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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게 빚을 많이 진 영화"

인터뷰 |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김혜수, 영화와 함께 아픔 떠나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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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완 감독의 그려낸 감정의 소용돌이
‘사건’ 아닌 ‘사람’에 집중한 이야기

영화 ‘내가 죽던 날’이 개봉을 앞뒀다. 주연 배우들부터 영화의 주요 스태프들까지, 여성 영화인들이 유독 많이 참여해 ‘여성영화’로서 기대를 높이기도 했던 ‘내가 죽던 날’이지만 “전혀 의도하지 않았다”라며 손사래를 친 박지완 감독. 그는 영화를 통해 관객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던 것일까.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내가 죽던 날’을 연출한 박지완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물었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가 살아남기 위해 각자만의 선택을 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신예 박지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영화는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음울한 감정을 골을 여과 없이 들춰내 관객의 공감을 자아냈다. 


영화는 형사 현수(김혜수)를 주인공으로 실종 사건을 파헤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위태롭게 삶을 이어나가던 현수가 한 사건을 맡게 되면서 마주하는 여러 상황이 영화 주된 소재인 셈이다. 그러나 ‘내가 죽던 날’은 일반적인 형사 소재의 영화들과 결이 달라 눈길을 끌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할 뿐만 아니라, 실종사건을 뒤로한 채 현수가 파헤치는 것은 관련된 사람들의 감정이다.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아닌, ‘사람’에 집중한 것이다.


이처럼 사건이 아닌 인물의 내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은 자칫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한 채 지루함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갖는다.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 속으로 관객을 몰입시키기 위해선 섬세한 감정선보다 충격적인 사건 하나가 보다 효과적일 수 있는 이유다. 

영화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지완 감독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내가 죽던 날’이 말하고자 했던 바를 온전히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현재의 방향성을 고수한 것이다. 그런 그의 고집에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음에도, 김혜수 역시 감독의 뜻에 동감하며 기꺼이 기다렸다는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과 김혜수가 함께 그리고자 했던 이야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박지완 감독은 “초고를 완성했던 것은 2012년”이라며 영화를 기획한 과정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나 역시 내가 만드는 영화의 목표가 낯설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객을 위한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또렷한 부분만 따라와 달라고 일부러 나머지는 흐릿하게 담았다. 자신의 인생이 괜찮은 것인지에 대해 소용돌이처럼 빠져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라 여타 사건보다는 이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결국 지금과 같은 방향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다. 모든 것이 내 선택이고, 그에 따른 결과물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길 바랐다. 때문에 ‘지루하다’는 평을 들으면 철렁하긴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다.” 

영화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누군가에겐 ‘아집’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겐 ‘뚝심’으로 비칠 수 있는 박지완 감독의 결단은 ‘내가 죽던 날’만의 강렬한 매력으로 자리했다. 지난한 영화들과 같이 사건 하나하나를 파헤치는 데 집중했더라면 ‘내가 죽던 날’만의 매력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별다른 감상을 남기지 못했을 터다.


박지완 감독의 뚝심과 함께 영화의 매력을 증폭시킨 것에는 단연 김혜수와 이정은이라는 걸출한 배우들의 존재감이 있기도 했다. 그들의 유려한 연기력은 영화가 갖는 일말의 지루함마저 날려버린 채 휘몰아치는 감정의 골짜기로 관객을 단숨에 끌어당겼다.


그렇게 결과적으로 보자면 김혜수와 이정은의 출연은 박지완 감독에게 분명한 행운이었다. 허나 달리 생각해본다면 신인 감독이 이 두 명배우와 함께한다는 것에 굉장한 부담을 느꼈으리라는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역시나 “나만 잘하면 됐다”며 촬영에 임하는 내내 떨렸음을 고백한 박지완 감독. 그는 “배우들에게 빚을 많이 진 영화”라며 두 사람과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을 밝혔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워낙 베테랑들이셔서 설명을 세세히 하지 않아도 됐다. 작품 이야기를 하려고 만났는데 수다만 떨고 헤어지는 날도 많았다. 항상 자상하게 말해주시고, 언제나 성심성의껏 고민해오셔서 감사했다. 두 분이 워낙 잘해주셔서 촬영장 가면서는 떨렸지만, 막상 얼굴을 보면 반가워서 긴장이 풀렸다.


특히 김혜수 선배는 본인이 원하는 감정이 있으면 그 감정의 지점까지 가는 것을 해내고 싶어 하시더라. 연출자 입장에서는 좋지만, 괜찮을까 걱정도 됐다. 내가 여러 번 좋다고 말씀드려도, 한 번 더 하겠다고 하더라. 선배에게 많은 빚을 졌다.”


박지완 감독은 김혜수가 직접 꿨다는 꿈을 영화에 삽입한 것에 대해 깊은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극 중 현수가 자신의 시체를 보며 누군가 치워주길 기다린다는 내용의 꿈을 고백하는 장면으로, 이는 김혜수 본인이 실제로 겪었던 것이다. 김혜수는 그 꿈이 영화의 결과 맞닿아 있었다며 박지완 감독에게 직접 영화에 삽입할 것을 제안했다. 

영화 '내가 죽던 날'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 꿈은 촬영 전에 수다를 떨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해줬던 것이다. 이런 내용의 꿈을 꿨다고 말하는데, 내가 이 이야기를 들어도 되나 싶었다. 굉장히 슬펐는데, 멍하게 있다가 집에 와서 울기도 했다.


촬영 중에 해당 장면을 준비하다가 선배가 먼저 그 꿈을 넣자고 제안했다. 다들 좋다고 했지만, 나는 사실 내가 이 영화를 연출하고, 선배가 영화에 출연한다고 해서, 과연 내가 김혜수 개인의 인생을 가져다 쓰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오래 고민했다. 개인의 내밀한 것이고, 공개됐을 때의 반응을 내가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이지 않나. 그 장면은 지금 봐도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넣었던 이유는, 선배가 영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과 그것에 닿아있었다는 것이다. 워낙 마음이 큰 사람이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 같기도 하고, 영화랑 같이 아픈 기억을 떠나보내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영화 '내가 죽던 날' 박지완 감독.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자신 안에 있는 모든 것을 꺼내 스크린에 수놓은 김혜수와 박지완 감독. 그렇게 완성한 ‘내가 죽던 날’은 타인에 대한 외면과 끝없는 자기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를 향해 힘 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영화가 대단한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영화의 메시지가 작게나마 관객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 비록 내가 잘살고 싶어서, 얄팍하고 개인적인 욕망에서 시작한 이야기지만, 영화에 담긴 이야기가 아주 작게라도 관객에게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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