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에 일침 가한 여배우의 소신 발언

조회수 2020. 8. 20. 14: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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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예수정 "함부로 태극기 들고 광장 물 흐리지 말길"

‘69세’는 비극적인 상황에 부닥친 효정(예수정)이 부당함을 참지 않고, 오롯한 자신을 지켜내기 위해 참으로 살아가는 결심의 과정을 그렸다. 나이를 먹었다 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고통스러울지언정 끝내 세상을 직면하고 감내하고자 하는 효정의 모습은 우리가 꿈꿔야 할 노년의 삶이 바로 그와 같은 것은 아닐지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효정을 연기한 예수정은 효정의 삶을, 노년을 어떻게 여겼을까. 그가 꿈꾸고, 그리던 황혼은 무엇이었으며, 어떤 모습이었을까. 예수정은 “그날그날 살기도 바빠 늙을 것을 생각하진 않았다”면서도 “나이 든 나의 모습이 가까지 있지 않은가. 나의 어머니를 보면서 늙는 것을 두려워하진 않았다”고 고백했다.


“육체는 정신의 노예라는 말이 있는데, 나이가 들면서 거꾸로 가진 말아야겠다라는 지침 하나를 갖고 산다. 육체가 힘들어지기 시작하니 육체가 정신을 넘을 때가 많다. ‘이런 어른이 돼야지’하는 것은 없었다. 다만 날마다 현재에 몰입해 있었고, 오늘을 충실히 살면 충실한 내일이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은 인생의 두 번째 관문인 것 같다. 치매로 죽을까, 자식에게 폐를 끼칠까 걱정은 한다. 그런 걱정을 싹 씻어주는 것은 내 어머니의 모습이다. 어머니께서 깍쟁이셨다. 쿨하고, 대범하셨다. 그래서인지 돌아가신 것도 주무시다가 돌아가셨다. 그걸 보면서 살아온 성질대로 죽겠구나 하면서 걱정을 덜었다. 요즘 걱정거리가 좀 많은 것이 아닌데, 걱정을 안 하게 돼 다행이다.(웃음)”

예수정은 지난 광복절 연휴 있었던 광화문 집회에 대해 “이를 계기로 노년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소리를 지르고, 나쁜 내용의 빨간 글씨들이 쓰여있는 것을 보면서 참담해졌다”며 뼈있는 말을 덧붙였다.

“우리는 태극기를 손에 쥘 수도 없고, 정자세로 태극기를 바라보아야만 하는 시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태극기라는 것에 진중하게 여기고 살았다. 그런데 나와 같이 흰머리를 갖고 있는 분들이, 나랑 같이 배웠을 텐데, 함부로 태극기를 들고 시민의 광장의 물을 흐려놓고 있더라. 어느 초등학교를 나왔나 싶었다.


내가 생각하는 어른은 첫 번째, 가능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두 번째, 내 삶을 내가 책임지며 살아가는 것이다. 남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은 노년도 많은데, 그들은 조용해서 볼 수 없다. 결국, 나와 같은 노년의 모습이 대중매체에는 저렇게 비춰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이어 예수정은 “그런 의미에서 ‘69세’는 조용히 자신의 삶을 꾸려가느라 비춰지지 않았던 노년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좋았다”고 말했다.


“삶을 보여주는 것이 대중매체와 예술인데, 노년의 모습은 상당히 만화 같고 극적인 모습으로 보여져 온 것이 섭섭했다. 이 작품은 진작에 직장을 은퇴한 69세 여성이 일반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담겼다. 효정은 살아가기 위해 일거리도 찾고, 가끔 정신을 놨다가도 끝내 챙겨 나아간다. 이처럼 노년의 삶이 무엇일지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조심스러우면서도 적극적으로 쓴 작품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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