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민X남주혁, 두 번째 호흡..심상치 않다

조회수 2020. 12. 4. 09: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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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조제' 켜켜이 쌓은 사진첩 같이..연민과 사랑 사이

숨가쁜 일상 속 잠시나마 지난 사랑 돌이켜볼
스스로 만든 고치 빠져 나와 유영하는 나비처럼

한지민, 남주혁 주연 영화 ‘조제’가 베일을 벗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살던 조제와 그의 세상에 파고든 영석의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담은 작품으로, 영화는 두 사람 사이 형성되는 미묘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리며 관객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었다. 

출처: 영화 '조제'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학교와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까지 힘겹지만 평범한 일상을 지내던 대학생 영석(남주혁)에게 특별한 만남이 찾아왔다. 외출하는 것조차 쉽지 않아 오로지 자신만의 공간에 머물던 조제(한지민)가 그의 마음 한 켠을 차지한 것이다.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집 안에서 책을 통해 세상을 접하고 다양한 상상을 품는 조제. 낯설지만 특별한 조제의 매력에 영석은 조제의 세계를 조금씩 파고들기 시작한다.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와 영석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담은 작품이다. 2004년 단편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김종관 감독의 신작으로, ‘조제’는 김종관 감독 특유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로 조제와 영석,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선을 담아 눈길을 끈다. 

출처: 영화 '조제'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조제’의 호흡은 하염없이 느리다. ‘차분하다’는 식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정적이고 느린 호흡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덕분에 관객은 조제와 영석이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켜켜이 쌓은 빛 바랜 사진첩 같은 두 사람의 사랑이 보는 이의 아쉬웠던 지난 추억을 상기시키며 마음 속에 깊은 파문을 일게 만든다.


두 사람의 사랑이 빚어지는 공간인 조제의 집은 더디게 흘러가는 시간 속 묘한 매력을 풍기며 영화를 뒷받침한다. 너저분하기 그지 없던 낡디 낡은 조제의 집은 영석과의 시간을 보내며 조금씩 달라진다. 혼탁하던 조제의 마음이 정돈됨에 따라 그의 고치였던 낡은 집 역시 해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조제의 성장을 묵묵히 응원한다. 

출처: 영화 '조제'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야기의 끝에서 갑작스레 물결 치는 전개는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들다가도,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영석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고, 여행을 꿈꾸기도 하며 어느새 홀로 나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은 조제가 이내 영석에게 특별한 결심을 전한다. 연민과 호기심으로 시작한 사랑이 언젠가 그들에게 독이 될 것이기에, 두 사람은 슬프지만 담담히 또 다른 변화를 받아들인다.


숨가쁘게만 흘러가는 일상 속, 잠시나마 여운에 잠겨 지나간 각자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상업영화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이야기 호흡은 지나치다 느껴질 만큼 느려 답답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제’의 세상을 충분히 전하며 특별한 감상을 남긴다. 감각적이고 빼어난 영상미 역시 ‘조제’만의 강점이나, 여타 상업영화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겠다.

출처: 영화 '조제'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개봉: 12월 10일/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감독: 김종관/출연: 한지민, 남주혁/제작: 볼미디어㈜/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러닝타임: 117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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