어 때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기도 했다.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강하늘). 그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기억 속 친구를 떠올리고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한편 자신의 꿈은 찾지 못한 채 엄마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소희(천우희)는 언니 소연에게 도착한 영호의 편지를 받게 되고. 소희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답장을 보낸다. 우연히 시작된 편지는 무채색이던 두 사람의 일상을 설렘과 기다림으로 물들이기 시작하고, 영호와 소희는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는 우연히 전달된 편지 한 통으로 서로의 삶에 위로가 되어준 영호와 소희가 비 오는 12월 31일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서울의 뿌연 매연과 같이 침침하기만 했던 영호와 소희, 두 사람의 하루는 편지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빛나고, 오가는 편지와 함께 서로에게 위안과 용기를 건넨다.

참으로 오랜만에 아날로그의 감성이 한껏 묻어나는 작품을 만났다. 오래된 헌책방, 장국영의 영화, LP로 들려주는 노래, 마음을 눌러 담은 편지까지. 영화의 배경은 비록 2000년대 초반이지만, 시대를 초월한 따뜻함과 낭만이 관객의 마음을 적신다. 풋풋한 감정으로 서로를 향해 위로와 위안을 건네는 강하늘과 천우희의 편지가 낭만이 가득했던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허나 낭만적인 영화의 분위기와 미장센을 제한다면 영화는 아쉬운 측면이 많다. 삼수 생활 중 ‘급발진’하며 초등학교 동창에게 뜬금없는 편지를 보내는 영호나, 엉뚱한 이유로 영호에게 거침없이 돌진하는 수진(강소라)의 행동은 과하다. ‘감성’을 넘어 ‘갬성’이다. 전 국민을 ‘갬성’으로 물들였던 싸이월드를 스크린으로 다시 만난 듯하다.

영화의 제목은 ‘비와 당신의 이야기’지만 정작 이야기의 구성 역시 다소 헐거운 편이다. 개연성은 빈약하고, 다소 클리셰적인 장면도 눈에 띈다. 몇몇 대사는 어색한 문어체적 표현으로 몰입을 깨뜨리기도 하며, 나름의 반전은 충분히 예상 가능해 실상 반전이라 부르기도 민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주변에 추천하고픈 작품이다. 그 모든 구멍을 메우고도 남을 충분한 ‘갬성’이 마음을 따뜻한 파란색으로 물들이는 이유다. 영화의 초반, 분명 버거웠던 ‘갬성’이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빠져들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이들의 풋풋함이 심히 오글거리다가도 되레 해맑고 귀여워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영화는 첫사랑 이야기에 머물지만도 않는다. 이뤄지기 힘든 첫사랑을 앞세우긴 했지만, 영화의 곳곳을 채우는 것은 청춘의 고민과 불안, 성장이다. 널뛰는 감정만을 제한다면 누구나 겪었을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가 각자의 20대를 추억하도록 만든다.

요컨대 오랜만에 만난 아날로그 덕분인지, 넘치는 감성 덕분인지, 참 어설프지만 묘하게 기분 좋은 감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열과 성을 다해 사랑하는 영호와 소희, 수진의 청춘 이야기가 ‘혐오의 시대’라고도 불리는 이 험난한 시기를 살아가는 관객에게 작은 위로와 감동을 전할 수 있길 감히 바라본다.

개봉: 4월 28일/관람등급: 전체관람가/감독: 조진모/출연: 강하늘, 천우희, 강소라/제작:㈜아지트필름 /배급: 소니픽쳐스엔터테인먼트코리아㈜, ㈜키다리이엔티/러닝타임: 117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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