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 석사부터 이해 가능 영화 '테넷' 리뷰

조회수 2020. 8. 27. 15: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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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테넷'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장르 영화의 절정

MAX, 돌비시네마 등 특별관 관람 추천

이해하기 벅차도 몰입력은 100%

올해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혀왔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테넷’이 드디어 개봉했다. 놀란 감독 스스로 “내가 만든 영화 중 가장 야심 찬 영화”라고 자부할 정도로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작품인 만큼, 장대하게 펼쳐지는 놀란 감독의 세계가 단숨에 관객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CIA 정예 요원인 주인공은 인질 구출 작전 도중 함정에 빠진다. 동료의 정보를 팔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기 힘든 상황, 그는 모진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침묵하다 자살을 택한다. 허나 이 모든 것은 세상을 지키려는 조직 ‘테넷’의 테스트. 주인공은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세상을 파괴하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를 막기 위한 작전에 투입돼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영화 ‘테넷’은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메멘토’,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전작에서 시간을 주요 플롯으로 사용했던 놀란 감독은 ‘테넷’을 통해 다시 한번 시공간을 유영했다. ‘테넷’은 코로나 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개봉한 할리우드 대작으로,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했다. 놀란 감독이 20년 동안 아이디어를 개발했으며, 시나리오는 6년에 걸쳐 썼다.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22일 개봉 전 진행된 ‘테넷’의 프리미어 시사 이후 관객 반응은 한결같았다. “어렵지만 재미있는 영화”라는 평이 주를 이뤘던 것이다. ‘테넷’을 직접 관람한다면 그와 같은 평가에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다. 놀란 감독의 복잡한 세계관이 구체적인 설명 없이 영화의 초반부터 정신없이 휘몰아친다. 인버전과 엔트로피, 알고리즘 등 수많은 용어가 등장하지만, 이 역시 관객을 위해 친절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영화의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며, 익숙하기에, ‘테넷’의 이러한 불친절은 어느 정도 관객의 반감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  


허나 그렇게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난립함에도 ‘테넷’의 몰입력은 대단하다. 영화의 초반부 한 과학자가 주인공에게 인버전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며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라고 말하듯, 세세한 설정 하나하나를 구태여 이해하려 애쓰지 않고 받아들인다면 150분이라는 방대한 러닝타임은 어느새 전부 지나가 있다. CG를 극도로 자제해 촬영된 작품인 만큼, 현실감은 그 어떤 장르 영화보다 넘치며, 그동안 놀란 감독의 약점이라 불리던 액션 시퀀스마저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특히 IMAX, 돌비 시네마 등 특별관을 통해 관람한다면 영화적 경험은 더욱 강렬할 것이다. 제작부터 IMAX를 염두에 두고 촬영된 작품인 만큼,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관람해야 ‘테넷’의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무궁한 상상력이 얼기설기 짜여진 놀란 감독의 세계가 눈앞을 꽉 채우는 스크린에 펼쳐지는 순간, 관객은 단숨에 압도당하며 탄성을 내뱉게 된다.  


물론 그렇다 하여 ‘테넷’이 완벽하기 그지없어 아쉬움이 전혀 남지 않는 작품인 것은 아니다. 놀란 감독 작품마다 있었던 캐릭터의 도구화는 여전히 엿보이고, 인물 사이의 감정과 관계에 대한 고민이 다소 빈약했다는 비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에 비해 감정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여지 역시 적어 보인다. 앞선 작품에서는 인간의 선과 악, 욕망, 가족애 등을 다뤄, 관객이 물리적인 요소 하나하나를 이해하진 못하더라도 주제의식을 쉽게 공유할 수 있었던 반면, ‘테넷’은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고찰보다, 놀란 감독 자신의 독특한 세계관을 펼쳐내는데 보다 집중한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넷’은 근래 개봉한 어떤 장르 영화보다도 강렬하고 압도적이며, 매혹적인 작품임이 틀림없다. 뒤섞인 시간과 함께 역행하는 인물들을 담아낸 카메라와 그를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표현한 편집은 눈길을 사로잡으며, 시간에 대한 놀란 감독의 편집증적인 설정은 빈틈이 없어 감탄스러울 따름이다. 단,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극 중 설정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고자 한다면, N차 관람은 필수일 것으로 보인다.  


개봉: 8월 26일/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로버트 패틴슨, 엘리자베스 데비키, 애런 존슨, 마이클 케인, 케네스 브래너/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수입∙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러닝타임: 150분/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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