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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는 왜 웃었고, 유아인은 왜 말이 없었는가

무비 | ‘소리도 없이’ 유아인 캐릭터가 말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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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도 없이’ 미장센 간단 분석

초희의 토끼 가면에 담긴 비밀

영화 ‘소리도 없이’는 색다른 장르적 재미를 선사하는 스릴러다. 이야기의 구조는 여러 번 뒤틀려 익숙한 듯 신선한 매력을 뽐내고, 기괴하면서도 묘한 감상을 자아내는 미장센들이 스크린 곳곳에 배치돼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먼저 이야기 구조의 변형을 살펴보자면, 기존 선과 악의 가치판단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영화의 경우 사회 구조적 모순에 비추어 악이 탄생하는 과정을 그리며 관객이 기존에 갖고 있던 가치관에 변화를 꾀하려 했던 반면, ‘소리도 없이’의 경우 이미 주인공들은 악인으로서 본분을 다하고 있다.  


다만 그들이 본분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일반적인 시각과 달리할 뿐이다.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는 와중 평온하게 오가는 악인들의 대화와 행동에는 은은한 유머까지 깃들어있고, 무심하면서도 일상적인 영화의 분위기가 친숙함과 섬뜩함을 동시에 자아낸다. 

영화 '조커' 스틸.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예를 들어 토드 필립스 감독의 ‘조커’(2019)의 경우 악을 대표하는 캐릭터 조커(호아킨 피닉스)가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에 집중했다. ‘조커’는 관객의 공감을 바라지 않은 채, 혼돈과 파괴를 갈망하는 인물이 어떤 사회와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는지를 그린다.


물론 평범했던 인물이 조커로 변모한 과정을 모두 사회 탓으로 규정하기엔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조커는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성격을 갖고 있고, 파괴에 즐거움을 느끼는 사이코패스적 기질에 정신병적 망상이 뒤섞인 인물이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조커’가 악인을 그린 방식이 캐릭터의 성격과 더불어 사회적 고통의 산물로 탄생하는 과정을 조명했다면, ‘소리도 없이’는 왜 그들이 악인으로 변모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창복과 태인은 시작부터 익숙하고, 능숙하게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다만 ‘소리도 없이’는 악이라는 관념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지 그 자체를 조명한다. 악이 얼마나 태연자약하게 주변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는 또 얼마나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외면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들춰냄으로써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익숙한 듯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만든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다음으로 영화에 담긴 메시지를 담아냄과 동시에 영화의 분위기를 완성하는데 일조한 미장센에 대해 살펴보자면, 단연 눈에 띄는 장치는 초희가 쓰고 있는 토끼 가면이다. 초희의 토끼 가면은 상당히 기묘한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평소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토끼의 이미지와는 상반된 것이다. 일반적인 이미지의 토끼가 귀엽고 순수한 것이라면, 초희의 가면은 기괴하고 섬뜩하며, 거부감이 드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이러한 모양을 하고 있는 이유는 영화의 끝에서 알아차릴 수 있다. 납치는 됐었지만 태인과 창복의 돌봄 속에서 진정한 웃음을 띄고있던 초희는 정작 부모를 만나자 단숨에 가면을 쓰듯 표정이 굳어지는데, 이는 태인과 창복을 처음 만나던 초희가 쓰고 있던 토끼 가면과 연결되며 초희가 가족 사이에서 가면을 착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극 중 초희의 몸값을 지불하기조차 아까워하는 부모의 행태에 비추어볼 때, 초희가 가면을 쓰는 이유는 부모의 남아선호사상 덕분이다. 결국 초희의 가면은 자신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자 필연적인 도구였던 셈이다. 그렇기에 초희의 가면은 결코 귀여워선 안됐다. 관객의 불편함을 자아내면서도 영화의 메시지를 담아내야 했기에 그의 가면이 그토록 괴이했던 것이다.


이에 더해 초희는 영화 중반, 시체를 처리하던 태인과 창복의 모습이 어느덧 익숙해진 이후에는 시체에서 떨어지는 핏방울을 중심으로 꽃을 그린다. 이는 초희가 가면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수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양상이 내재화된 초희 역시 언젠가 또 다시 생존을 위해 어떠한 선택이든, 일말의 죄책감 없이 저지를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주인공인 태인이 한마디도 대사가 없다는 것과 창복이 다리를 저는 것 역시 ‘소리도 없이’만의 독특한 설정이다. 극 중 태인은 소리를 못 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일부러 내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는 끝까지 그가 왜 말이 없는지, 혹은 없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으며, 태인 역시 끝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창복이 다리를 저는 이유에 대해서도 영화는 말하지 않는다. 그의 죽음의 단초가 절고 있는 다리로부터 시작됐음에도 그렇다.


이는 창복과 태인이 악행을 직업으로 선택한 이유와 연관되는 사안인데, 자신이 선택하지 못한 환경에서 태어나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며 악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이른바 각 캐릭터가 갖는 전사(前事)에 대한 암시다. 신체적인 결함을 수면 위로 부각함으로써, 누구도 자신의 배경을 선택하지 못한다는 현실적 한계를 담아낸 것이다. 

영화 '소리도 없이' 스틸.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태인의 묵언(默言)의 경우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바로 아무리 말을 해도 세상이 들어주지 않는다면, 말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약자의 목소리가 누구에게도 와 닿지 못한 채 흩어지듯 태인의 말 역시 누구에게도 도달하지 못한 채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비참한 상황 속에서 생존해야 했기에 태인은 악행을 생업으로 삼는 것에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 외에도 ‘소리도 없이’는 태인이 집착하는 검은 정장이나 창복이 굳게 믿는 종교적 요소 등 다양한 미장센이 돋보여 호기심을 돋웠다. 선과 악, 그름과 올바름의 경계를 자유로이 유영하며 던지는 이야기와 함께 여러 요소가 눈길을 사로잡은 독특하고도 매력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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