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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승리호' 신파 지적에 감독이 한 말

조회수 2021. 2. 9.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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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승리호' 조성희 감독 "넷플릭스 공개, 감사하고 다행"

신파 지적 “필요하다 생각했지만 반성”
“제작비, 할리우드 비해 10분의 1”

국내 최초 스페이스 오페라 무비 ‘승리호’가 베일을 벗었다. 화려한 CG의 우주 액션으로 무장해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전 세계 넷플릭스 순위 1위에 오른 ‘승리호’. 모두가 안될 것이라 입을 모아 우려의 시선을 던졌음에도, 영화를 밀어붙였던 뚝심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조성희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물었다.

출처: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감독 조성희)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늑대소년’(2012),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2016) 등의 조성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국내 최초의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도전한다는 소식에 제작단계부터 충무로의 이목이 집중됐다.


한국은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불모지라 불린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스타워즈’는 물론 ‘스타트렉’ 시리즈가 가장 인기 없는 국가 중 한 곳이며, 심지어는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 역시 여타 마블 시리즈에 비해 신통치 못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런 한국에서 조성희 감독은 당당히 한국형 스페이스 오페라 무비를 표방한 ‘승리호’를 관객에게 선보였다. 그런 자신감과 뚝심,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조성희 감독은 “나 역시 영화를 선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 잘 믿겨지지 않는다”며 입을 열었다.


“영화의 시작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제작연구과정 후반에 트리트먼트를 써서 ‘승리호’의 제작사 영화사 비단길의 대표에게 보여드렸던 것이다. 당시 나는 사리분간을 못하던 시절이라, 그냥 하면 될 줄 알았다. 심지어 대표 역시 해보자고 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왜 그랬는가 싶다.


물론 10년 전이었으니 당연히 잘 안됐다. 당시 나는 데뷔도 안 한 신인인데, 큰 제작비가 필요하지 않나. 돌아보면 이렇게 큰 제작비의 영화를 한다는 것은 당시로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나중에 다시 꺼내서 하자고 서랍 속에 집어 넣어 놨다가, 다른 영화들을 여럿 내놓은 후에 ‘지금이라면 되지 않을까’해서 다시 꺼냈고, 이상하게 의기투합이 돼서 시작할 수 있었다.”

출처: 넷플릭스

아무렇지 않고 덤덤하게 이야기를 꺼내는 조성희 감독이지만, 실제로 ‘승리호’는 여러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야 세상에 얼굴을 비칠 수 있었다. 국내 영화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막대한 제작비는 물론, 충무로 VFX 기술력이 총집합 되어야 겨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던 이유다. 조성희 감독은 이런 승리호의 제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할 만큼 했다’고 자부할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고 회상했다.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다. CG와 여러 이펙트 등 장식적 효과는 물론이고, 아티스트마다 머릿속의 그림이 달라 현실적으로 구현하면서도 합의를 해나가기 쉽지 않았다. 제작비도 꽤나 많이 들긴 했다. 하지만, 할리우드에 비해선 대략 예상하기에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거다. CG, 미술, 사운드, 음악 등 어느 한 부분 빠짐 없이 스태프들이 너무나 많은 열정을 불태워줬다. SF 영화라고 하면 할리우드 영화에 관객의 눈높이가 맞춰져 있는데, 조금이라도 그에 떨어지지 않게 만들고 싶었다.”


조성희 감독을 비롯한 ‘승리호’ 선원들의 열정이 빚어낸 결과물은 영화의 제목을 따라 세계 무대에서도 승리했다. 우주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승리호의 속도감 넘치는 액션이 화려한 CG를 무기 삼아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공개 후 ‘승리호’는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SF 영화의 불모지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조성희 감독, 그가 ‘승리호’를 선보이기 위해 거쳤던 준비과정은 무엇이었을까.

출처: 넷플릭스

“우리는 기획 과정에서부터 효율적으로 작전을 세우자고 이야기를 맞췄다. 너무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해 할 수 없는 것도 미리 그려본다기보다, 어떤 것이 가능하고 효율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구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작전을 많이 세웠다.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이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촬영한 화면과 풀 CG 화면이 서로 어울리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던 것이고, 두 번째는 우주 공간에서 우주선이 날아다닐 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간단하면서도 속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효과를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연장선상으로, 마지막은 속도감이 중요했다. 이 영화는 노동자들이 주인공이 작품이고, 삶이 쉽지 않은 이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때문에 우주 추격전도 거칠고, 박력 있길 바랐다.”

출처: 넷플릭스

조성희 감독은 제작과정에서의 어려움 역시 털어놓기도 했다. 국내 최초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에 도전하는 만큼, 영화의 촬영 현장은 모두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 투성이던 것. 이에 조성희 감독은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일단 촬영해야 하는 분량이 너무 많았다. 우리가 CG를 입혀야 하는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같은 장면을 굉장히 여러 번 찍어야 했다. 감독이 한 번 ‘오케이’ 한다고 끝이 아니라, 고난도의 촬영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가장 고생스러웠다.

나는 물론이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의문을 갖고 촬영에 임했던 것 역시 어려운 부분이었다. 모두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같은 장면도 서로 생각하는 것이 다른 부분이 많았다.”


한편 ‘승리호’는 CG에 대한 만족감과는 달리 영화의 이야기 부분에 있어 아쉽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국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신파’는 물론 캐릭터 역시 지나치게 1차원적이지 않았냐는 지적이다.


“’신파 서사’에 있어서 관객이 그렇게 느꼈다는 것에 나의 고민이 깊지 않았던 것 같아 반성을 하게 된다.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잃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가족을 이루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모두 다 갈 곳이 없이 낙오한, 어디에서 속하지 못한 인물들이지 않나. 때문에 신파긴 하지만 그 같은 이야기를 취하려 했다.


모든 영화가 비슷할 테지만, 러닝타임 때문에 덜어내야 했던 부분도 있었다. 이 작품이 가족이 두 시간 정도 둘러앉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오락 영화가 됐으면 했는데, 다양한 종류의 액션과 볼거리, 개성 있는 인물을 모두 담아내기에 시간이 부족하더라. 캐릭터는 물론 후반 작업 과정에서 액션도 많이 경량화 해야 했다.”

출처: 넷플릭스

‘승리호’에 대한 아쉬운 시선은 이야기 구성과 함께 넷플릭스 공개 방식 자체에도 있었다. 당초 극장 개봉이었던 '승리호'인 만큼, 영화에 담긴 화려한 CG와 액션이 작은 화면에 갇혀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허나 조성희 감독은 이런 저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 공개가 감사하고 다행이다”라며 안도의 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관객과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코로나 19 여파로 개봉을 수 차례 미뤘던 ‘승리호’가 마침내 관객과 만난 것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같이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 말고 드릴 것이 없다. 이 작품을 봐주신 관객 분들도, 재미있게 봐주신 분들, 아쉽게 느끼신 분들 모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 ‘승리호’는 내가 영화를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결심한 이후 처음 쓴 장편 시나리오였다.


지금 그것이 영화화 돼서 관객들에게 선보여졌다는 것 자체가 실감나지 않는다. 실제로 영화로 만들어졌던 과정도 꿈 같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 영화를 만들 때의 나를 선명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아직 얼떨떨하다.”

영화 ‘승리호’는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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