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를 꿈꿨던 이 아이는 충무로 최고의 '배우'가 됩니다

조회수 2021. 2. 16. 17:0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인터뷰] 만개한 배꽃이 수놓은 우주 활극 '승리호' 김태리 "설렘 가득했던 촬영"

“부담감에 스트레스 받기보다 캐릭터 연구가 바빠”
“허허벌판에서 고군분투하는 느낌 받기도”

만개한 배꽃이 관객을 찾았다. 지난 2016년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통해 신인 답지 않은 완숙한 연기력을 뽐내며 화려하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김태리는 어느새 영화 ‘1987’, ‘리틀 포레스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등을 거치며 자타공인 충무로 최고의 연기파배우로 자리잡았다.


이제는 넷플릭스와 함께 국내 최초의 스페이스 오페라 무비로 불리는 ‘승리호’에 출연해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은 김태리. 그는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강조되는 ‘승리호’를 이끄는 것은 물론, 그를 향한 모든 주목과 기대가 큰 부담일 수 있었음에도 “부담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훨씬 컸다”며 특유에 털털한 미소를 지었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말 그대로 두근거리고 설렜다. 한 명의 관객으로서 SF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우주 활극을 한국 배우들이 연기한다는 것, 더군다나 내 얼굴이 비춰진다는 것이 기대를 많이 불렀다.


솔직히 부담이 조금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런 부담이 연기하는데 원동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에 빠르게 털어내려 노력했다. 특히 함께 하는 배우들과 장난치면서 부담감을 희석했던 것 같다. 그런 스트레스를 받는 것 보다 어떻게 인물을 살아 숨쉬도록 만들 수 있을지 조금이라도 더 고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수줍다는 말보단 호탕하다는 수식어가 보다 어울리는 김태리는 ‘승리호’에서 거친 인생을 살아온 선원들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카리스마를 뽐내는 캐릭터 장선장을 연기했다. 촌스럽지만 김태리가 쓰니 왠지 멋있는, 큼지막한 선글라스가 트레이드마크인 장선장. 영화를 관람하는 내내 김태리가 아니라면 누구도 소화할 수 없을 캐릭터라고 여기게 되지만, 정작 본인은 “시나리오를 보며 내 얼굴을 한 장선장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당연히 국내 최초라는 이름이 설렜고, 기대가 많이 됐지만, 한편으론 조성희 감독에게 왜 나를 캐스팅하고 싶은지 물어보기도 했다. 시나리오만 봤을 때 내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 쉽게 매칭되지 않았던 이유다. 보통 남자들을 이끄는 과격한 느낌의, 전사 같은 느낌의 배우가 쉽게 떠오르지 않나. 다른 작품에서 대사를 읊다 보면 내가 말을 뱉고 있는 모습이 쉽게 떠올랐는데, ‘승리호’에서는 잘 떠오르지 않더라.


헌데 조성희 감독은 그런 전형적인 이미지가 아니기에 날 캐스팅하길 원한다고 말하더라.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리플리 役)같은 배우보다 나 같이 순해 보이고 동글동글해 보이는 사람이 조종석에 앉았을 때의 힘이, 전형성보다 더 큰 효과를 낼 것이라며 나를 깜빡 설득했다.”

그렇다면 조성희 감독의 언변에 설득돼 설렘을 가득 안고 시작한 ‘승리호’의 촬영은 어땠을까.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치열한 현장이었던 만큼 ‘승리호’의 촬영은 고단함의 연속이었을 터. 이에 김태리는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들이 있었다”며 지난 날을 회상했다.

 

“캐릭터가 단순하기만 한 것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장르물를 촬영한다는 것이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이야기가 흘러가며 그에 맞는 호흡들로 연기하게 되는데,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터지게 되더라. 생각지도 못한 생각들을 각자의 마음에 품고 있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표현의 강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헷갈리기도 했다.


특히 조성희 감독이 오케이 사인을 쉽게 주는 것이 되려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너무 쉽게 통과되니 계속 의심이 갔다. ‘이 정도면 됐다’인지, 정말 충분해서 인지 모르겠더라. 막상 물어보면 다 좋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한다. 사실 배우 입장에서 더 이끌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 허허벌판에서 고군분투 하는 느낌을 받기도 해 어려웠다.”

이런 저런 어려움에도 끝내 장선장의 캐릭터에 완벽히 동화되며 호쾌한 우주 액션을 이끈 김태리. 그가 지휘하는 ‘승리호’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한동안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 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어릴 적 꿈이 아나운서였다는 그는 완전히 만개한 지금, 배우로서 만족하고 있을까.


“사실 아나운서는 전공수업을 듣다 보니 마음이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연극을 만났는데, 그 모든 과정이 좋았다. 연극을 한 편 올리면서, 무대를 만들고, 연습하고, 밥 먹고, 술 먹고, 밤새고, 소품 만들면서 싸우고, 무대 올라가서 조명을 받고, 관객을 만나고, 한 시간 반 동안 무대 위에 서서 박수를 받고, 그 모든 과정이 꿈 같고 즐거웠고, 행복했다. 내가 무엇이든 잘 질리는 성격인데, 이 직업은 내가 평생 할 수 있겠다 싶었다. 물론 어려운 구석도 많고, 헷갈리기도 하지만, 그건 모든 사람이 겪는 것들이지 않나. 배우가 되어서 너무 좋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