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에서 '로맨스' 호흡 맞춘 두 배우

조회수 2021. 3. 26. 17: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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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산어보' 설경구 "흑백이기에 더욱 디테일 살렸던 현장"

“흑백이라 지루해? 편견 깨고 편히 봐줬으면”
“늘 새로운 경험이 나를 뛰게 만들어”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 배우 설경구가 데뷔 이후 첫 사극에 도전했다. ‘황산벌’부터 ‘왕의 남자’, ‘사도’에 이르기까지 자신만의 신선한 시각으로 역사적 사건을 재해석해왔던 이준익 감독의 신작 ‘자산어보’가 그것. 설경구는 순수한 학자의 눈빛과 노련한 정치인의 몸가짐을 동시에 갖춘 정약전을 탁월하게 연기해내며, 어째서 그가 국내 최고의 배우로 불리는지 여실히 증명했다.

이준익 감독의 신작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함께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설경구는 극 중 주인공으로, 정약용의 형이자 어류학서 <자산어보>를 집필한 학자 정약전을 연기했다.

영화 ‘꽃잎’(1996)으로 데뷔해 ‘박하사탕’(1999), ‘공공의 적’(2002), ‘오아시스’(2002), ‘실미도’(2003), ‘해운대’(2009), ‘소원’(2013),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 등 수많은 명작에 출연하며 국내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를 확고히 다졌던 설경구.

허나 데뷔 28년 차에 이른 그에게도 사극은 첫 경험이었다. 30년에 가까운 연기 인생에서도 도전하지 않았던 사극에 뒤늦게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 사극에 대한 두려움으로 꺼렸다고 들었다. ‘자산어보’는 어떻게 출연을 결심하게 된 것인가.

= 전에도 사극에 출연할 기회는 있었지만, 용기도 안 났고, 미루고 미루다가 지금까지 왔다. 이번 작품에 출연할 수 있던 것은 전적으로 이준익 감독에 대한 신뢰 덕분이었다. 이준익 감독은 배우들의 장점을 참 많이 이야기해 준다. 촬영에 들어갈 때, 나에겐 참 익숙하지 않던 옷을 입고 수염을 달고 나왔는데, 약간은 오버스러울 만큼 잘 어울린다고 해주더라. 나이는 먹었지만, 그런 칭찬은 여전히 용기를 준다. 그렇게 사극이라는 낯섦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 이준익 감독이 “설경구가 곧 정약전이었다”며 극찬을 하더라.

= 이준익 감독이 포장을 너무 많이 해주셨다. 촬영장의 분위기가 배우들에게 참 편안했고, 그래서 배우들이 연기에 보다 잘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촬영장이 섬이다 보니, 배우들끼리 숙소가 모여있었는데, 가운데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 모여 다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편하게 놀았다. 연기가 만족스러우셨다면 모두 현장이 편안했던 덕이다.

- 변요한 배우가 연기한 창대와의 호흡이 상당하다. 이제는 ‘브로맨스 장인’이라 불려도 될 정도다.

= 선배라고 해서 모든 것이 후배들의 귀감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후배를 떠나서 동료 배우로 다가가려 했던 덕분에 호흡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선배, 후배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냥 친구가 되고 싶다. 물론 내가 연식이 좀 돼서(웃음), 처음에는 변요한 씨도 조금 어려워했던 것 같다. 그래도 촬영 전에 술 한잔하면서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서로 할 말 다 하면서 연기하는 것이 참 좋다. 잘 받아줘서 내가 더 감사할 따름이다.

- 최근 몇 년을 쉴 틈 없이 달렸지만, 여전히 연기를 향한 열정이 뜨거운 듯하다.

= 배우는 늘 새로운 경험을 한다. 크게는 새로운 작품일 수 있고, 작게는 오늘 했던 대사를 내일 하지 않는 것일 수 있다. 그런 것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 걱정, 설렘이 나를 뛰게 만든다. 나는 촬영 전 굉장히 이른 시간부터 준비하는 편이다. 오전 7시 촬영이면, 새벽 3시에는 일어나서 땀을 빼기 시작한다. 오늘 있을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다. 이 지겨운 것을 꽤 오랫동안 반복했는데, 오늘 내가 할 대사와 동선, 만날 배역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 설렘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 첫 사극 영화 도전이었는데, 심지어 흑백이기까지 했다. 부담이 있진 않았나.

= 이준익 감독이 그런 말씀을 해주더라. 흑백 영화의 특성상 관객들은 배우만 볼 것이라고. 그래서 거짓말을 하면 스크린에서 다 들킬 거라고. 이준익 감독은 그런 말들로 배우를 긴장시키곤 했다. 그래서 촬영 현장은 분명 편안하고 즐거웠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평소보다도 더욱 집중해서 임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흑백 영화라서, 컬러를 찍는 만큼의 공보다 덜 들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다. 여러 조명이나, 준비 없이 있는 그대로를 담아내는 것이 다가 아닐지 우려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컬러보다 조명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촬영에 더 많은 정성을 들이더라. 있는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닌, 보다 디테일을 살려야 했던 현장이었다.

- 이정은 배우와의 로맨스 호흡도 대단했다. 본격적으로 멜로에 도전할 생각은 없나.

= 이정은 배우와는 정말 편한 사이다. 어렸을 때부터 봤던 사이라 그랬는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편하고, 감사했다. 시켜만 주면 멜로는 당연히 하고 싶다. 배우들의 로망이 멜로 아닌가. 요새 장르 영화가 잘돼서 누군가의 말대로 뼈와 살이 드러나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마치 상업 영화의 전체인 양하는 부분이 있다. 책만 주면 바로 할 텐데, 연락이 없다.(웃음)

- 개봉을 앞둔 시점이지만, 여전히 코로나로 극장에 관객이 오는 일이 적다. 여러모로 근심이 클 것 같은데.

= 걱정이 많이 된다. 며칠 전에 시사 때문에 코엑스 극장을 갔는데, 정말 충격이었다. 아무리 작은 영화도 극장이 언제나 꽉 찼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관객이 없더라. 그래도 백신도 나왔고 하니, 점차 정리돼서 영화도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있다. 골이 깊으면 봉우리도 높다는 말이 있지 않나.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더불어 우리 영화로 관객들이 희망을 품을 수 있으면 한다. 영화 속에도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처럼, 참 어려운 상황에 처한 민초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우리 영화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흑백 영화라 왠지 지루하고, 예스럽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편을 깨고 영화를 잘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자산어보'는 오는 31일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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